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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리뷰] ‘캡틴 마블’… “마블판 슈퍼우먼” VS “독자적 존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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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리뷰] ‘캡틴 마블’… “마블판 슈퍼우먼” VS “독자적 존재감”

입력
2019.03.05 23:00
수정
2019.03.0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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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첫 여성 히어로 단독 영화로 6일 개봉

※ 개봉을 앞둔 화제작의 면면을 <한국일보> 대중문화 기자들이 꼼꼼히 따져봅니다. 깊이 있으면서도 명쾌한 평가로 여러분의 선택에 도움을 드리려 합니다.

영화 ‘캡틴 마블’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 ‘캡틴 마블’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아이언맨도, 헐크도, 토르도, 닥터 스트레인지도 없다. 캡틴 아메리카는 아직 냉동인간 상태다. 어벤져스가 탄생하기 이전, 태초에 우주를 누빈 슈퍼히어로는 캡틴 마블이었다. 어벤져스의 기원으로 돌아간 마블 스튜디오의 21번째 영화 ‘캡틴 마블’(6일 개봉)이 5일 언론시사회에서 베일을 벗었다.

‘캡틴 마블’은 마블이 선보이는 첫 여성 슈퍼히어로 단독 영화다. 극의 배경은 1995년. 공군 파일럿 시절의 기억을 잃고 외계 행성의 전사로 살아가던 캐럴 댄버스(브리 라슨)가 지구에 불시착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우연히 쉴드 요원 닉 퓨리(사뮤엘 L. 잭슨)를 만난 캐럴은 과거 기억을 되찾기 위해 퓨리와 공조하고, 우주 전쟁에 휘말리면서 슈퍼히어로 캡틴 마블로 거듭난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라 불리는 마블 세계관에 발판이 되는 과거사와 여러 정보들도 담겨 있다.

지난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어벤져스3’)의 쿠키 영상에서 퓨리가 호출기로 다급하게 불렀던 이름이 바로 캡틴 마블이다. 캡틴 마블은 4월 말 개봉하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어벤져스4’)에도 등장한다. 전 세계 마블 팬들이 목이 빠져라 ‘캡틴 마블’을 기다린 이유다. 한국일보 대중문화 담당 기자들이 ‘캡틴 마블’을 미리 만났다. 영화는 12세 관람가. 감독 애너 보든, 라이언 플렉.

◆ ‘캡틴 마블’ … 제 점수는요

20자평 별점
양승준 기자 마블과 겉도는 DC ‘여성판 슈퍼맨’의 등장 ★★☆
김표향 기자 어벤져스의 비밀병기가 될지는 아직 미지수. ★★★

(★다섯 개 만점 기준, ☆는 반 개.)

영화 ‘캡틴 마블’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 ‘캡틴 마블’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DC ‘여성판 슈퍼맨’이 마블에 등장하다?

21세기 판타지 영화의 요람인 마블의 강점은 역설적이게도 영웅의 현실성이었다.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는 불의의 사고를 당한 뒤 산산조각 난 몸과 마음을 일으키기 위해 배운 초자연적 힘으로 공간과 시간을 지배하고, 제3세계에서 나고 자란 블랙 팬서(채드윅 보스만)는 소수민족의 원천 기술로 위기에 빠진 지구를 구한다. 마블은 가상의 캐릭터가 어떻게 남다른 힘을 얻게 됐고, 영웅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만화 밖 현실과 연관 지어 설득력 있게 풀어왔다. 영웅이 지닌 힘의 위대함과 한계 또한 적절히 배합해 허황함을 지운 것도 큰 장점이었다.

캡틴 마블은 마블의 미덕에 균열을 낸다. 캡틴 마블은 마블의 역대 영웅 중 가장 ‘만화 캐릭터’ 같다. 힘의 근원과 폭발의 계기가 설득력이 떨어져 영웅은 오히려 힘을 잃는다. 마블에 DC의 슈퍼맨이 등장했다랄까. 무적의 캡틴 마블은 마블 세계에서 기름처럼 겉돈다.

