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역사 안에 병원균의 역할을 포섭한 선구적 학자 알프레드 크로스비가 1년 전 오늘 별세했다. 텍사스대 사진

16세기 스페인의 약탈자 에르난 코스테스의 군대가 ‘아즈텍’ 등 중남미 문명을 쉽사리 정복ㆍ지배한 데는 무기와 군사력뿐 아니라 천연두를 비롯한 유럽의 전염성 병원균이 ‘기여’했다는 건 이제 상식이다. 그 병원균들은 15세기 말 콜럼버스의 산타마리아호에도 승선해 바하마군도의 아라와크(Arawaks)족 공동체를 와해하는 데도 보이지 않게 날뛰었다.

그런 이해로 인간 역사는 민족ㆍ인종 집단의 작위를 넘어 세균의 차원으로 확대됐다.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1997년 책 ‘총 균 쇠’가 저런 통찰을 집대성한 저서로 평가받지만, 사실 그 기틀은 1년 전 오늘 작고한 텍사스대의 역사학자 알프레드 크로스비(Alfred Crosby, 1931.1.15~2018.3.14)가 닦았다고 해야 한다.

크로스비는 1972년의 역작 ‘콜럼버스의 교역: 1492년의 생물학적ㆍ문화적 결과(The Columbian Exchange)’란 책에서 저 생물학적 사실을 처음 제기했다. ‘1492년’의 저 사건 덕에 이탈리아는 비로소 토마토를 맛보게 됐고, 아일랜드는 감자를 알게 됐고, 전 유럽은 옥수수를 먹게 됐다. 대신 신대륙은 유럽의 소와 말과 양을, 밀과 귀리를 얻었다. 크로스비는 “1492년 10월, 대서양 양편의 두 세계는 빙하기를 거치며 쪼개진 이래 비로소 동질성을 획득하기 시작했다”고, “콜럼버스는 찢긴 판게아(Pangaea)를 다시 기운 사람”이라고 평했다.

전통 역사학에 고고학과 고생물학, 식물학, 의학사와 인구학까지 버무린 그의 원고는 이름 있는 출판사 21곳이 잇달아 출간을 거절하는 바람에, 탈고한 지 3년여 만에야 코네티컷의 한 작은 출판사(Westport)에서 책으로 엮였다. 병원균의 영향을 더 중점적으로 다룬 94년의 책 ‘세균, 씨앗, 동물’과 86년의 ‘생태제국주의(Ecological Imperialism)’ 등 일련의 저서로 그는 생태사학이란 특별한 영역을 넘어 역사학의 지평을 대폭 확장했다.

비포ㆍ애프터 콜럼버스로 불리는 베스트셀러 ‘1491’(2005)과 ‘1493’(2011)의 저자 찰스 만(Charles Mann)은 “나를 비롯한 다수의 학자가 쓴 관련서들은 사실 크로스비의 책에 주석을 단 것에 불과하다”며 “그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예외적이고 독립적인 학자였다”고 평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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