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중독에 의한 폭력, 음주운전으로 인한 가정 파괴 등 과도한 음주가 야기하는 불행이 도처에 존재한다. 지나친 알코올 섭취는 스스로의 건강과 미래도, 타인의 안전도 해친다. 알면서도, 인간은 가끔, 아니 자주 술을 너무 많이 마신다. 왜 그럴까.
미국 생물학자 로버트 더들리가 쓴 ‘술 취한 원숭이’는 이 질문에 대한 부분적 답이다. 저자는 과일을 즐겨 먹는 영장류로부터 인간이 술을 마시게 된 진화적 기원을 찾았다. 알코올은 당이 발효한 물질이다. 과일에는 당도, 알코올도 많다. 영장류는 달콤한 과일을 찾아내기 위해 알코올 냄새를 감지하는 후각 능력과 잘 익은 열매의 색을 알아보는 시각 능력을 진화시켰다.
인간의 알코올 탐닉은 영장류의 이 같은 섭식을 이어받은 결과라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인간이 생물학적으로 알코올에 끌린다는 얘기다. 당신이 자꾸 술을 찾는 건 조상 탓일까. 그러니 어쩔 수 없는 걸까. 책은 알코올 중독자에게 면죄부를 주지 않는다. 정확한 원인을 찾아 정확한 해결책을 찾자는 것이 책의 메시지다.
술 취한 원숭이
로버트 더들리 지음ㆍ김홍표 옮김
궁리 발행ㆍ256쪽ㆍ1만5,000원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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