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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과학] 영화 ’아이언맨’ 홀로그램 구현은 언제쯤?

입력
2019.03.02 14:0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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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벤저스'에서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가 공중에 홀로그램 영상을 띄워놓고 이를 만지며 조작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영화 '어벤저스'에서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가 공중에 홀로그램 영상을 띄워놓고 이를 만지며 조작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는 로봇을 만들거나 물체를 분석할 때마다 공중에 3차원(D) 영상을 띄워놓고 유심히 들여다본다. 영상은 토니 스타크의 손짓에 따라 움직이거나 커지기도 하고, 심지어 만져지기까지 한다.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크기로 펼쳐놓을 수 있는 이 홀로그램 영상 덕분에 토니 스타크에게는 모니터도, 마우스도 필요없다.

허공에 떠 있는 3D 영상을 총칭하는 ‘홀로그램’은 이미 우리에게 친숙한 이름이다. 특히 최근에는 5세대(G) 통신 시대가 열리면서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뛰어 넘는 차세대 미디어 콘텐츠로 홀로그램이 자주 언급되고 있다. 홀로그램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영상에 비해 수백 배 많은 데이터를 더 빠르게, 실시간으로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1㎝³ 크기 홀로그램을 만드는 데 1GB(기가바이트)가 넘는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알려진 만큼, LTE에 비해 20배 빠르게 데이터를 처리하는 5G가 필수조건이다.

그러나 5G가 상용화되더라도 토니 스타크가 되는 길은 요원하다. 원리는 잘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구현하는 데 기술적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빛의 간섭현상이 기록하고 회절현상이 보여주는 ‘홀로그램’

홀로그램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재생 가능한 기록 영상’이다. 그리스어에서 전체를 뜻하는 ‘홀로스(Holos)’와 의미ㆍ정보를 뜻하는 ‘그라마(Gramma)’가 합쳐진 말이다. ‘빛이 가진 모든 정보를 담는다’는 의미로, 1949년 영국의 공학자 데니스 가보르가 처음으로 만든 개념이다. 당시는 레이저가 발명되기 전이었고, 때문에 ‘곧게 뻗는 빛’이 필요했던 그의 이론은 제한적으로만 실현돼 아쉬움이 남았다.

1960년 레이저가 등장하자 홀로그래피는 다시 주목 받기 시작했다. 미국 미시간대의 에멧 레이스 교수는 빛이 퍼지지 않고 올곧게 뻗는 레이저를 활용해 홀로그래피 실험을 했고, 3D 영상을 필름에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홀로그래피에 대한 연구가 다시 활발하게 진행됐고, 홀로그래피를 처음 발견한 데니스 가보르에게는 노벨 물리학상(1971년)이 주어졌다. 1983년 마스터카드가 처음으로 신용카드에 홀로그램 스티커를 붙이면서 산업적으로도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홀로그래피는 빛의 간섭 현상을 이용한다. 간섭이란 두 개 이상 빛의 파동이 한 점에서 만날 때 서로 합해지거나 상쇄되는 현상을 말하는데, 파동이 합쳐져 진폭이 커지는 위치에는 밝은 빛의 점이 생긴다. 잔잔한 물에 돌 두 개를 가까이 던졌을 때, 각 돌로부터 퍼져나가는 물의 파동이 만나는 지점을 생각하면 된다. 위로 볼록한(∩) 부분끼리 만나면 높이가 두 배로 높아지지만, 볼록한 부분과 오목한(∪) 부분이 만나면 높이가 그 차이만큼 낮아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빛의 간섭을 만들기 위해서는 같은 곳에서 출발한 빛을 두 개로 나눈 뒤 필름 위에서 다시 만나도록 해야 한다. 때문에 레이저를 광원분리기에 통과시켜 두 갈래로 나누고, 한 쪽 빛은 거울에 반사시켜 오목렌즈로 확대한 뒤 필름을 바로 비추도록 한다. 이 빛을 ‘참조광’이라고 한다.

다른 한 쪽 빛은 오목렌즈로 확대시킨 뒤 거울에 반사시켜 3D로 표현하고 싶은 대상 물체를 비추도록 한다. 물체 표면이 매끈하지 않고 울퉁불퉁할 때, 물체 표면에 닿은 빛은 한 쪽 방향이 아닌 다양한 방향으로 반사되는 ‘난반사’를 한다. 물체에 부딪힌 빛은 필름 쪽으로도 튀는데, 이 빛은 ‘물체광’이라고 부른다. 물체광은 물체의 위상 정보, 즉 어느 곳이 움푹하고 오목하며 위와 아래인지에 대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

