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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약물 문제에도 뒷짐만… ‘YG 방관’이 승리 사태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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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약물 문제에도 뒷짐만… ‘YG 방관’이 승리 사태 키웠다

입력
2019.03.14 16:25
수정
2019.03.14 22:3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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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YG엔터테인먼트 사옥 모습. 연합뉴스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YG엔터테인먼트 사옥 모습. 연합뉴스

YG엔터테인먼트(YG)는 국내 대표 K팝 기획사 중 하나다. 아이돌 그룹 빅뱅과 2NE1 등을 배출한 ‘명문’인데 ‘약국’이란 비아냥 섞인 별명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YG 소속 연예인과 스태프가 대마초 흡연과 향정신성의약품 반입 등 약물 관련 문제를 잇따라 일으키자 기획사 영어 이니셜에 빗대 네티즌이 붙였다. 약물 문제로 외부에 알려진 YG 관계자만 빅뱅 멤버 지드래곤과 탑 등 5명이다. 또 다른 대형 기획사 SMㆍJYPㆍ큐브엔터테인먼트 등에선 약물 문제로 구설에 오른 가수가 없다. 지난 10일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돼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승리도 YG의 대표 스타 중 한 명이다.

YG 소속 인물들의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이른바 ‘승리 사태’에 대한 YG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YG가 힙합 음악을 내세워 연예인의 자유만 강조하고 책임은 등한시하다 소속 연예인이 반사회적 사건에까지 연루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YG가 비슷한 문제가 반복 발생했는데도 방관해 연예인들의 도덕 불감증이 커졌고 결국 ‘일’이 터졌다는 지적이다.

[저작권 한국일보]YG엔터테인먼트 관련 사건사고_김경진기자
[저작권 한국일보]YG엔터테인먼트 관련 사건사고_김경진기자

◇솜방망이 처벌 후… ‘약국’ 희화화

승리는 17세에 빅뱅으로 데뷔했다. 어려서부터 연습생 생활을 해 학교에서 또래와의 사회화 과정을 제대로 밟지 못했다. 갑작스럽게 인기를 얻은 아이돌 가수가 선을 넘으려 할 때 기획사가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YG는 그렇지 못했다.

YG는 회사를 향한 사회적 우려를 오히려 웃음의 소재로 삼았다. YG는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예능콘텐츠 ‘YG전자’에서 소속 연예인이 소변 검사와 약물 검사를 하는 장면을 넣었다. 약물 이슈를 단순한 해프닝처럼 받아들였다. 한류를 이끄는 기획사로서의 사회적 책임 의식이 낮았던 것이다. 소속 연예인들도 사회적 규범에 대해 둔감해질 수밖에 없다. 김헌식 동아방송대 교수는 “YG가 소속인의 잇따른 약물 논란 등을 통해 심각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보여줬다”며 “‘승리 사태’도 방조란 측면에서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YG가 약물 논란 비판에 둔감한 데는 수사기관의 솜방망이 처벌도 한몫을 했다는 쓴소리도 있다. 약물 관련 YG 소속 가수들에 대한 가벼운 처벌은 늘 논란거리였다. YG와 검찰의 유착 의혹까지 제기될 정도였다.

양현석 대표.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양현석 대표.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승리는 왜 클럽에 손을 댔을까

YG는 클럽과 ‘위험한 동거’를 했다. YG의 설립자 겸 대표인 양현석은 서울 홍대와 강남 인근에 클럽 NB 등을 운영한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K팝 기획사의 수장이 클럽을 운영하는 경우는 YG가 유일하다.

클럽은 문화 공간으로서의 순기능도 하지만 승리가 이사로 있는 강남 클럽 버닝썬처럼 마약과 성범죄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잡음이 터지면 회사와 소속 연예인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많은 기획사가 쏠쏠한 돈벌이에도 불구하고 클럽 사업을 주저하는 이유다. 하지만 양 대표는 달랐다. 그는 클럽 운영 등을 통해 모은 돈으로 사세를 넓혔다. 양 대표의 경영 방식을 어려서부터 지켜본 승리가 큰 심적 부담 없이 버닝썬 사업에 관여했을 거라고 연예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20여년째 연예계에서 일하는 대형기획사 고위 관계자는 “승리가 방송에 나와 버닝썬 홍보이사 활동을 알리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며 “이미지 관리가 생명인 연예인, 특히 아이돌을 관리하는 기획사 입장에선 회사뿐 아니라 소속 연예인이 클럽 사업에 관여하려 한다면 우선 반대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주장했다.

◇‘인성’ 강조한 JYP와 달라

양 대표는 1990년대 원조 아이돌그룹 서태지와 아이들로 활약한 가수 출신 제작자이다 보니 아이돌의 자율성에 힘을 실어주기로 유명하다. 같은 가수 출신이지만 JYP를 세운 박진영이 인성을 강조하는 것과 정반대의 인재 육성 방식이다.

자율성 강조는 창작자의 의사를 존중해준다는 측면에서 중요하지만, 인기에 취한 젊은 아이돌에게 때론 날카로운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 YG 사정에 정통한 한 연예계 관계자는 “YG는 철저히 아티스트 위주로 돌아가 매니저 등 스태프에겐 힘이 없다”며 “옆에서 아티스트에 잔소리라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분위기가 조성이 안 돼 견제가 어렵다”고 전했다. YG는 지난달 26일 승리의 성 접대 의혹이 불거지자 “조작된 메시지로 구성된 오보”라고 보도자료를 냈다. 검증 없이 승리 말만 믿고 입장을 냈다가 거짓말을 하게 된 꼴이다. YG는 “철저하게 관리하지 못한 점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사과했다.

승리 사태를 계기로 기획사의 체질 개선 요구도 늘고 있다.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는 “방탄소년단 등 K팝 아이돌그룹을 좋아하는 해외 팬 중엔 K팝 아이돌의 깨끗한 이미지에 끌려 팬이 된 이들이 적지 않다”며 “해외 팬도 K팝 아이돌에 윤리를 기대하는 분위기라 기획사들이 향후 매니지먼트 방향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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