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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언 나서지 않았던 위안부 피해자의 삶에도 질문 던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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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언 나서지 않았던 위안부 피해자의 삶에도 질문 던져야”

입력
2019.03.10 18:00
수정
2019.03.10 19:2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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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일본 사회학자 도미야마 이치로 도시샤대 교수 

도미야마 이치로 교수는 “전후를 천황의 폐기로 시작하지 못한 일본에는 무참함이 깊어가고 있다. 이를 방치하면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시대’가 이어진다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둘러싼 상처를 다시 묻어두는 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8일 서강대에서 진행된 인터뷰 통역은 정유진 전 도시샤대 조교수가 맡았다. 강윤주 기자
도미야마 이치로 교수는 “전후를 천황의 폐기로 시작하지 못한 일본에는 무참함이 깊어가고 있다. 이를 방치하면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시대’가 이어진다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둘러싼 상처를 다시 묻어두는 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8일 서강대에서 진행된 인터뷰 통역은 정유진 전 도시샤대 조교수가 맡았다. 강윤주 기자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240명. 10일 현재 22명만 생존해 있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91세. ‘피해자 없는 위안부 피해자 운동’을 준비해야 하는 시대가 곧 온다는 얘기다.

8일 서강대에서 만난 일본 역사학자 도미야마 이치로(富山一郞) 일본 도시샤대 교수는 “일본 정부에 대한 책임을 꾸준히 묻는 것과 동시에 피해자들의 증언을 어떻게 바라보고, 기억할지 새로운 인식의 틀을 고민해볼 시점이 됐다”라고 말했다.

도미야마 교수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과 일본군의 대대적 전투가 벌어진 오키나와의 근현대사를 연구하며 전후 체제의 폭력성을 화두로 던져왔다. 지난 7, 8일 서강대에서 열린 '전쟁, 여성, 폭력 : 일본군 위안부를 트랜스내셔널하게 기억하기’ 학술대회에 참석하려 한국을 찾았다.

그간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피해자들의 공개 증언에만 의존해 해결을 모색해 왔다. 피해자들은 끔찍한 고통을 말하고 또 말해야 했다. 문제는 이런 증언조차 ‘선별’돼 왔다는 점이다.

1991년 8월 김학순(1924~1997)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임을 공개 석상에서 최초로 밝히며 일본 정부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보다 16년 앞서 증언도 있었다는 사실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일본 오키나와에 살던 배봉기(1914~1991) 할머니였다. “부끄러워 고국에는 돌아가지 못하겠다”며 해방 이후에도 오키나와를 떠나지 않은 그는 불법 체류자 신분이 문제가 되면서 강제로 ‘커밍 아웃’을 당했다. 한국 사회에서 배 할머니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당시 군사정권이 일제 피해자와 유족이 일본에 보상을 요구하는 것을 억누른 탓이다.

도미야마 교수는 “위안부 피해자의 증언들이 전부 똑같이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말을 해도 제대로 인정 받지 못하는 2차 폭력을 지켜 본 이후 말을 아예 하지 않기로 한 피해자도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에 피해자로 등록하지 않거나 증언에 나서지 않았던 분들의 삶에 대해서도 이제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안부 문제를 특정 피해자 혹은 과거의 문제로 못박지 말고 ‘지금 나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도미야마 교수는 제안했다. 일본에서 성폭행 피해자 최초로 미투 운동에 나선 이토 시오리 기자가 지난해 한국을 찾아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1926~ 2019) 할머니를 만난 것에서 시대와 지역을 뛰어 넘은 연대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고 제시했다.

“두 사람이 겪은 고통과 상처가 같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그러나 다른 시대, 다른 지역에 살았던 사람들이 연결 고리를 찾아 문제를 확대시켜 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지금까지는 우리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만 묻고, 피해자들만 발언권을 얻어 말해 왔습니다. 그런 식으로는 ‘할머니들이 돌아가시면 어쩌지’를 걱정할 수 밖에 없는 겁니다. 모든 것을 피해자에게 떠넘기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얘기를 들어 온 우리들이 나서야 할 때입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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