이제 필름 위에서는 두 빛의 파장, 즉 참조광과 물체광이 만난다. 아무 물체도 거치지 않아 올곧은 참조광이 물체에 반사되면서 특정 모양이 생긴 물체광과 만나면서 특이한 간섭 무늬가 생성되는데, 이는 감광재료(빛을 받으면 화학적 성질이 변하는 물질)로 만들어진 필름에 그대로 저장된다. 이를 ‘홀로그램 기록과정’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홀로그램을 보기 위해서는 이 제작된 필름에 참조광을 똑같은 세기와 각도로 쪼여줘야 한다. 빛은 진행하던 도중 틈이나 장애물을 만나면 그 주위로 휘어 들어가는 ‘회절 현상’이 발생하는데, 참조광이 필름을 통과하면서 빛이 필름에 기록된 형태와 무늬에 따라 회절해 내 눈으로 들어오게 된다. 우리는 마치 필름 너머 물체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지난해 8월 KT가 '유사 홀로그램' 기술로 만들어낸 고 유재하(왼쪽)와 스윗소로우의 합동 공연 장면. 뉴시스
지난해 8월 KT가 '유사 홀로그램' 기술로 만들어낸 고 유재하(왼쪽)와 스윗소로우의 합동 공연 장면. 뉴시스

◇아날로그 홀로그램을 넘어 디지털 홀로그램으로

이렇게 필름에 저장한 홀로그램 영상은 정지된 형상만 기록할 수 있어 아날로그 홀로그램이라 불린다. 신용카드 위조 방지 스티커나 보안ㆍ의료 분야에 쓰이는 홀로그램이 주로 여기 속한다.

아이언맨이 다루는 형상처럼 허공에서 움직이고 변하는 영상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아날로그 홀로그램의 원리를 거꾸로 적용해 원하는 패턴을 만들어내야 한다. 예를 들어 나비가 날아다니는 영상을 홀로그램으로 제작하고 싶다면, 빛이 회절하고 간섭해 나비 모양으로 보이도록 거꾸로 계산한 뒤 특수 디스플레이 패널에 3차원 좌표 정보와 깊이, 색상, 방향 등을 나타내는 패턴을 만들어 띄운다. 백라이트가 디스플레이를 비추면 패턴 모양을 거치며 나비 모양이 공중에 생겨나고, 이 패턴이 빠르게 바뀜에 따라 공중에 뜬 나비가 날갯짓을 하며 날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아직은 광학 기술의 한계와 엄청나게 큰 데이터 전송량 때문에 현실적으로 디지털 홀로그램의 구현이 어려운 상태다. 그나마 일부 만들어진 홀로그램도 시야각에 제한이 많고, 표현할 수 있는 영상의 크기가 1~5㎝에 불과한 상황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업계에서는 2030년은 돼야 영화에서 볼 수 있는 홀로그램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한 반사 원리를 이용한 유사 홀로그램, ‘플로팅 홀로그램’

2014년 미국에서 열린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는 2009년 사망한 마이클 잭슨이 유사 홀로그램 기술로 다시 태어나 무대를 꾸미는 장면이 연출됐다.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2014년 미국에서 열린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는 2009년 사망한 마이클 잭슨이 유사 홀로그램 기술로 다시 태어나 무대를 꾸미는 장면이 연출됐다.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최근 5G 콘텐츠로 홍보되는 홀로그램 영상들은 ‘진짜 홀로그램’이 아닌 ‘유사 홀로그램’을 사용한 경우다. 콘서트나 대형 공연에서 많이 사용되는 ‘플로팅 이미지’ 방식인데, 빛의 간섭 현상을 이용하는 홀로그램과는 구현되는 원리가 완전히 다르다. 엄밀히 따지면 홀로그램이라고 할 수 없지만 산업계에서는 ‘플로팅 홀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이 기술을 먼저 내놓았다.

플로팅 홀로그램은 빛의 반사 원리를 활용한다. 초고해상도의 빔 프로젝터를 사선으로 바닥에 설치된 반사판에 쏘고, 반사된 영상은 바닥을 향해 45도로 설치돼 있는 투명한 막에 투사된다. 허공에 영상이 나타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표면에 맺힌 이미지인 것이다.

5G 환경 초기에 플로팅 홀로그램이 중요한 실감형 미디어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은 5G의 ‘초저지연성’ 덕분인데, 서버에서 실시간으로 지연 없이 영상을 제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5G로 가능해지는 세상을 미리 보여주기 위해 지난해 SK텔레콤은 작은 원통형 스피커 안에 아이돌 가수의 모습이 입체 영상으로 떠 있는 ‘홀로박스’를 공개했고, KT는 가수 고 유재하씨의 모습을 재현해 무대에 올렸다.

업계에서는 플로팅 홀로그램을 포함한 홀로그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해 2020년에는 348억달러(약 39조1,152억원), 2025년에는 743억달러(약 83조5,132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자동차와 다양한 사물인터넷(IoT) 기기 등 응용 영역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홀로그램은 현재 3D 영상을 볼 때 사람들이 느끼는 어지럼증과 피로감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라며 “미래에는 VR, AR과 홀로그램이 모두 적용돼 원격 수술, 가상 전투, 가상 회의 등 다양한 시도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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