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말하는 한중 미세먼지 공조 대책
한중일 제각각 주장 남발… 유럽 모델처럼 인식공동체 모색을
광주에 8일째 이어진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해제된 지난 7일 오후 남구 사직공원에서 바라본 도심 하늘(오른쪽)이 이틀 전(왼쪽)과 달리 맑다. 광주=연합뉴스

중국과의 미세먼지 갈등을 해결하려면 1차적으로 한국이 취해야 할 태도는 뭘까. 주요 해외언론과 전문가들은 우선 감정적으로 중국을 몰아붙이는 걸 자제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한국인들이 마셔야 하는 미세먼지 주범이 중국’이라는 비판에 중국이 책임론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감정 대립은 사태 해결을 힘들게 할 뿐이라는 지적이다. 가해국과 피해국의 협약을 통해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한 유럽 모델도 장기적 관점에서의 상호 인내와 협의를 통해 가능했다는 것이다.

10일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 한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일리노이공대 매튜 샤피로(정치학) 교수는 중국발 미세먼지 논란 관련 기고문에서 “단순히 중국을 향해 손가락질하는 건 미세먼지 완화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 문제는 궁극적으로 양국의 협력을 요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미세먼지 갈등의 실체는 국제경제에 있다”며 “중국과 경제적으로 긴밀하게 연관된 한국도 중국발 미세먼지에 일부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중국 미세먼지에 책임이 있다는 사피로 교수의 논리는 이렇다. 한국이 전세계에서 중국과 가장 많은 교역을 하고, 미세먼지를 양산한 중국 경제발전의 혜택을 누려 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중국이 배출하는 이산화황의 3분의1, 질소산화물의 4분의1, 일산화탄소의 4분의1, 탄소의 17%는 수출용 상품 생산에서 나온다”며 국제 분업관계에서 한국이 대중 교역에서 이익을 얻을수록 미세먼지 증가에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한국이 중국으로 유입되는 해외직접투자(FDI)의 6~10%를 차지하는 점을 들며 “상관관계 분석에 따르면 한국에서 중국으로 흘러가는 투자가 중국의 화석연료 소비와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전했다. 결국 한국도 간접적으로 중국 미세먼지에 책임이 있는 만큼 △교섭과 협력 △친환경 기술 공유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1970년대 영국ㆍ서독과 북유럽국가들의 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일방적 요구를 하는 대신 절충점을 모색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등에서 발생한 산불 피해가 확산된 2017년 수마트라 아체주 믈라보에서 학생들이 마스크를 쓰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국제 협력을 활성화한다는 차원에서 한중 미세먼지를 한ㆍ중ㆍ일 다자체제로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ㆍ중ㆍ일 3국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장기간 논의하면서 대기환경 개선이 동아시아 국가 모두에 이익이 된다는 ‘인식공동체’를 형성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야리메 마사루 홍콩과기대 공공정책과 교수는 2017년 작성한 논문에서 “동아시아에도 ‘장거리이동 대기오염물질 공동연구사업(LTP)’, ‘동북아환경협력고위급회의(NEASPEC)’ 등이 도입되었지만, 대기오염을 줄이는데 성공하지 못했다”며 그 원인으로 ‘인식공동체’의 분열’을 꼽았다. 유럽에선 대기오염의 생태적, 사회적, 경제적 영향에 대한 의견 일치가 존재했지만, 한ㆍ중ㆍ일은 현 상황 자체를 다르게 인식하고 있어 각자 주장만 남발하고 있다는 얘기다. 마사루 교수는 “협약 내 공통된 활동을 통해 유럽과 마찬가지로 ‘인식공동체’를 형성하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한중과 마찬가지로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다가 협력하게 된 사례를 눈 여겨 보아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대표 사례가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지역의 숲을 태우는 과정에서 발생한 연무로 싱가포르는 2010년대 초반까지 심각한 대기오염 피해를 겪었지만, 비난만 하는 대신 강력한 규제와 경제적 지원을 혼용한 유연한 대응으로 일부 성과를 냈다. 소방헬기 및 인력을 지원하는 회유책과 함께 인도네시아 산림훼손 책임자는 싱가포르가 제재하겠다는 법을 만들었다. 결국 인도네시아 정부는 수십 년 간 거부해왔던 ‘월경성 연무 오염 아세안 협정(AATHP)’을 2014년 비준하고, 2016년 이탄지 모라토리엄, 지난해 팜오일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는 등 무질서한 산림 방화를 막겠다는 뜻을 싱가포르에 전달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홍윤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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