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 2017년 10월 한국시장 철수, 재고도 바닥
심장이식수술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소아용 인공혈관 공급이 끊겨 국내 환아들이 심장수술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자, 정부가 제조사인 ‘고어(Gore)’를 방문해 직접 공급 재개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어와 언제 만날지 구체적 일정은 잡지 못한 상태라서 언제쯤 공급이 재개될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0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함께 빠른 시일 내에 미국의 고어를 방문해 공급 재개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식약처가 국내 환자들의 상황과 공급 재개 필요성을 강조하고, 복지부는 국내 치료재 가격 책정이 어떻게 개선됐는지 설명할 계획이다. 아웃도어 의류소재인 ‘고어텍스’로 유명한 고어의 의료사업부가 공급하던 인공혈관은 기형 심장을 갖고 태어난 소아의 심장수술에 꼭 필요한 제품이지만, 고어 의료사업부가 2017년 10월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공급이 완전히 끊겼다. 올해 들어 병원들이 미리 확보했던 재고가 떨어졌고, 예정된 수술이 연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고어가 인공혈관 공급을 중단한 이유는 건강보험이 지급하는 수가가 너무 낮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 관계자는 “고어가 직접 이유를 밝힌 적은 없다”면서 “주한미국대사관 등을 통해 알아본 결과, 낮은 가격과 제조 및 품질관리(GMP) 제도 부담이 주된 이유로 꼽혔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8일 인공혈관과 봉합사의 공급 재개를 요청했으나 인공혈관 공급은 거부당한 상태다. 고어는 이달 8일 보내온 회신에서 국내에 대체품이 없는 봉합사는 공급이 가능하지만, 인공혈관은 타사 제품이 존재한다는 이유로 공급이 불필요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소아 심장의 폰탄수술(우심방-폐동맥 우회술 총칭)에 쓰이는 인공혈관은 국내에선 고어 제품 이외엔 대체품이 없는 상황이다, 폰탄수술에 주로 쓰이는 폴리테트라 플루오로에틸렌(PTFE) 재질의 10mm 이상 인공혈관의 경우 고어만 생산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같은 직경의 타사 제품이 있지만 재질이 다르고 성능이 떨어져서 국내 의료진들이 사용을 꺼린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에 미국에 가서도 이 점을 적극적으로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정부는 고어가 공급만 재개하면 바로 수입이 가능하도록 준비를 마친 상황이다. 식약처는 지난달 고어가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취소한 인조혈관 수입허가를 되살렸다. 복지부 역시 지난해 고어가 공급을 중단하지 않은 제품들에 대해 수가를 올렸고, 희소ㆍ필수 치료재에 대해선 건보 수가 책정 기준을 완화한 상태다.

다만 언제쯤 한국 정부와 고어 측이 만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식약처 관계자는 “저희는 아무리 늦어도 3월 안에는 만나자는 의사를 전달한 상태이고, 주미한국대사관도 나서서 미팅을 도와주기로 했지만 (언제 만날지에 대한) 고어의 답이 늦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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