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최근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직전 20년 이상 거주하던 경기 분당 아파트를 자녀에게 증여한 뒤, 그 집에 월세로 거주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꼼수 증여’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이는 부동산 부자들 사이에서 요즘 애용되는 ‘인기 절세 비법’인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최 후보자의 인사청문요청서에 따르면, 그는 본인 명의로 세종시 반곡동 155㎡ 아파트 분양권(4억973만원)을, 배우자 명의로 서울 송파구 잠실동 59㎡ 아파트(7억7,200만원)를 소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그는 이밖에 경기 성남시 분당구 84㎡ 아파트 임차권(3,000만원)도 함께 신고했다.

이 가운데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는 최 후보자가 1996년 매입했지만 지난달 18일 딸과 사위에게 증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증여 이틀 뒤 이 집을 보증금 3,000만원, 월세 160만원으로 임차해 현재 거주하고 있다. 지명 직전 증여하면서 이 아파트는 이번 재산목록에서 제외된 상태다. 국토부 측은 “딸 부부에 대한 증여는 정상적으로 증여세를 내고 진행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런 최 후보자의 증여는 여러모로 ‘절묘한 한 수’였다는 비아냥을 사고 있다. 다주택자 비난을 피하는 동시에 세금도 아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낸 셈이기 때문이다.

이날 양지영 R&C 연구소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서울 25개 구의 올 1월 아파트 매매 거래(1,889건)는 전달보다 20.6% 줄어든 반면 증여(1,511건)는 25.4%나 늘어났다. 특히 영등포구는 전체 아파트 거래 325건 중 증여가 198건으로 61%를 차지했고 송파구(50%)와 마포구(49%) 등에서도 증여 비율이 높았다.

올 들어 증여가 크게 증가하는 이유는 내달 예정된 아파트 공시가격 인상과 무관하지 않다. 여기에 임대사업자 혜택이 크게 줄어든 점도 영향을 미쳤다. 다주택자들이 보유ㆍ양도세 부담이 높아질 것을 우려해 차라리 증여를 택한 것이다.

특히 최 후보자는 딸과 사위에게 절반씩 나눠 증여를 했는데, 이 경우 과세표준이 줄어들어 증여세도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 증여한 분당 아파트가 최근 9억원에 매물로 나온 점을 감안하면, 딸에게만 증여할 경우 세율이 30%(2억7,000만원)까지 치솟지만 4억5,000만원씩 쪼개면 세율이 각각 20%씩(합계 1억8,000만원) 적용되기 때문이다.

한편 2004년 최 후보자가 배우자 명의로 매입한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 역시 재건축을 앞두고 있어, 그가 분당 주택을 보유했음에도 '재건축 수익'을 겨냥하고 조합원 권리를 취득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현재 이 아파트에는 전세 보증금 7억1,000만원을 낸 세입자가 거주 중으로, 최 후보자는 이 집도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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