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기동물 매년 10만마리… 절반이 보호소서 안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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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동물보호운동 진영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캐치프레이즈이다. 생명을 사고 판다는 행위에 대한 저항, 동물을 자본주의 사회의 상품으로 인식하지 말라는 경고, 입양이라는 단어가 주는 책임감 등을 다 담은 문장이다. 의미 전달이 쉽고 문장도 간결해서 누구나 한 번 들으면 쉽게 기억할 수 있다. 참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인 것 같다.

반려동물 문제는 직접적 학대, 책임지지 못할 많은 동물을 키우는 애니멀호딩 등 여러 문제가 많지만, 가장 큰 문제는 유기동물의 발생과 그로 인한 안락사(공식 용어로는 안락사이지만 신체적, 행동적 문제가 전혀 없는 건강한 동물을 죽이는 건 살처분이라는 표현이 맞다)다. 장난감을 사듯 동물을 들이고는 몇 년 지나지 않아서 여러 가지 핑계로 동물을 버리면, 버려진 동물은 보호소로 옮겨져 안락사로 생을 마감한다. 매년 수치가 조금씩 다른데 거칠게 계산해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약 10만마리의 유기동물이 발생해서 그 중 절반가량이 보호소에서 안락사 또는 자연사로 죽는다. 보호소의 자연사는 안락사 비율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치료가 필요한 동물을 방치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서 안락사보다 오히려 더 나쁜 죽음이다. 동물보호 단체는 사설 보호소나 거리에서 떠도는 동물을 합하면 버려지는 동물의 숫자가 10만 마리의 서너배는 될 거라고 추정한다.

유기동물의 발생과 안락사는 어느 나라나 동물문제의 주요 이슈이다. 미국의 경우 1970년대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숫자인 매년 약 1,500만마리의 동물이 보호소에서 안락사로 죽었다. 그 숫자가 최근에는 300만마리로 줄었다. 미국의 동물단체들은 안락사되는 동물이 줄어든 주요 원인으로 중성화 수술과 유기동물 입양을 꼽는다, 이는 세계적으로 안락사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인식된다.

물론 유기동물을 줄이려면 반려동물의 생산, 판매에 대한 강력한 규제, 생명에 대한 시민의식 향상, 동물등록제 의무화 등 필요한 것이 많다. 하지만 중성화수술과 유기동물 입양, 두 가지는 유기동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이고, 둘은 함께여야 효과가 있다. 그래서 중성화수술이 빠진, 사지 말고 입양하자는 캐치프레이즈에 때로 맥이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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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 농촌진흥청, 한국펫사료협회가 조사한 ‘2018년 반려동물 보유현황 및 국민 인식 조사 보고서’에는 반려동물을 어디서 데려 왔는지에 대한 예상 외의 결과가 나온다. 46.3%(개), 37.8%(고양이)의 응답자가 ‘친척ㆍ친구ㆍ지인으로부터 받았다’고 답한 것이다. ‘지인’이라는 변수의 등장이다. 지인으로부터 받았으니 ‘산’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유기동물을 ‘입양’한 것도 아니다. 이어 펫숍이나 인터넷 사이트 등을 통해 산 경우가 35.1%(개), 23.1%(고양이), 유기동물을 입양한 경우는 7.3%(개), 26.1%(고양이)였다. 고양이의 유기동물 입양 비율이 높은 것은 길고양이 입양 덕분이다.

이 결과는 중성화수술이 빠진 입양 홍보가 얼마나 무의미한지 보여준다. 유기동물을 입양하려고 했다가도 지인의 중성화하지 않은 반려동물이 새끼를 낳았다고 한 마리 데려가라고 하면 유기동물 입양은 무산된다. 반려동물의 중성화수술이 대중화되지 않아서 사방에서 새끼가 태어나는 한 유기동물 문제 해결은 답보 상태일 수밖에 없다. 수도꼭지를 잠그는 않고는 넘치는 물을 막을 수가 없다.

미국의 동물보호단체 토비프로젝트는 암컷 개 한마리와 그 자손을 중성화수술 시키지 않을 경우 6년 뒤에 자손이 6만7,000 마리가 된다는 자료를 제시한다. 6만7,000 마리 중 몇 마리나 좋은 가족을 만나 제 수명대로 살까. 한국에서라면 평생 한 가족과 사는 확률이 12%이니(2010년 동물자유연대 조사) 8,040 마리를 제외한 나머지의 운명은 연이은 파양으로 여러 집을 전전하거나, 거리에서 떠돌거나, 보호소에서 안락사 당하거나, 식용견이 될 것이다.

어느 나라나 유기동물 안락사는 인간이 임의로 생명을 처분한다는 윤리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안락사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 부담 때문에도 국가가 중성화수술 문제에 적극 개입한다. 미국은 많은 주가 중성화수술을 적극 지원하는데 특히 미국 로스앤젤레스는 모든 반려동물의 중성화수술이 의무이며, 대만은 정부가 중성화수술 비용을 지원한다. 덕분에 미국은 반려동물의 80~90%가 중성화수술이 된 반면 한국은 앞의 보고서에 따르면 고작 46%(개), 58%(고양이) 수준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매년 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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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지인이 비닐하우스에서 방치된 채 살던 개 한 마리를 구조했다. 이름을 검둥이라고 짓고 개를 입양 보내기 위해서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검은 털색에다가 중형견이어서 해가 바뀐 지금까지 가족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개는 비닐하우스 쓰레기더미 사이에 끼여 살아서 발을 들거나 엉덩이를 낮춰서 소변을 누는 법도 몰랐다. 지인은 비닐하우스 주인에게 돈을 지불하고 데리고 오면서 다시는 개를 키우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지만 과연 그럴까. 돈을 주고 사지는 않겠지만 지인의 개가 새끼를 낳으면 한 마리 달라고 해서 또 같은 방법으로 키울지 모른다.

반려동물의 중성화수술은 동물의 질병을 예방하고, 기대수명을 높이고, 공격성, 울기, 짖기 등 문제행동을 줄일 수 있어서 동물 유기를 예방하는 역할을 함에도 불구하고, 자연적이지 않다거나 수술의 위험성을 들어서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제 반려동물의 중성화수술은 개인적인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윤리적인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보살핌을 받지 못해 방치되거나 학대를 당하고, 거리를 떠돌다가 보호소에서 안락사 당하는 생명이 수만, 수십만인데 개인의 선택에 맡긴다는 건 한가한 소리이다. 나라가 개입해서 불행을 안고 태어나는 수없이 많은 검둥이를 이제는 거부해야 할 때이다.

김보경 책공장더불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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