가장 마블답지 않은 영웅이지만 캐릭터가 보여준 진취적 여성성은 곱씹을 만하다. 캡틴 마블은 힘의 한계를 스스로 깬다. 그가 스크린에서 “통제당한 채 싸워왔다”고 한 외침은 유리천장 아래 불공정하게 싸워왔던 현실의 여성과 다르지 않다. 캡틴 마블은 여성이 그 자체로서 힘이 된다는 여성주의 담론을 의미 있게 보여준다. ‘원더우먼’의 관능적인 갤 가돗보다 친근하고 평범한 브리 라슨이 캡틴 마블을 맡아 캐릭터가 지닌 여성주의의 함의가 빛난다.

여성 영웅을 앞세운 영화는 여성 음악인의 노래로 힘을 얻는다. 커트니 러브가 이끈 록밴드 홀의 히트곡 ‘셀러브리티 스킨’, 그웬 스테파니의 칼칼한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던 록밴드 노 다웃의 ‘스파이더 웹’ 그리고 여성 3인조 힙합그룹 TLC의 ‘워터폴’까지. 1995년을 시대적 배경으로 한 영화는 실제 1990년대 인기를 누린 여성 음악을 영화에 입혀 몰입을 돕는다.

국내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연상케 한 이 영화의 복고적 유머는 빼놓을 수 없는 웃음 포인트. 하지만 캐릭터가 지닌 철학과 현실성을 중시하는 마블 팬을 만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영화 ‘캡틴 마블’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 ‘캡틴 마블’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마블의 ‘깨어난 포스’

어벤져스 멤버들이 떼로 덤벼도 꺾지 못했던 우주 최강 악당이 타노스다. 우주를 구할 방법은 타노스가 스스로 개과천선하는 것밖에 없지 않겠나 싶었다. 캡틴 마블을 만나니 희망이 보인다. 위력이 가히 역대급이다. 수트(아이언맨), 망치(토르), 비브라늄(블랙 팬서) 따위 없이도 초강력 에너지를 뿜어낸다. 새로운 초능력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만, 별다른 위기 없이 악당들을 너무나 손쉽게 처리해 버려서 긴장감과 박진감은 떨어진다.

영화는 캡틴 마블이 기억을 되찾는 과정에 주제의식을 영리하게 버무려 냈다. 성차별을 딛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여성의 분투, 보금자리를 잃은 외계 난민 종족과의 연대, 범우주적 공동체의식의 발아 등은 현실 세계에 빗대 사유해 볼 만하다. ‘캡틴 마블’의 미덕은 이 주제들을 대단히 오락적인 설정과 장치들로 풀어낸다는 점이다. 1990년대 소품을 재치 있게 활용한 잔재미로 진지해질 틈을 주지 않는다.

공적인 정의에 개인이 희생당하는 게 정당한지 질문을 던진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와 흑인 해방을 둘러싼 이념 갈등을 다룬 ‘블랙 팬서’, 공멸을 막기 위해 소수의 불기피한 희생을 주장하는 악당을 내세워 관객을 윤리적 딜레마에 빠뜨린 ‘어벤져스3’ 등 최근 마블 영화들은 철학적 깊이를 더해 가고 있다. ‘캡틴 마블’은 주인공을 통해 우리가 통제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을 때 진정한 자아를 깨달을 수 있다고 말한다. 철학적 깊이 대신 품을 넓혔다. 그만큼 마블 세계관도 커진다.

‘캡틴 마블’은 혼자서도 또렷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마블 영화 시리즈를 섭렵하지 않은 관객들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다르게 표현하면, ‘어벤져스4’를 충실하게 즐기는 게 유일하고도 최종적인 목표라면, 그래서 ‘캡틴 마블’이 ‘어벤져스4’의 디딤돌이기를 기대한다면,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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