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생생과학] 3D 영화는 어떻게 사물을 입체감 있게 보여줄까

알림

[생생과학] 3D 영화는 어떻게 사물을 입체감 있게 보여줄까

입력
2019.03.16 13:00
수정
2019.03.17 12:53
16면
0 0
3D 영화관. 삼성전자 제공
3D 영화관. 삼성전자 제공

영화 속 괴물이 뻗는 촉수가 내 눈 앞까지 날아오고, 마치 주인공과 같은 공간에 있는 것 같은 느낌. 모든 3D 영화가 이 같은 느낌을 100% 채워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2D 영화에서 기대할 수 없는 이런 생생한 입체감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영화 장르가 3D이다. 그런데 3D 영화에 대해 일반 관객이 알고 있는 정보는 많지 않다. 3D 영화를 볼 때 착용하는 편광 안경이 요술 방망이라도 되는 걸까.

포털 사이트에서 3D 영화의 원리를 검색하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3D 영화가 보여주는 입체감은 오른쪽과 왼쪽 눈으로 보는 사물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한 물체를 좌우에서 찍은 영상을 푸른색과 붉은색 필터로 각각 찍어 적청 안경으로 관찰하면 붉은 필터로는 붉은 영상을 볼 수 없고, 푸른 필터로는 푸른 영상을 볼 수 없다. 두 눈에 각각 다른 영상이 들어오고 뇌에서 합쳐져 3차원 영상으로 자각된다.’

한 마디로 3D 영화는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설명을 읽고도 알쏭달쏭하다. 붉은색과 푸른색은 빛의 3원색 중 하나이기 때문에 두 색을 합해 인식하게 하면 대부분의 색감을 표현할 수 있고, 이를 번갈아 보면서 입체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은 어렴풋이 알 것도 같은 얘기다. 옥경원 CGV 영사기술팀장과 석민철 레이앤리소시스 대표의 설명을 종합하면 기본적으로 3D 영화의 원리는 평균 6.5㎝로 잡는 양쪽 눈의 거리 차에서 입체감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때문에 3D 영상을 위해서는 한 사물을 놓고 6.5㎝ 떨어뜨린 두 개의 렌즈로 오른쪽과 왼쪽 눈에 보이는 영상을 각각 찍는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찍은 영상을 선택적으로 인지하도록 하는 데 있다. 일반 영화가 초당 24프레임인데 비해 이렇게 하면 두 곳만 나눠도 초당 48프레임으로 늘어난다. 그런데 이를 반복적으로 좌우에서 각각 한번씩 보이게 연결하면 입체감이 표현된다. 이를 ‘여색입체시(Anaglyph)’ 방식이라 부른다. 책장을 빠르게 넘기면서 보는 그림책과 비슷한 원리다. 하지만 이 방식은 3D 영화의 원시적인 형태로 현재 영화관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다.

요즘 영화관에서 널리 사용되는 3D 영화는 입체감을 높이기 위해 48프레임 보다 3배 더 많이 영사한다. 초당 144프레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여색입체시’ 방식과 달리 어떻게 우리 눈에 수용되는 걸까.

먼저 스크린에 영상을 비추는 영사기 앞의 변조기(Modulatior)가 편광필름의 빛을 꺾어 쏴주는 역할을 한다.

이 때 편광의 각도는 45도와 135도 두 종류가 있다. 편광이란 모든 방향으로 뻗어 나가는 빛 중에 특정한 방향의 빛을 선택해 통과시키는 성질을 의미하는데 변조기와 편광안경은 편광각도가 같은 것만 통과시키고 아닌 것은 막혀 검게 보이게 한다. 때문에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한쪽 눈에는 한 번에 한 가지 영상만 도달하는 것이다. 결국 한 사물을 왼쪽에서 찍은 것과 오른쪽에서 찍은 것이 무한반복 되면서 사물을 입체감 있게 인식하는 눈 속임이 발생하는 것이다. 오렌지를 오른쪽과 왼쪽 눈을 번갈아 감고 뜨면서 보면 약간 다르게 보이는데, 연속해서 보면 하나의 이미지로 거리와 입체감을 느끼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렇다면 일부 관객이 3D 영화를 보면서 울렁증을 느끼는 현상은 왜 생기는 걸까. 그 원리도 의외로 간단하다. 3D 영화는 성인 평균 눈 사이의 거리인 6.5㎝ 차이를 두고 한 곳을 찍은 영상을 내보낸다. 그런데 이 거리는 평균 수치일 뿐이어서 이보다 실제 눈 사이의 거리가 멀거나 좁은 경우 어지러움을 더 느끼게 되는 것이다. 우리 몸은 가만히 앉아 있는데 뇌는 영상을 보면서 몸이 움직이고 있다고 인지해 어지러움을 느낀다는 해석도 있다.

물론 모든 3D 영화가 똑같은 방식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두 개의 렌즈가 달린 카메라로 3D 영화용 영상을 찍는 방식도 있지만 한 개의 렌즈로 찍은 영상의 필름을 일일이 좌우 측면의 영상으로 틀어 프레임 수를 늘린 후 상영하는 방법도 있다. 단점은 애초에 두 렌즈로 촬영한 것보다 훨씬 많은 수작업을 해야 하고, 그만큼 비용이 더 든다는 것이다. 영화 ‘아바타’로 3D 영화 붐이 일던 시절에, 이미 찍어놓은 영상으로 개봉하려던 영화가 이 같은 후반작업을 통해 3D 영화로 개봉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또 빛의 파동 방향을 편광 필터로 걸러주는 변조기를 영사기 앞에 설치하는 패시브(Passive) 방식 대신, LCD(액정표시장치)가 장착된 3D 안경이 변조기 역할을 하는 액티브(Active) 방식도 나오고 있다. 롯데시네마 건대점ㆍ월드타워점에서 최근 선보인 삼성전자의 'LED(발광다이오드) 시네마 스크린, Onyx'가 이런 방식이다. 이는 영상을 스크린에 비추는 것이 아니라 자체발광 LED 스크린을 사용하기 때문에 화질이 더 선명하다고 한다. 하지한 패시브 방식에 비해 편광 안경이 더 무겁고 관객 실수로 고장 날 우려도 더 크다는 단점도 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