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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인기는 높아지는데 가격은 되려 하락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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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인기는 높아지는데 가격은 되려 하락 왜?

입력
2019.03.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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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N서울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남산 N서울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가는데다 대출과 세금 부담도 높아지면서 수요자들이 매매 대신 전세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날로 높아지는 전세의 인기와 반대로 전세 가격은 4달 넘게 떨어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늘어난 전세ㆍ줄어든 매매 

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총 1만9,633건으로 1월(1만7,795건)보다 10.3% 늘었다. 작년 2월(1만7,549건)과 비교해도 11.9% 증가한 것으로, 월별 거래량으로는 2017년 2월(2만1,470건) 이후 2년 만에 가장 많은 규모다.

자치구별로는 지난달 강남구의 거래량이 2,105건으로 작년 2월(1,994건)보다 5.6% 늘었고 강동구(805건) 역시 16.9% 늘었다. 지난달 매매 거래량이 55건에 그쳤던 동작구의 경우 전월세 거래량은 856건으로 작년(644건)보다 32.9%나 늘었다.

전월세 거래가 늘어난 것은 아파트값 하락으로 거래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 조사를 보면 서울의 매매 가격은 16주 연속 내리막을 걷고 있다. 그간의 상승 피로감에 9ㆍ13 부동산 대책에 따른 부담까지 겹치면서 하락세가 더욱 장기화하는 분위기다. 감정원 관계자는 “각종 하방 요인으로 매수 대기자들이 매수 시점을 연기하는 등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매매 거래량도 줄고 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신고건수 기준)은 총 1,563건으로 실거래가 조사가 실시된 2006년 이후 2월 거래량으로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강남 3구의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작년 2월의 10분의 1에도 못 미쳤다.

강남구는 매매 신고건수가 총 70건으로 작년 2월(767건)의 9.1%에 그쳤고, 서초구(47건)와 송파구(77건) 역시 작년 같은 기간의 8~9% 수준에 머물렀다. 현재의 집값 하락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여겨지면서 당장 아파트를 구입하기보단 전세로 거주하면서 관망하려는 대기 수요가 늘어났다는 의미다.

부동산 거래 위축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달 17일 서울 송파구의 중개업소에 붙은 게시물에 한 아파트의 전셋값이 5,000만원 낮춰져 있다. 연합뉴스
부동산 거래 위축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달 17일 서울 송파구의 중개업소에 붙은 게시물에 한 아파트의 전셋값이 5,000만원 낮춰져 있다. 연합뉴스

 

 ◇전세 수요 늘어도 가격은 하락 

그러나 이 같은 전세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전셋값은 점점 더 하락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작년 10월 마지막 주 하락세로 전환해 18주 연속 떨어지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 역시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전월 대비 0.25% 내렸다고 밝혔다. 2월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떨어진 것은 이 업체가 아파트 시세 조사를 시작한 2001년 이후 18년 만에 처음이다.

통상 2월은 새 학기와 봄 이사철을 앞두고 전셋값이 오르지만 올해는 ‘신학기 효과’마저 사라진 것이다. 서울 서초(-0.37%)와 양천(-0.21%) 강남(-0.20%) 용산(-0.18%) 강동구(-0.12%) 등 지난해 집값 상승과 함께 전셋값도 급등했던 곳의 낙폭이 특히 컸다.

통상 집값 하락 우려에 사람들이 매매보다 전세를 선호해 전세 수요가 늘면 전셋값이 소폭이라도 오르게 마련이다. 실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간 아파트 매매가격이 10% 가까이 떨어졌지만 전셋값은 꾸준히 올랐다.

그러나 최근엔 매수심리 악화가 전세수요로 이어지면서 전세 거래는 증가하지만, 이 공식이 먹히지 않고 오히려 전셋값이 하락하면서 매매가와 전세가가 동반 하락하는 기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 같은 전셋값 하락은 9,510가구가 입주한 송파구 헬리오시티를 비롯해 서울 지역에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늘어난데다, 대출규제와 세제 강화로 집주인들이 잔금을 치르고 직접 입주하기보단 집을 전세로 내놓는 경우도 많아지면서 서울 지역 임대 공급이 전반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입주는 3만9,500가구로 직전 5년 평균치(3만1,800가구)보다 24.2% 많았다. 올해도 서울에만 2014년 이후 최대 규모인 4만3,000여 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전세 수요가 높아지기 시작하는 2월에도 전셋값 하락세가 이어지기는 처음”이라며 “최근 수년간 전셋값이 크게 오른데다 서울과 수도권 입주물량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전세가격 변동률. 부동산114 제공
전세가격 변동률. 부동산114 제공

 

 ◇2년 전보다 전셋값 낮아지는 경우도 

전셋값 하락이 이어지면서 전세가 2년 전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부동산정보서비스 업체 직방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세보증금이 2년 전보다 하락한 아파트 비중은 전국적으로 38.6%였다. 2016년에 8%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4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계약 시점보다 전세가격이 떨어진 가구가 3년 전에는 10가구 중 한 가구도 채 안됐지만 최근에는 4가구에 달하는 것이다.

실제 송파구 잠실 엘스 아파트(전용면적 84㎡)는 2017년 1월 7억8,000만~8억5,000만원에 전세가 계약됐지만 현재는 7억원에도 전세가 나오고 있다. 2년 전 8억원에 계약이 성사됐던 신천동 파크리오(전용 84㎡) 역시 지금은 7억원 초반까지 전세가가 낮아졌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전세가격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입주 물량 증가”라며 “서울은 올해도 상당히 많은 물량이 입주를 할 예정이어서 전셋값이 장기간 하향 안정세를 지속할 가능성 높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전세가격 하락으로 만기 때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제대로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발생할 우려도 커지고 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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