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장재연 아주대 예방의학과 교수 

급기야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사회적 기구까지 구성될 모양이다. 한반도에 사는 사람 모두가 편하게 숨쉴 권리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이를 만족시킬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한 정부가 정파와 계층을 초월해 머리를 맞대고 돌파구를 찾겠다는 절박한 시도다. 그러나 과연 미세먼지가 세상에 없는 아이디어를 찾아야 해결될 새로운 현상인지, 또 해법을 도출하는 데 정파나 계층 간 이해가 엇갈리는 문제인지 의문이 든다. 그래서 “단기간에 미세먼지를 감축할 획기적 방법은 없으며, 모든 사람의 희생과 꾸준한 노력만이 해법”이라고 주장하는 미세먼지 전문가 장재연(62) 아주대 예방의학과 교수(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를 만났다. 그는 “미세먼지 마스크가 더 해롭다” “중국의 영향보다 국내 영향이 더 크다”는 등의 소신을 굽히지 않아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이기도 하다.

온종일 서울에 미세먼지 나쁨 발령이 내렸던 11일 장재연 아주대 예방의학과 교수(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가 서울 강남구 양재동 숲과나눔재단 사무실에서 정영오 논설위원과 만나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고영권 기자 /2019-03-11(한국일보)

_1985년부터 국내 미세먼지 문제를 연구해 온 이 분야 최고 전문가인데, 우선 요즘 모든 국민이매일 아침 확인하는 ‘미세먼지 나쁨’ 기준에 대한 기본 개념과 그 위험성부터 설명해 달라.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 역학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미세먼지 PM10(크기 10㎛ 미만 입자)과 PM2.5(2.5㎛ 미만 입자) 중 PM2.5가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상관관계가 더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PM2.5의 연평균 먼지 농도가 10㎍/㎥ 이하일 경우 도시민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통계적으로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런데 이런 기준을 만들던 2000년대 초반에는 PM2.5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해 PM10 농도의 절반을 PM2.5의 기준으로 설정했다. 또 건강에 유의미한 수치는 연평균이지만, 사람들이 매일 관심을 기울이도록 하기 위해 연중 미세먼지 농도가 최악인 3일을 통계적으로 계산해 24시간 평균 권고기준을 정했다. 그것이 PM2.5 25㎍/㎥, PM10 50㎍/㎥이다. 이 이하를 유지하면 연평균 기준을 달성할 수 있으며,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WHO에 따르면 가이드라인을 충족하는 공기를 마시는 사람은 세계 인구의 10% 미만이다. 그래서 WHO는 각국 처지에 맞는 단계적 목표를 만들었는데, PM2.5 연평균 기준으로 1단계 35㎍/㎥, 2단계 25㎍/㎥, 3단계 15㎍/㎥이다. 하루 평균 목표는 1단계 75㎍/㎥, 2단계 50㎍/㎥, 3단계 37.5㎍/㎥이다. WHO는 연평균 기준으로 1단계 목표치에 장기간 노출되면 통계적으로 영향이 확인되지 않은 기준인 10㎍/㎥ 이하에 비해 조기 사망률이 15% 높으며, 2단계를 달성하면 9%, 3단계에는 3% 높은 수준이 된다. 우리나라는 2005년 1단계 목표를 2016년 2단계 목표를 달성했다. 미국 정부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대기오염 상태를 ‘좋음’ ‘보통’ ‘나쁨’ 등으로 표현하는 지수를 개발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가 이런 방식을 도입했다. 그런데 지난해 7월부터 우리나라 판정 기준이 미국보다 훨씬 강화됐다. 예를 들어 PM10 농도가 200㎍/㎥인 날에, 미국에서는 심장이나 호흡기가 나쁜 환자들만 조심하라고 권고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최악의 미세먼지라는 경고를 받게 된다. PM2.5 역시 55㎍/㎥까지는 일반인들에게는 아무런 권고를 하지 않는데데 우리는 나쁨으로 판정된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공기 질을 유지하는 미국보다 더 엄격한 기준이 현재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의 과도한 불안감을 조장하는 원인 중 하나다.”

_그동안의 활동을 돌아보면 1980년대 정부가 공개하지 않던 미세먼지 관련 데이터의 공개를 이끌어내고, 2000년대까지는 미세먼지 환경기준 강화를 주장해 오다 수년 전부터는 과도한 불안감을 지적하는 것으로 입장이 바뀐 듯한데 이유는.

