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위한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무력화하는 내용의 결의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방침을 공식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엄포대로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거부권 행사 1호 사례가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오늘 상원에서 국경안보와 장벽 관련 국가비상사태에 대한 중대 표결이 있다”면서 “나는 필요시 거부권을 행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쪽 국경은 국가안보 및 인도주의적 악몽에 처해 있지만 쉽게 고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아마도 나는 거부권을 행사해야만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미 상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국가비상사태 무력화 결의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이 결의안은 지난달 26일 민주당 주도로 하원을 통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민주당 의원들을 ‘국경 거부자들’이라고 비난한 뒤 “그들은 남쪽 국경에서 일어나는 죽음과 범죄, 마약, 인신매매에 대해 보거나 인정하길 거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공화당 내 이탈표를 막기 위한 집안 단속에도 적극 나섰다. 그는 트위트 글에서 “오늘의 이슈는 장벽 안보와 범죄 문제이다!!! 펠로시를 위해 표결하지 마라”면서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이 찬성표를 던진다면 이는 낸시 펠로시와 범죄, ‘열린 국경 민주당’을 위한 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의안이 하원에 이어 공화당이 과반을 차지하는 상원에서도 통과하려면 최소한 4명 이상의 반란표가 나와야 한다. 상원의 현재 의석 분포는 공화당 53명, 민주당 45명, 무소속 2명이다. 현재까지 공화당 내에서 공개적으로 결의안 찬성 입장을 밝힌 상원의원은 수전 콜린스(메인주), 랜드 폴(켄터키주), 미트 롬니(유타주) 등 5명이다.

이번 결의안이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에서마저 통과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지지층 결집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온 장벽 건설사업이 내부 구심력 약화로 제동이 걸리는 듯한 모양새가 돼 리더십에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경우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이를 뒤집고 법안이 제정되려면 재적의원 3분의 2에 달하는 표가 필요한 만큼 결의안이 현실화하기는 어렵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표적 대선 공약인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위한 예산 배정이 여야 합의 결렬로 무산되자 관련예산 마련을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고, 이에 대해 민주당은 “삼권 분립에 따른 의회 예산권 침해”라며 결사 저지 입장을 밝혀왔다.

양정대 기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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