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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영 동영상은 궁금하지 않다” 2차 가해 방지운동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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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영 동영상은 궁금하지 않다” 2차 가해 방지운동 확산

입력
2019.03.14 16:29
수정
2019.03.14 18:1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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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센터’ 정다희씨가 제작한 경고장, “공감한다” SNS서 급속히 퍼져

’정준영 리스트’ ‘정준영 동영상’ 등 2차 가해 방지를 위해 정다희씨가 만든 경고문.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아하, 센터' 제공
’정준영 리스트’ ‘정준영 동영상’ 등 2차 가해 방지를 위해 정다희씨가 만든 경고문.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아하, 센터' 제공

“우리는 피해자가 궁금하지 않습니다. 피해자 추측성 사진, 동영상 유포 또한 2차 가해. 지금 당신이 멈춰야 합니다”라고 썼다. 거기에다 빨간 두 줄의 사선을 그었다. ‘정준영 리스트’, ‘정준영 동영상’을 찾아 헤매는 ‘정준영 밖의 정준영들’에게 보내는 경고다. 이 경고문은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온라인에서 급속히 퍼져나가고 있다.

14일 이 경고문을 최초로 만들었던 정다희(30)씨는 “암흑 같은 상황 속에서 그나마 한줄기 희망”이라며 기뻐했다.

정씨는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아하, 센터’ 홍보 담당 직원이다. 처음엔 경고문이 이렇게 유행할 줄 몰랐다. 심각한 범죄행위인데 리스트나 동영상 이야기만 가득하다는 게 답답했다. 정씨는 “정준영의 범죄사실이 마치 ‘오락거리’인 양 소비되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괜히 설명하고 설득하느라 주변 사람들과 낯 붉혀가며 입씨름할 필요 없이 단호하게 이 경고문을 내보이길 바랐다.

주변 동료 몇몇과 상의하면서 퇴근 직전 뚝딱뚝딱 만들었는데, 이 경고문이 반나절도 채 지나지 않아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피드를 장악했고 공중파 저녁 뉴스에도 등장했다. 정씨는 “정준영 사건 자체는 슬프지만 피해자에게로 향하는 궁금증 또한 2차 가해라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는 점만큼은 고무적”이라며 “그 와중에도 세상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준영 지라시 피해자 2차 가해 방지 이미지. '아하, 센터' 제공
정준영 지라시 피해자 2차 가해 방지 이미지. '아하, 센터' 제공

수요가 폭발적이자 정씨는 ‘아하 센터’의 공식 페이스북, 트위터 계정을 통해 경고문을 배포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플랫폼에서 불편함 없이 공유할 수 있도록 여러 사이즈와 디자인으로 만들었다. 출처만 밝히면 마음껏 퍼가도 된다. 정씨의 경고문 덕분에 2차 가해 방지 운동은 더 힘을 얻고 있다. 일부에선 정준영 리스트나 동영상을 접하게 되면 그냥 있지 말고 배포자에게 삭제를 요구하자는 운동도 제안했다.

정다희씨. '아하, 센터' 제공
정다희씨. '아하, 센터' 제공

정씨는 거듭 힘주어 강조했다.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이나 인터넷 게시판에서 누군가 ‘정준영 리스트’를, ‘정준영 동영상’을 찾으면 못 본 척 하거나 슬그머니 그냥 빠져 나오지 마세요. 단호하게 이 경고문을 보여주세요.”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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