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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군대, 원조물품 막다 주민과 유혈충돌… 최소 4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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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군대, 원조물품 막다 주민과 유혈충돌… 최소 4명 사망

입력
2019.02.24 16:47
수정
2019.02.24 23:31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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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 도움 차단하는 軍, 탈영자도 속출… 마두로 “과이도 지원 콜롬비아와 단교”

23일 콜롬비아와의 접경 지역인 베네수엘라의 국경도시 우레나에서 주민들이 국제사회가 제공한 원조 물품 반입을 차단하려 하는 군 병력에 맞서기 위해 불을 지른 타이어로 바리케이드를 쌓아두고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우레나=AP 연합뉴스
23일 콜롬비아와의 접경 지역인 베네수엘라의 국경도시 우레나에서 주민들이 국제사회가 제공한 원조 물품 반입을 차단하려 하는 군 병력에 맞서기 위해 불을 지른 타이어로 바리케이드를 쌓아두고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우레나=AP 연합뉴스

‘한 나라 두 대통령’ 상황에 빠진 베네수엘라에서 지난 주말 국제사회가 제공한 구호물품 반입 여부를 두고 대규모 소요 사태가 발생해 최소 4명이 숨지고 약 300명이 다쳤다. 콜롬비아ㆍ브라질 접경 지역에서 해당 물품을 받으려는 주민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군 병력이 크게 충돌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미국에 이어 콜롬비아에 대해서도 ‘정치ㆍ외교 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스스로 ‘임시 대통령’임을 선포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친미 성향 콜롬비아 정부가 적극 지지하고 있다는 이유다.

반면 미국은 베네수엘라 사태 대응에 주력하기 위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한국 출장까지 중단시키는 등 개입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으로선 남미의 눈엣가시인 베네수엘라의 좌파 정권을 무너뜨릴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는 셈이다.

23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브라질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베네수엘라 남동부 산타 엘레나 데 우아이렌에서 이날 보안군 병력과 주민들이 충돌했다. 반정부 성향 인권단체인 포로 페날은 “14세 소년을 포함, 두 명이 총상으로 사망했고 31명이 부상당했다”고 밝혔다. 전날에도 브라질 접경 지역인 베네수엘라 남동부 볼리바르주 쿠마라카파이 지역에서 원주민 부부가 총격으로 목숨을 잃고, 20여명이 다쳤다. 군의 저지로 원조 물품 반입이 원활치 않은 데 분노한 시위대가 버스를 탈취, 불을 지르며 격렬히 항의하는 일도 빚어졌다.

현장 상황이 워낙 극심한 혼돈을 겪고 있는 탓에 정확한 인명피해 규모는 집계되지 않지만, 군과 민간인의 충돌 관련 증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베네수엘라 야당 소속 아드리아나 피차르도 의원은 CNN방송에 “최소 5명의 주민이 숨지고, 51명이 군에 체포됐다”고 전했다. 카를로스 트루히요 콜롬비아 외무장관은 “베네수엘라군이 콜롬비아와의 접경 지역에서 시위대를 향해 최루가스와 고무총탄을 발포해 285명이 다쳤으며, 이 중 37명은 입원이 필요한 상태”라고 말했다. BBC방송은 현지 언론인들을 인용해 “부상자들 중에는 시력을 잃은 듯한 이들도 있다”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군까지 동원해 국제사회의 도움을 막는 까닭은 미국과 야권이 이를 통해 민심 이반, 군부 이탈을 꾀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원조물품의 국내 반입을 주도하는 과이도 의장을 “미 제국주의의 꼭두각시”라고 비난해 왔다. 실제로 군부의 균열 조짐은 계속 이어지는 분위기다. 콜롬비아 이민 당국은 “베네수엘라 국가수비대 군인과 경찰 등 23명이 탈영해 투항했다”고 전했고, ‘우고 파라 마르티네스’라는 이름의 한 소령은 동영상을 통해 “마두로 정권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BBC방송은 “대부분의 군인들이 아직 마두로 대통령에게 충성을 보이고는 있지만, 23일 밤까지 최소 60명의 병사가 탈영했다”고 전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콜롬비아에 화살을 돌리며 ‘집안 단속’을 강화하고 나섰다. 그는 이날 친정부 집회에 참석해 “인내심이 고갈됐다. 콜롬비아 영토가 베네수엘라 공격에 사용되는 걸 더는 참을 수 없다”며 “콜롬비아 파시스트 정부와 모든 정치ㆍ외교 관계를 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베네수엘라 콜롬비아 대사관ㆍ영사관 직원들을 향해 “24시간 안에 떠나라”고 요구했다. 콜롬비아는 미국이 제공한 원조 물품을 베네수엘라 접경 도시인 쿠쿠타에 저장토록 허용하는 등 과이도 의장을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다. 베네수엘라 인도주의 원조 지원과 관련, 전날 쿠쿠타에서 열린 자선 콘서트 참석을 위해 국경을 건너온 과이도 의장을 이반 두케 콜롬비아 대통령이 직접 환대하기도 했다.

미국은 마두로 정권 퇴진 압박 강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25일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열리는 ‘리마그룹(남미 10여개국의 외교 모임)’의 베네수엘라 사태 관련 긴급회의에 참가해 과이도 의장을 만날 계획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베네수엘라 민주주의의 평화로운 복원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미국이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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