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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나무와 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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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나무와 골프

입력
2019.03.03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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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인과 함께 경산CC를 방문했다. 지인의 배려와 캐디의 도움으로 너무나 재미있는 라운딩을 하면서 골프장에 걸맞게 조경이 완벽하게 조성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는 대나무는 웅장해 보이기까지 했다. 시골 고향에서 자주 들었던, 대나무가 부대끼면서 내던 자장가 같은 선율을 다시 한번 들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 대나무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바람이 불거나 눈이 쌓이면 휘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환경에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

골프를 하다 보면 똑바로 날아가는 볼보다 휘어지는 볼이 훨씬 더 많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어떤 마음으로 다음 샷을 준비하는가에 따라 그 홀이 보기가 될 수도, 파가 될 수도 있다. 부정적인 태도로 임하는 플레이어와 평소대로 루틴을 따르면서 자신감 있게 다음 샷을 준비하는 사람의 차이는 곧 보기 플레어와 싱글 골퍼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 볼이 어떤 상태인지 모르는 데도 벌써부터 OB나 벙커를 걱정한다면 신경선 경련(YIPS)으로 고생할 가능성이 높다.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미리 두려워하는 것은 마치 바람이 불지도, 눈이 오지도 않는데 고개를 숙이는 대나무와 같다.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지금 6번 아이언을 들고 거울로 가서 당신의 셋업을 보라. 위의 그림 중에 어떤 자세가 당신과 가장 비슷한가? 조사에 따르면 골퍼 33%가 C형 자세(Upper Crossed Syndrome)로 셋업을 하고 25%는 S형 자세(Lower Crossed Syndrome)로 셋업을 한다. 이 두 자세는 샷이 매번 다르게 나오는 결과를 초래한다. 대개 높이 뜨거나 스핀이 걸려 오른쪽으로 나간다. 또한 이런 자세로 공을 치면 백스윙 때 머리를 들게 되고, 힙과 손이 과도하게 앞으로 움직이게 된다. 그나마 잘 쳤다고 생각하는 샷들도 훅이 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집이나 직장에서 간단하게 수행할 수 있는 몇 가지 운동을 통해 바른 자세로 셋업을 할 수 있다. 요가 중 ‘고양이 자세(Marjaryasana)’가 도움이 된다. 먼저 (고양이처럼) 등을 평평한 모양으로 만들고 엎드린 자세에서 고개와 힙을 힘껏 들어 올린다. 그렇게 5초 정도 버틴 후에 다시 고개를 내리면서 등을 위로 밀어 올린다. 마치 고양이와 개가 기지개를 펴는 동작이다. 이 동작을 반복해서 10회 정도 매일 하자. 내일은 싱글 자세를 가진다는 신념으로!

골프클럽과 대나무의 공통점은 공을 치기 전에 셋업 즈음이나 맑은 날에는 휘지 않지만 임팩트 때와 바람 부는 날은 그 상황에 맞게 휘어진다는 것이다. 골프클럽은 프리권시(Frequency)라고 하는 휘어짐이 있기에 공을 띄울 수 있고, 대나무는 휘는 덕에 아무리 거센 바람이 불어도 부러지지 않는다.

우리 삶과 닮은 구석이 있다. 항상 내가 옳고 나만이 이겨야 된다는 생각으로 골프를 치고 있지는 않은가, 스스로에게 물어볼 일이다. 잘못은 인정하고 고개 숙이며 자기주장을 하면서도 남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멋있단 생각이 든다. 아름다운 사람이 다녀간 자리에는 향기가 나고 그런 사람과 함께하는 라운딩엔 기쁨이 넘친다.

“굿 샷!”, “멋진 스윙입니다!”, “오늘도 싱글하십시오!” 골프는 늘 동반자가 있다. 오늘 나부터라도 칭찬해 주는 동반자가 되어 보자. 수많은 ‘나’가 모여 우리가 되고, ‘나’는 우리 속에서 세상을 살아간다. 서로에게 빛과 그늘이 되어 주면서 성장하는 대나무들처럼.

김준배 2018 미(美)중서부 PGA 올해의 교습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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