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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생산성 기업> 크립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활력 “우리가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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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생산성 기업> 크립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활력 “우리가 전문가”

입력
2019.02.28 14:33
수정
2019.03.04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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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주변장치 제작과 프로그래밍 회사를 운영하던 심재신 대표는 초등학생 딸 친구에게 가볍고 자동으로 움직이는 휠체어를 만들어주기로 마음 먹었다. 2016년 2월 시제품을 만들었을 때만 해도 전동 휠체어로 사업을 할 생각은 없었다. 기부를 받아 몇 대 정도 만들어 제품이 필요한 어린이들에게 무료로 제공해주려고 했다. 그러나 운명적인 만남으로 심 대표는 전동 휠체어 제작업체 ‘토도웍스’를 창업했고, 토도웍스의 제품은 2017년 ‘독일 국제 재활 및 실버 제품 전시회(레하케어ㆍREHACARE)’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현재 토도웍스는 유럽을 거쳐 미국 진출을 앞두고 있다.

심 대표에게 운명적으로 다가온 것은 액셀러레이터(스타트업 창업부터 투자 유치, 기업 공개 및 M&A까지 전 과정을 도와주는 회사) ‘크립톤’의 양경준 대표였다. 지인의 소개로 만난 자리에서 양 대표는 창업을 권유했고, 창업 준비 공간을 저렴하게 제공했다. 또한 투자자들을 연결해 비용을 확보해줬으며, 처음부터 세계시장을 겨냥하라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양 대표는 영국, 아일랜드 등 현지 조사까지 도맡으며 토도웍스의 해외 진출을 도왔다.

크립톤이 이처럼 스타트업의 창업을 도운 것은 2000년부터다. 그간 시장에 성공적으로 데뷔시킨 스타트업은 셀 수 없을 정도다. 크립톤이 국내 최장수 액셀러레이터로 스타트업들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듣기 위해 ‘생산성+ 저널’은 13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울창업허브에 있는 크립톤 사무실을 찾았다.

[저작권 한국일보]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울창업허브에 자리한 크립톤 사무실. 직원들은 원하는 자리에 앉아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면서 정보를 공유한다.
[저작권 한국일보]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울창업허브에 자리한 크립톤 사무실. 직원들은 원하는 자리에 앉아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면서 정보를 공유한다.

2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액셀러레이터 사무실은 의외로 소박했다. 전 직원 9명이 앉을 수 있는 사각형 업무용 탁자와 비슷한 크기의 회의용 탁자가 전부였다. 개인 공간을 나누는 칸막이도 없었다. 대표부터 사원까지 모든 구성원이 원하는 자리에 앉아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는 공간이었다. 직원은 국내 대기업 연구소ㆍ정부 부처ㆍ금융권 출신 액셀러레이터 5명, 펀드 전문가인 투자 전담인력 2명, 홍보팀장ㆍ경영지원팀장 각 1명으로 구성됐다.

이런 단출한 조직에서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를 지원하는 대표 기업으로 커가는 힘은 어디서 나올까. 김기정 홍보팀장은 “잠재력을 갖춘 스타트업이라면 분야와 상관없이 발굴, 액셀러레이터가 1대1로 밀착해 창업가와 현장에서 함께 뛰는 게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채연석 부대표는 “대박이 나든지 쪽박을 차든지 담당 액셀러레이터의 책임 하에 간다”고도 했다. 한 번 맡은 스타트업은 무한책임주의로 힘 닿는 데까지 지원한다는 것이다.

[저작권 한국일보]크립톤의 채연석(왼쪽) 부대표와 김기정 홍보팀장이 액셀러레이터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채 부대표는 "자신이 발굴한 스타트업이 잘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은 없다"면서 액셀러레이터 생활의 만족감을 설명했다.
[저작권 한국일보]크립톤의 채연석(왼쪽) 부대표와 김기정 홍보팀장이 액셀러레이터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채 부대표는 "자신이 발굴한 스타트업이 잘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은 없다"면서 액셀러레이터 생활의 만족감을 설명했다.

최근 아르바이트생 관리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한 ‘알바체크’는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해 크립톤의 창업스쿨 2기로 참여했던 알바체크 대표는 유명 음식점을 운영하다가 스타트업 대표가 됐다. 손님이 많아 아르바이트생 20여명을 고용했던 대표는 카카오톡이나 네이버 밴드 등으로 업무를 지시하기는 했지만 진행 상황을 일일이 확인하기는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업무를 지시하고, 보고를 받을 수 있는 앱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크립톤의 액셀러레이터는 아이디어만 있었던 대표에게 팀을 구성해줬고, 앱 개발을 지원했다. 알바체크는 서비스 시작 두 달도 안 돼 가입 매장 수 1,200개를 돌파했다.

크립톤의 또 다른 힘의 원천은 자금 조달력이다. 국내 액셀러레이터로는 보기 드물게 제도권 금융사 등과 다양한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크립톤은 2017년 11월 라임자산운용과 100억원 규모의 ‘라임-크립톤 밸류업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1호’를 조성한 이후 지난해 3개 펀드를 조성했다. ‘프렌드-크립톤신기술사업투자조합 1호’(30억원 규모), ‘동화-크립톤 기업가정신펀드 1호’(50억원 규모) 등이 그것이다. 향후에는 임팩트펀드와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싱가폴 펀드, 룩셈부르크 펀드 등을 결성해 지난해보다 규모를 키울 계획이다.

또한 검증된 스타트업 투자 정보를 믿을 수 있는 엔젤투자자들에게 제공하는 엔젤링크 사업도 진행 중이다. 김기정 홍보팀장은 “스타트업들이 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데스 밸리(Death valley)’ 구간은 1억~3억원이 필요하다”면서 “가장 중요하지만 이 구간에 대한 투자가 미흡했는데 엔젤링크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크립톤의 지원을 받기 위한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우선 매년 상반기 시작하는 10주짜리 실전형 창업스쿨 ‘크립톤36’에 참가하는 방법이 있다. 최대 36명만 선발해 교육하는데 팀 구성, 자금 조달, 협상력 제고 등 창업에 필수적인 주제와 실전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또 한 가지 방법은 크립톤에 직접 찾아가는 것이다. 채연석 부대표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창업자의 기업가 정신을 보고 액셀러레이팅을 시작할지 결정한다”면서 “연락이 없어도 소문을 듣고 우리가 먼저 찾아가 발굴하는 사례도 많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크립톤의 창업스쿨 '크립톤36' 참가자들이 창업가정신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있다. 크립톤36은 매년 최대 36명을 선정해 창업에 필수적인 주제와 실무를 교육하는 프로그램이다. 크립톤 제공
지난해 크립톤의 창업스쿨 '크립톤36' 참가자들이 창업가정신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있다. 크립톤36은 매년 최대 36명을 선정해 창업에 필수적인 주제와 실무를 교육하는 프로그램이다. 크립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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