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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와 표적] 두테르테의 반미 외교노선, 한국 방산업체엔 호재

입력
2019.03.08 04:4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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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아세안 무기시장 큰손 필리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뒤 두드러지고 있는 필리핀의 ‘반미(反美) 노선’으로 한국은 방산업체가 의외의 호재를 맞고 있다. 미국산 무기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한국산 무기 수입을 고려하겠다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필리핀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1월10일 마닐라 북동쪽 산호세 델몬테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나는 미국을 싫어하지 않지만 그들이 먼저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나)에 대해 심하게 비난했다”며 자신의 반미 노선을 합리화했다. 그러면서 “나는 미국 무기 구매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스라엘이나 한국에서 무기를 구입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앞서 델핀 로렌자나 필리핀 국방부 장관 역시 지난해 6월 케손시티의 군부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필리핀 군대의 현대화 계획에 따라 잠수함을 확보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며 “한국과 러시아, 다른 나라들의 잠수함 등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오랜 기간 미국과 군사동맹 관계를 맺어온 필리핀 군대는 전통적으로 미국으로부터의 무기 수입 비중이 높다. 반미를 표방한다고 해서 돌연 미국산 무기체계에서 벗어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미국산 무기를 계속해서 수입하는 것 역시 ‘반미’를 앞세운 두테르테 대통령으로선 피하고 싶은 선택지다. 자신의 외교 노선을 살려가면서 자체적 국방력을 강화하자면 결국 다른 거래선을 터야 하고, 이에 따라 한국산 무기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한-필리핀 간 무기 교역은 급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경공격기 FA-50 12대를 4억2,000만 달러에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2017년 12대에 대한 인도를 마친 상태다. 2007년에는 한국산 K3 경기관총 등 육군 장비뿐 아니라, 수 척의 코르벳함(소형 잠수함 방어함) 수 척도 구입했다.

특히 두테르테 대통령의 한국산 무기에 대한 관심은 다소 극성맞을 정도다. 지난해 6월 공식 방한했던 그는 한국산 기동헬기인 수리온의 성능을 직접 확인해 보고 싶다고 한국측에 요청했고, 이에 우리 방사청은 수리온과 몇몇 소총 무기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 전시했다. 한국 국방부 연병장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이 수리온에 직접 탑승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이후 우리 해병대의 마린온(수리온 개량형) 추락사고 등 악재가 겹치며 수리온의 필리핀 수출은 일단 물밑으로 가라앉은 상태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그러나 “필리핀의 반미노선과 군 현대화 사업이 겹치고 있는 시기”라며 “한-필리핀 간 방산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은 지난 5년(2014~2017년) 간 필리핀에 2억 달러 이상의 무기를 판매하며 약 3억 달러를 수출한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한국 방산업체들은 최근까지 미국과 인도네시아, 유럽 국가들과 필리핀 방산시장을 두고 경쟁해왔으나, 필리핀이 최근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향후 러시아와의 경쟁 구도도 예상된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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