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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화룡점정” 비난하더니… 금융권에 문외한 내리꽂는 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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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화룡점정” 비난하더니… 금융권에 문외한 내리꽂는 문 정부

입력
2019.03.15 04:4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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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박근혜 정부 시절엔 공공기관 친박사전 만들어 맞서 

 정권 잡으니 청와대 출신들 금융권 임원으로… 내로남불” 비난 봇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행정관 출신 인사들이 잇따라 금융권 임원으로 둥지를 틀고 있다. 모두 금융권 경력이 전무한 이들인데, 문재인 정부는 이들이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를 거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시절이던 박근혜 정부에선 비슷한 사례에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를 강도 높게 비판했던 점을 감안하면, 후안무치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행태라는 비난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 경력 없는 구조조정 감시관?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일했던 황현선 전 행정관(3급)이 최근 연합자산관리(유암코) 상임감사에 내정됐다. 유암코는 국내 은행들이 출자해 설립한 ‘구조조정 전문기관’이다. 자연히 유암코의 감사는 기업 구조조정이 적절하게 이뤄지는지 진단할 능력이 요구된다.

하지만 황 전 행정관은 구조조정 관련 경력이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핵심 요직인 기획조정국장을 거쳐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캠프 선거대책위원회 전략기획팀장을 지냈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자리를 옮겨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을 보좌했다. 전형적인 정치권 ‘기획통’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한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다른 자리라면 모를까,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유암코 감사 자리만큼은 설사 낙하산이라도 관련 전문가를 선임해야 맞다”고 지적했다.

앞서 메리츠금융은 한정원 전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3급)을 브랜드전략본부장(상무)으로 영입했다. 한 상무는 이 달부터 메리츠금융에서 지주ㆍ종금증권ㆍ화재해상보험 등 3개사의 브랜드전략을 담당하고 있다. 메리츠금융은 “그룹 차원의 브랜드 전략과 언론 홍보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한 전 행정관을 적임자로 판단해 영입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권 시각은 싸늘하다. 대형 금융사 관계자는 “기자 출신이라 홍보 관련성은 인정할 수 있지만, 금융업계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지주, 증권, 보험 3개 영역 홍보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기기엔 과한 측면이 있다. 청와대 출신이라는 점이 고려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저작권 한국일보]낙하산 논란에 휩싸인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들 / 김문중 기자/2019-03-14(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낙하산 논란에 휩싸인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들 / 김문중 기자/2019-03-14(한국일보)

 ◇야당 시절엔 비판하더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이런 일련의 인사에 별다른 말이 없는 상태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시절 지금의 황 전 행정관의 경우와 쏙 빼 닮은 사례가 벌어졌을 때 더불어민주당은 불 같이 비난에 열을 올렸다.

지난 2016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기록비서관을 지낸 조인근씨가 금융유관기관인 한국증권금융 감사에 임명됐다. 그는 서강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공보처 전문위원과 여의도연구소 선임연구위원 및 기획조정실장을 역임한 데 이어 2004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때부터 메시지 담당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보좌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에는 대통령 연설문 작성을 담당하는 연설기록비서관으로 청와대에서 일했다.

황 전 행정관과 마찬가지로 금융권 경력이 전무한 게 당시에도 문제가 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시 금융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박근혜 정부) 낙하산 논란의 화룡점정은 한국증권금융”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뿐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 초반인 2014년에도 기술보증기금 감사(친박연대 출신 박대해 전 의원), 예금보험공사 감사(새누리당 서산ㆍ태안 대통령선거대책위원장 출신 문제풍씨), 한국자산관리공사 감사(정송학 전 광진구청장)에 친박 인사들이 대거 낙하산으로 임명됐다.

이에 당시 민주당은 아예 ‘공공기관 친박사전’까지 만들며 강하게 맞섰다. 민병두 의원은 사전을 공개하면서 “박근혜 정부 공공기관 친박 인사는 노골적이고 전면적”이라며 “친박 인사들이 공공기관을 점령했고 이들의 전리품이 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대변인이었던 한정애 의원도 논평을 통해 “공공기관에 대한 친박 낙하산 인사가 중단되지 않는 한 그 어떤 공기업 개혁, 공공기관 개혁도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금융기관 관계자는 “결국 문재인 정부도 내로남불 아니냐”며 “금융기관의 전문성을 살려야 한다고 할 땐 언제고 정권을 잡더니 문외한을 내리꽂는 행태를 보니 문재인 정부도 다를 바 없다는 생각 뿐”이라고 한숨 지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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