“88년 서울올림픽 준비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공기 질 관리대책이 필요해졌고, 이를 위한 배출량 집계, 모델링, 대책 마련 등의 과제가 내게 주어졌다. 이후 미세먼지로 박사학위 논문을 쓰게 됐다. PM2.5 개념 자체를 소수 전문가만 알고 있던 시절이었는데, 1986년 1년 동안 PM2.5 시료를 채취해 발암물질 성분과 돌연변이원성을 실험하는 연구였다. (서울시는 2007년부터 PM2.5를 측정했고, 환경부의 전국 공식통계는 2015년부터 집계되고 있다.) 1986년 1년 동안 채취한 PM2.5의 연평균 농도는 무려 109㎍/㎥였다. 이후 정부의 저감정책과 시민단체의 감시 덕분에 30여 년 만에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세계 최악의 공기오염국이던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 중위권 수준으로 향상됐다. 물론 여기에 만족할 수는 없다. 공기 질 2단계에서 3단계로 더 진전을 시키려면 이전 대책과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공기가 세계 최악의 수준이라는 식의 부정확한 정보가 넘쳐나는 것이 문제다. 불안감은 환경오염 개선 의지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작금의 미세먼지에 대한 불안은 공포 수준으로 변해서 오히려 건강과 환경에 해가 되는 대책들을 찾고 있다. 또 3단계 목표를 달성하는 올바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_연평균 미세먼지가 장기 추세로는 줄어들고 있는 것은 맞지만 2012년 이후 감소치가 정체되거나 조금 올라가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세먼지 나쁨 상태가 며칠간 이어지는 등 고농도 상황이 더 자주 빈발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일부 전문가 분석대로 지구온난화 추세와 관련이 있다면 상황이 점점 심각해질 텐데.

“올해 상황이 장기적 변화 추세인지는 지금 판단할 수 없다. ‘변화’와 ‘변동’을 구분해 봐야 한다. 기온으로 따지면 작년이 가장 더웠지만 두 번째 높은 기온은 1994년이다. 지구온난화라는 장기 변화 때문에 점점 더워지지만, 1994년도에 유난히 올라가는 특별한 변동이 벌어진 것이다. 이달에 벌어진 일주일간의 미세먼지 나쁨 지속이 기후변화와 관련 있지 않을까 추정할 수는 있지만, 한 번의 사례로 이를 단정할 순 없다. 미세먼지 농도가 치솟을 때만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그래서 정부도 ‘비상저감 대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설명했듯이 건강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다. 이는 상시 저감대책이 건강을 지키는 데 효과적이라는 뜻이다.”

장재연 아주대 예방의학과 교수. 고영권 기자 /2019-03-11(한국일보)

_정부의 미세먼지 비상저감 대책은 아무리 강화해도 별 소득이 없는 건가. 노후 경유차 2부제, 미세먼지 마스크 무용론을 주장해 왔는데.

“미세먼지 농도가 이미 높아진 상황에서 일부 차량 운행을 제한해봐야 소용없다. 기상이 정체돼 미세먼지가 높아진 상황은 실내에서 창문 걸어 잠그고 고기를 굽느라 연기가 가득 찬 것과 같다. 그때 고기 굽기를 멈춘다고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 게다가 산업시설이나 자동차가 고기 불판 끄듯 완전히 멈출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결국 상승 속도는 다소 늦출 수 있을지 모르나, 농도는 계속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를 잘 알면서도 단순히 국민 불안감을 달래려 생업을 멈추게 하는 건 역효과만 부른다. 저감 대책을 따르더라도 효과가 없으니 정책 불신만 커질 뿐이다. 비상시 한시적 운행 제한보다, 꾸준히 경유차 석탄발전소 등 오염원을 줄여나가는 방법밖에 없다. 그래도 차량운행 제한을 하겠다면 출퇴근 시간에 대중교통 증차 등의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 지금도 포화 상태인데 자가용 출퇴근 인구가 대중교통으로 몰리면 어떻게 되겠나.

마스크는 약간 다른 문제다. 마스크를 쓰면 물론 흡입하는 미세먼지 양이 줄어든다. 하지만 마스크를 착용할 때 나타날 위해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마스크 탓에 숨을 제대로 못 쉬는 문제다.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성능이 높은 마스크일수록 숨쉬기가 어렵다. 숨을 못 쉬는 것보다 몸에 나쁜 건 없다. 미국 흉부학회도 가이드라인을 통해 보호용 마스크를 착용하면 숨쉬기가 힘들어져 육체적 부담을 준다고 경고한다. 1회 호흡량을 감소시켜 호흡빈도를 증가시키고 폐에서 환기가 감소해, 심박출량 감소 같은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거다. 노인이나 어린이 환자에게는 자칫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미국,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는 마스크 착용 시 불편함을 느끼면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_국내 오염원을 줄이는 상시 대책이 더 중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때는 중국 등 국외(國外) 유입물질이 최고 80%까지 치솟으니 비상저감 조치라도 필요하지 않을까. 환경부 장관이 말한 것처럼 건물 옥상에 미세먼지 정화장치라도 설치한다든지….

