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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풍 세트장·순천만… 발길 닿는 곳곳 ‘인생샷’ 하루가 짧아

입력
2019.03.08 04:4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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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재발견 시티투어버스] <16> 순천

전남 순천시 시티투어 도심순환코스 이용객들이 순천역 앞에 대기 중인 트롤리버스에 올라타고 있다.
전남 순천시 시티투어 도심순환코스 이용객들이 순천역 앞에 대기 중인 트롤리버스에 올라타고 있다.

전남 순천시가 지난해 8월 도심순환코스에 투입한 시티투어버스는 고풍스러운 외관을 자랑한다. 순천역을 기점으로 순천시내 주요 관광명소를 순환하는 관광버스로 1900년대 세계 유명 도시에서 유행한 무궤도 전차 ‘트롤리’에서 착안한 교통수단이다. 도심순환코스는 해설사 없이 순천역을 출발해 연향동 패션의 거리, 드라마촬영장, 순천만습지, 국가정원, 웃장 국밥거리, 향동 문화의 거리를 거쳐 순천역으로 돌아오는 노선이다. 첫차는 순천역에서 오전 9시, 막차는 오후 5시40분까지 매일 10차례 운행한다. 관광객들은 내리고 싶은 곳에 내려 자유롭게 관광한 뒤 다음에 오는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버스 시간을 고려해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마음에 드는 관광지에서 오랫동안 관광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요금은 5,000원(성인기준)으로 순환버스다 보니 별도의 예약 절차는 없이 선착순으로 티켓을 구입하면 된다. 티켓을 구입하면 주요 관광지 입장료 할인 혜택이 있다.

지난달 탑승한 트롤리버스 내부는 목재로 된 독특한 장식에 이색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출발한 지 10분쯤 지나자 첫 번째 코스인 연향동 패션의 거리에 도착했다. 이곳은 90년대 초 신도심 도시계획에 따라 형성된 곳으로 병원, 금융기관, 의류, 서점, 상설시장 등 다양한 상가가 들어선 지역이다. 의류, 화장품 등 쇼핑시설과 분식, 패밀리레스토랑 등 맛집이 즐비하다. 다음 코스는 드라마촬영장으로 향했다. 버스에서는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시대별로 3개 마을, 200여채의 집이 지어진 국내 최대의 규모로 50~60대에게는 그리운 향수를, 청소년들에게는 60~80년대 달동네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란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촬영장에 도착한 관광객들은 매표소를 거쳐 입구에 대기해 있던 해설사의 간단한 안내를 받고 자유 체험을 시작했다.

1960~80년대 전남 순천 읍내거리와 서울의 달동네를 재현한 순천드라마촬영장에서 관광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1960~80년대 전남 순천 읍내거리와 서울의 달동네를 재현한 순천드라마촬영장에서 관광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06년에 개장한 드라마촬영장은 1960년대 순천 읍내거리와 70년대 서민들의 애환이 담긴 달동네, 80년대 서울의 변두리를 재현한 곳이다. 사랑과 야망, 제빵왕 김탁구, 강남 1970, 허삼관 등 드라마와 영화가 여기서 촬영됐다.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교복체험이다. 검은색 교복과 교련복으로 갈아입은 체험객들은 골목길을 누비고 추억의 음악실에서 고고 춤도 추면서 그 시절 학창시절로 돌아갔다. 서울에서 온 김원식(73)씨는 “아내와 함께 교복을 입고 고고장도 들어가고 사진도 찍으며 옛 추억에 젖었다”며 “수업시간에 도시락을 까먹고 친구들과 짓궂은 장난을 쳤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고 말했다. 교복체험장을 지나 사진관, 양화점, 음악실 등 옛 간판을 보자 70년대 거리를 걷는 듯했다. 세트장 안에 자리잡은 주막에서 부침개와 도토리묵 무침을 맛보고 드라마 주인공들의 집을 찾아보며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재미가 쏠쏠했다.

