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합계출산율이 0.98이라고 통계청이 발표했다. 이제 합계출산율 1.0 이하 시대를 맞아 더 많은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다. 그런데 왜 지금 0.98의 합계출산율이 나왔을까? 흔히 접하는 돌봄ㆍ교육 비용 등 진단 외에 우리에게는 역사적 원죄가 있다. 국가가 앞장서서 권장했던 낙태다. 이것이 합계출산율 0.98의 비밀이다.

‘MR(월경조정술)사업’은 보건소가 임신 초기 낙태를 무료로 해준 사업이다. 당시나 지금이나 불법인 낙태를 국가가 앞장서 해 준 것이다. 1974년 시작해 89년까지 115만여건이 이뤄졌다. 연 평균 7만명 수준의 국가 주도 낙태다. 게다가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83년 약 16만 건까지 사업실적이 올라가는 등 80년대에는 연 10만건이 넘는 낙태가 이루어졌다. 결과는 출생아 수의 감소, 즉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의 성공(?)이다. 70년대 연 80만~100만명 수준의 출생아 수가 80년대에는 60만명대로 내려갔다. 80년대를 지나며 연간 출생아 수는 62만~63만명 수준을 유지한다. 그리고 초음파검사에 따른 여아 낙태가 크게 늘어나자 80년대 말부터 강력 단속이 시작됐다. 그 결과 91년 출생아 수가 다시 70만명 이상으로 올라갔다. 국민 입장에서는 국가가 불법 낙태시술을 해주고 또 묵인해 준 상황이었기 때문에 초음파검사 후 여아 낙태에 대한 죄의식 자체를 가지기 어려웠다(정재훈 외. 저출산ㆍ고령사회 기본계획 특정성별영향분석평가, 2017).

그런데 합계출산율은 가임 여성(15~49세) 1인이 평생 낳은 아이 수다. 현재 공식의 분모를 구성하는 가임 여성의 상당수는 한창 출생아 수가 80만~100만명을 헤아린 70년대생이다. 하지만 지금 출산 여성의 대부분은 여아 낙태에서 살아남은 ‘82년생 김지영 세대’다. 앞으로도 당분간 합계출산율이 1.0을 넘기 어려운 이유다. 혼인율은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의미한다. 전체 인구 규모는 그대로인데, 한창 혼인할 80년대생 인구 규모가 작다보니 혼인 건수도 적고 혼인율도 낮은 것이다. 흔히 말하는 저출산 요인이 그대로라고 본다면, 출산율과 혼인율ㆍ혼인건수는 당분간 이 상태를 유지하다 90년대생들이 결혼하고 출산할 때, 그리고 70년대생들이 출산율 계산 분모에서 사라지기 시작할 때 올라갈 것이다. 숫자놀음은 이렇다 치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국가주도 낙태가 산아 제한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누군가는 강변할 것이다. ‘눈부신 경제성장’ 결과에 대한 자부심에서 나올 만한 목소리다. 그런데 한번 다르게 생각해 보자. 그렇게 눈부신 성장이 지금과 같은 아이 낳아 기르기 어려운 세상을 초래하지 않았나? 당장 필요하다면서 낙태라도 해서 인구수를 줄여야 한다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관점을 토대로 정책을 만들어서 밀어붙였다. 그리고 이 방식대로 지금은 출산장려금 수천만 원을 줘서라도 인구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맥락에서 앞으로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높아질 것이다.

특단의 대책 본질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틀로 정책의 판을 확 바꾸는 것이다. 낙태 비용을 부담했듯이 돈 줘서 아이 낳게 하는 틀을 그대로 놔둔다면 특단의 대책이 아니다. 근시안적 대책으로 당장 어떤 결과를 과시하려는 구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출산 주체로서 여성과 가족의 입장에서 정책을 설계하고 한국 사회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엄마도 별 제한 없이 아이에게 자신의 성(姓)을 물려줄 수 있어야 하고, 예산 제한 핑계 대지 말고 국공립 보육시설을 파격적으로 늘려야 한다. 초등학교 과정 정도라면 더 이상 학교가 교육만 하는 곳이 아닌, 돌봄의 장소가 돼야 한다는 인식의 변화를 이뤄야 한다. 이런 것이 특단의 대책이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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