“미세먼지가 극심한 중국 일부 지역에 그런 장치를 사용한다는 보도가 있지만, 아직 교육용이나 전시용으로 몇 개 설치한 것이다. 교실마다 공기청정기를 설치한다 해도 지금 같은 상황이면 그런 장치를 가동하는데 필요한 전기를 더 만드느라 미세먼지 발생량이 늘어나지 않을까. 국외 유입량을 감안해도 국내 미세먼지 발생량 감축이 가장 확실한 미세먼지 농도 약화 방안이다. 이는 2002년부터 2011년까지 장기 추세로 확인한 것이다. 이 기간 서울의 PM10 배출량이 40% 감소하자, 대기 중 PM10 농도도 38% 감소했다. 미세먼지 농도는 길가와 보도가 다를 정도로 거리가 멀수록 급격히 감소한다. 미세먼지 농도에 영향을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가까운 곳의 미세먼지 발생량이다.”

_‘중국이 국내 미세먼지 증가의 주요 요인’이라는 통설을 부인하는 것인가.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과거 유럽의 산성비 분석이나 최근 온실가스와 오존층 관련 국제협약 과정에서 대기오염물질이 이웃 국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상식이 됐다. 중국 학자가 제일 먼저 자국 미세먼지가 다른 나라에 영향을 미친다는 논문을 국제 최고 수준 학술지에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확한 영향력 수치에 대해서는 정밀 공동조사가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각국의 정확한 오염물질 배출량 데이터가 중요하다. 유럽은 모든 나라가 관련자료를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상호 영향을 미치는 오염량을 정확히 계산해 공개한다. 하지만 중국은 정확한 최근 오염물질 배출량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웃나라의 영향력을 정확히 계산하기가 매우 어렵다. 지금까지 국립환경과학원이 중국의 영향력을 모델링할 때 사용하는 미세먼지 발생량은 2010년 기준, 우리나라는 2014년 기준이다. 중국이 미세먼지 감축 노력을 통해 그동안 40% 이상 줄여왔다는 점과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PM2.5 발생량 산정 기준을 강화해 그전보다 두 배 가까이 배출량이 많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 영향력은 과장되고 한국의 발생량은 축소됐을 가능성이 크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이에 대해 각국의 변동 상황은 추정치로 보정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 올해 말부터 중국의 발생량 기준을 2017년으로 업데이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중국발 미세먼지 영향을 정확히 확인하려면 공동연구가 필요한데, 우리 정부가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책임 회피를 위해 중국이 수긍하기 힘든 모델링 결과를 제대로 공동연구도 하기 전에 미리 발표해, 중국 정부의 불신을 사고 있다는 점이다. 미세먼지 해결에 국제적 협력이 꼭 필요한 만큼 당사국 간 신뢰가 우선돼야 하는데 우리 정부는 정반대로 하고 있다.”

_대기 정책 책임자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우선 미세먼지 오염 원인을 명확하게 밝히고 이를 줄이기 위해 국민 협조를 구해야 한다. 전기요금 인상 등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화석연료 사용을 더 줄여야만 미세먼지 발생을 줄일 수 있다고 설득해야 한다. 미세먼지 농도를 WHO 기준 1ㆍ2단계까지 낮추는 데는 굵직굵직한 대형 오염원만 줄여도 효과가 쉽게 나타난다. 정부가 미세먼지를 대기오염 관리 대상에 포함하고 측정을 시작한 1995년 이후 연탄과 석유 등 연료의 전환 및 개선과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만으로도 미세먼지 농도가 꾸준히 낮아졌다. 하지만 2012년 이후 하락추세가 눈에 띄게 둔화했다. 현 수준에서 3단계 이상으로 공기 질을 개선하려면 더 비상한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PM2.5를 줄이기 위해서는 대기 중 암모니아와 같은 물질과 결합해 생기는 ‘2차 발생 초미세먼지’도 줄여야 해 관리대상 배출원이 광범위하게 늘어난다. 연료정책과 규제기준을 강화하고 대기업 위주의 단속만으로도 공기 질이 개선되는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는 중소기업, 영세기업, 자영업자뿐 아니라 축사 등 농어촌 지역의 암모니아 관리도 중요해졌다. 경유 자동차뿐 아니라 휘발유자동차 이용도 줄여야 한다. 전기요금이 오르더라도 석탄발전을 천연가스(LNG)발전으로 전환해야 하고, 야외 쓰레기 소각도 막아야 한다. 지금은 단속 예외지역인 오토바이나 선박도 관리해야 할 것이다. 환경 선진국들은 모두 이런 노력을 거쳐 지금 단계에 도달했다. 매일 미세먼지 마스크를 교체하느라 드는 비용을 생각하면 감수할 수 있는 고통이다. 주변국 탓부터 할 게 아니라, 이를 위해 우선 국민 공감대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

인터뷰= 정영오 논설위원 young5@hankookilbo.com

정리= 변한나(논설위원실 사원)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