드라마촬영장을 나와 버스에 올라 20여분을 달리자 순천만습지에 도착했다. 관광객들은 자연생태관에서 철새와 염생식물, 저서생물을 직접 관찰하면서 다양한 정보를 얻은 뒤 바로 옆 천문대로 발길을 옮겨 망원경을 통해 겨울 철새들이 펼치는 황홀한 군무에 푹 빠졌다. 순천만에는 60~70년을 살아가는 두루미를 비롯해 노랑부리저어새, 큰고니, 검은머리물떼새 등 국제적으로 보호되고 있는 철새 희귀종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순천만에서 발견되는 철새는 230여종으로 우리나라 전체 조류의 절반가량 된다. 야간에는 망원경으로 순천만 밤하늘의 천체를 보는 별빛체험도 할 수 있다. 천문대를 나와 생태연못과 흑두루미소망터널, 자연의소리체험관을 지나 무진교에 올라서자 광활한 갈대숲과 갯벌의 멋진 풍광이 펼쳐졌다. 갈대숲이 만들어낸 낭만적인 매력에 푹 빠진 관광객들은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데크를 걷다가 아래를 보면 갯벌 속을 들락거리는 칠게와 짱뚱어도 볼 수 있다. 데크길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나지막한 산을 향해 걸은 지 40여분이 지나 숨이 살짝 가빠오자 순천만습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용산전망대에 다다랐다. 오랜만에 보는 탁 트인 하늘과 멀리 보이는 산, 순천만이 어우러진 풍경은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해질 무렵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순천만 S자형 수로는 전국의 많은 작가들이 카메라에 담기 위해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날도 사진작가들이 전망대에 설치한 10여대의 삼각대가 나란히 세워져 있었다. 전북 익산에서 온 김영진(48)씨는 “갈대 데크길을 걷기만 해도 힐링이 됐다”며 “순천만 S자 수로와 광활한 갯벌, 빽빽한 갈대숲이 너무 멋졌고 아내가 습지를 추천했는데 이곳으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습지 주변에서 먹거리를 빼놓을 순 없다. 순천만을 상징하는 짱뚱어탕과 민물장어구이, 꼬막정식에 고들빼기와 미나리 등 밑반찬이 나오는 한상 차림은 맛과 푸짐함에 놀란다.

전남 순천시 순천만국가정원을 내에 있는 호수공원을 찾은 방문객들이 다리 위를 걷고 있다.
전남 순천시 순천만국가정원을 내에 있는 호수공원을 찾은 방문객들이 다리 위를 걷고 있다.

버스는 다음 코스인 순천만국가정원 서문 앞에 섰다. 표를 끊은 관광객들은 국가정원 안내판을 보자 엄청난 규모의 정원 넓이에 놀라며 관람 시간과 동선을 짰다. 서문을 이용하면 맨 먼저 국제습지센터가 나타난다. 이곳에서 남쪽 방향으로 10분쯤 걸어 한국정원에서 각종 분재와 정원문화를 느낀 뒤 무인궤도차 스카이큐브를 타기 위해 꿈의 광장으로 이동했다. 스카이큐브는 국가정원과 습지를 오간다. 탑승료는 왕복 8,000원(성인기준)이다. 물 위에 떠 있는 미술관인 꿈의 다리를 건너면 동문 방향의 동천갯벌공연장과 중국정원이 나온다. 그 사이에 관람차 타는 곳이 있다. 짧은 시간에 많은 정원을 보려면 관람차를 추천한다. 국가정원을 걸어서 둘러보면 짧게는 2시간에서 많게는 5시간 이상 걸리지만 관람차는 30여분 만에 정원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 관람차에 올라타자 동승한 해설사의 정원 조성 과정과 사후 관리 등에 관한 이야기, 각종 식물 이름, 각국 정원에 대한 자세한 설명에 흡족했다. 관람을 마치고 동문으로 나오면 지역에서 생산된 다양한 청정 먹거리를 맛볼 수 있는 로컬푸드가 있다. 친환경 채소와 과일, 육류, 어류 등 먹거리와 주민이 직접 만든 수공예품이 전시돼 있다.

