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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형진ㆍ김희곤 심판 “카타르 월드컵 옐로카드를 이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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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형진ㆍ김희곤 심판 “카타르 월드컵 옐로카드를 이 손에”

입력
2019.03.15 07:00
수정
2019.03.15 09: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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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 세미나 한국 대표로 참가… 명맥 끊긴 ‘월드컵 심판’ 도전장

공정한 경기 위한 열정·노력에… 경기 후 팬들이 “고생하셨습니다”

지난 12일 대한축구협회에서 만난 고형진(37ㆍ왼쪽), 김희곤(34ㆍ오른쪽) 심판이 카드를 내밀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두 사람은 “함께 인터뷰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심판으로서 차기 월드컵에 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한호 기자
지난 12일 대한축구협회에서 만난 고형진(37ㆍ왼쪽), 김희곤(34ㆍ오른쪽) 심판이 카드를 내밀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두 사람은 “함께 인터뷰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심판으로서 차기 월드컵에 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한호 기자

그라운드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프로축구 K리그가 개막전부터 구름 관중으로 흥행 가도를 달리는 가운데 벤투호도 신진 선수들을 발탁해 2022년 카타르월드컵을 위한 세대 교체에 들어갔다. ‘그라운드의 포청천’ 심판들도 발벗고 나섰다. 정확한 판정과 신뢰 회복을 위해 6년 만에 떠난 유럽 전지훈련에서 겨우내 강도 높은 교육을 받았고, 팬들이 원하는 공격 축구를 위해 K리그 규정도 정비하며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고형진(37)ㆍ김희곤(34) 심판은 그 중에서도 유독 주목 받는 심판들이다. 고 심판은 2017년 대한축구협회 올해의 심판상을 수상한, 명실공히 한국 심판의 대표주자다. 김 심판은 지난해 11월 K리그2 경기에서 이승모(광주)가 충돌로 쓰러지자 즉시 경기를 중단하고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하는 등 빠른 대처로 큰 사고를 막아 축구팬들로부터 ‘연예인’급 인기를 끌고 있다. K리그를 넘어 국제 대회에서도 맹활약 중인 두 사람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 꼭 나가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12일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에서 만난 두 심판의 얼굴은 새까맣게 탔다. 지난달 25일부터 1일까지 한국 대표로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심판 세미나에 다녀왔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세계 각국의 심판 30여명과 함께 땡볕 아래에서 진행된 혹독한 훈련을 통과했다. 고 심판은 “오전 9시 30분부터 저녁 늦게까지 비디오판독(VAR)을 비롯한 각종 이론 및 실전 트레이닝을 받았다”며 “국제 축구의 흐름에 맞춰 심판들도 훈련법을 계속 바꾸고 비디오 영상 및 경기 모니터링 등을 통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은 지난 2010년 남아공 대회 이후 월드컵 심판을 배출하지 못했다. 1994년 미국 대회부터 5회 연속 이어진 대가 끊긴 것이다. 매 경기 일주일 전부터 체력 훈련을 하는 등 열정적인 심판으로도 잘 알려진 고 심판은 “국가대표팀 못지않게 저희도 다음 월드컵 진출이 목표”라며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빨리 리그에 VAR을 도입한 나라인 만큼, 희곤이와 함께 월드컵 전까지 여러 대회에서 좋은 퍼포먼스를 펼쳐 주심이든 VAR 심판이든 카타르에 꼭 가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2일 대한축구협회에서 만난 고형진(37·왼쪽), 김희곤(34·오른쪽) 심판이 환하게 웃고 있다. 이한호 기자
지난 12일 대한축구협회에서 만난 고형진(37·왼쪽), 김희곤(34·오른쪽) 심판이 환하게 웃고 있다. 이한호 기자

최근 정착된 VAR 시스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이다. 고 심판은 “아무래도 카메라가 사람의 눈보다 정확할 수밖에 없다”며 “도입 초기엔 많은 분들이 의심의 눈길로 보셨지만 정확한 판정을 통해 실수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판정 논란이 줄어들면서 팬들도 경기 결과에 만족하고 납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심판 양성 과정에서의 문제점에 대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김 심판은 “생활체육 등 축구 저변이 넓어지면서 심판 수는 증가했지만 심판을 교육할 전문 강사 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며 “강사 인력에 대한 보강이 이뤄져야 판정의 정확도도 올라갈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의 부단한 노력으로 심판에 대한 이미지도 점차 바뀌어 가고 있다. 김희곤 심판은 “옛날에는 심판이 돈 받고 판정한다는 조금은 왜곡된 이미지가 강했고, 실제 그런 경우도 있었지만 이제는 다르다“며 “내부의 자정 노력과 함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선수와 심판, 팬들 사이에 서로 존중하는 문화가 생긴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김 심판은 지난 9일 대구와 제주의 K리그1 2라운드 경기 후 관중들로부터 사인과 사진 요청 세례를 받기도 했다. 관중들의 “고생하셨습니다”라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는 김 심판은 “2004년부터 심판을 했는데, 대구에서의 그 기억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 같다”는 소회를 밝혔다. 이어 “하지만 한 번의 실수로 분위기가 반전되는 것이 심판”이라며 “항상 이를 염두하고 경기에 나선다”고 덧붙였다.

현재 K리그와 국제대회에서 활약 중인 두 사람은 FIFA U-23 챔피언십 예선을 위해 3월말 각각 쿠웨이트와 카타르로 출국한다. 고형진 심판은 “선수는 선수대로, 팬들은 팬들대로, 스태프는 스태프대로 각자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저희 심판들도 판정 하나하나에 한국 축구에 누가 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앞으로도 매 경기마다 저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쏟아내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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