이어진 여정은 순천 재래시장인 웃장이다. 웃장은 끝자리가 5, 10으로 끝나는 날 장이 선다. 1920년대 조성된 웃장은 전국에서 규모가 가장 큰 국밥거리가 있다. 2인분 이상 주문하면 수육 한 접시는 덤으로 나온다. 웃장국밥은 텁텁하거나 누린내가 나지 않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여기에 콩나물과 양념장을 넣어 시원함과 얼큰함을 더한다. 출출해진 배를 채우고 나서 찾은 곳은 문화의 거리다. 이곳은 원도심에 위치해 순천의 오래된 이야기와 풍경이 존재하는 공간이다. 각종 갤러리와 아틀리에, 공방, 카페 등이 밀집돼 있다. 주변 골목에는 팔마비, 순천향교, 옥천서원, 기독교 역사박물관 등이 산재한다. 문화의 거리를 지난 시티투어버스는 오후 7시가 넘어 순천역에 도착했다. 젊은이들은 이색적인 먹거리와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는 청춘 아지트인 청춘창고로 향했다. 부산에서 온 양재희(23)씨는 “SNS에 올린 관광 후기를 보고 순천을 찾게 됐다”며 “도심순환버스를 타면 관광지 입장권 할인이 되고 시내 명소 대부분을 둘러볼 수 있어 이용이 편리해 선택했는데 만족했다”고 말했다.

1920년대 조성된 전남 순천 웃장 국밥거리.
1920년대 조성된 전남 순천 웃장 국밥거리.

순천에서 운영되는 시티투어버스는 도심순환코스 외에 선암사와 송광사를 돌아보는 자연생태코스가 있다. 매주 수, 금, 일요일은 선암사 방면을 운행하며 화, 목, 토요일은 송광사 방면을 운행한다. 방문지는 순천역을 출발해 선암사(송광사), 낙안읍성, 순천만국가정원, 순천만습지를 거쳐 순천역으로 돌아온다. 조계산 기슭 남쪽에 자리 잡은 선암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백제 때 창건한 1,500년이 넘은 사찰이다. 주위는 수령이 수백 년 된 상수리나무, 동백나무, 단풍나무로 둘러싸여 있다. 매표소에서 산사까지 가는 길에 만나는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는 잠시 명상에 젖게 한다. 송광사는 16국사를 비롯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고승대덕을 배출한 사찰로 합천 해인사, 양산 통도사와 함께 한국의 3대 사찰이다. 송광사 관광을 마치면 버스는 낙안읍성으로 향한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지방 계획도시인 낙안읍성은 국내 3대 읍성 중 하나로 주민이 직접 거주하는 민속마을이다. 국악, 가야금, 대장간, 길쌈, 전통혼례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밤 풍경을 즐기려면 야경투어버스를 추천한다. 5월 말까지 한시 운영하는 야경투어버스는 순천만국가정원의 별빛축제와 순천, 여수, 광양 3개 시의 관광자원을 연계한 코스다. 매일 오후 6시 순천역 인근의 청춘창고에서 출발한다. 멋스러운 야경을 볼 수 있는 야간경관코스와 내용이 있는 테마여행코스, 별빛축제를 감상할 수 있는 별빛코스가 있다. 야간경관코스는 청춘창고, 순천만국가정원, 여수 돌산공원, 밤바다 종포해양공원, 이순신대교를 거쳐 청춘창고로 돌아온다. 여행시간은 대략 3시간30분정도 걸린다. 별빛코스는 청춘창고, 순천만국가정원, 광양 느랭이골을 돌아 청춘창고에 도착한다. 테마여행코스는 순천 관내코스로 청춘창고, 드라마촬영장, 와온해변, 죽도봉공원, 문화의 거리를 둘러본다. 요금은 성인기준으로 순천 관내는 5,000원, 여수ㆍ광양 경유 코스는 8,000원으로 최소 5명 이상 예약해야 운행된다.

순천=글ㆍ사진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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