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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깃든 광장과 조화롭게 연결 위해 돔 천장 만들어 바깥 풍경 끌어들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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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깃든 광장과 조화롭게 연결 위해 돔 천장 만들어 바깥 풍경 끌어들였죠"

입력
2019.02.23 04:4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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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싱키 지하 '돔' 미술관 디자인한 메로우넨 

지난해 8월 핀란드 헬싱키 시내 라시팔라치 광장 한복판에 들어선 돔 구조물 사이로 시민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돔 꼭대기에 설치된 천창을 통해 밖에서도 미술관 내부를 볼 수 있다. © Mika Huisman
지난해 8월 핀란드 헬싱키 시내 라시팔라치 광장 한복판에 들어선 돔 구조물 사이로 시민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돔 꼭대기에 설치된 천창을 통해 밖에서도 미술관 내부를 볼 수 있다. © Mika Huisman

핀란드 헬싱키 시내 라시팔라치 광장은 물결이 일렁이듯 땅이 볼록하게 솟아올라 있다. 지난해 8월 이곳 지하에 핀란드 최대 사립 현대미술관인 아모스 렉스가 들어서면서부터다. 광장에 언덕처럼 솟은 건축물에 설치된 유리천창으로는 미술관 내부가 보인다. 최근까지 버스정류장으로 활용됐던 광장은 이 ‘돔(반구형 천장)’ 미술관이 생기면서 헬싱키의 명소 중 하나가 됐다. 개관 4개월 만에 28만명이 찾았다.

광장 주위에는 19세기에 만들어진 병영 막사와 1930년대의 유리건물이 있고, 광장 한복판에는 10m가 넘는 굴뚝이 서 있다. 당초 헬싱키 시는 이곳에 세계적인 미술관인 구겐하임 미술관 분점을 내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핀란드 역사가 깃든 광장에 해외 미술관을 세우기보다 광장을 복원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으면서 아모스 렉스 프로젝트가 추진됐다. 프로젝트는 핀란드 최대 건축 사무소인 JKMM이 맡았다.

지하 2,200㎡ 규모의 전시장은 돔의 천창을 통해 빛을 끌어들이고, 안팎에서 서로 볼 수 있게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 Tuomas Uusheimo
지하 2,200㎡ 규모의 전시장은 돔의 천창을 통해 빛을 끌어들이고, 안팎에서 서로 볼 수 있게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 Tuomas Uusheimo

당시 프로젝트를 맡았던 패이비 메로우넨 JKMM 디자이너가 지난 20일 경기 고양시에서 열린 행사 ‘인테리어디자인코리아’에 초청돼 한국을 방문했다. 이날 한국일보와 만난 메로우넨은 “아모스 렉스는 역사적인 공간과의 조화로운 연결이 가장 중요했다”며 “지상에 미술관을 세우면 광장이 사라지기 때문에 지하에 미술관을 만들었고, 1930년대 건물을 거쳐 미술관에 들어가도록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미술관 입구는 1936년 헬싱키올림픽을 대비해 만들어진 유리건물에 있다. 올림픽 때 임시로 사용하기 위해 설계됐던 건물은 당시 젊은 건축학과 학생들이 설계한 것으로 1930년대 건축양식인 기능주의적 양식을 잘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근대건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현재는 영화관과 카페 등이 자리하고 있다. 아모스 렉스 프로젝트를 통해 이곳에 있던 옛 영화관의 좌석과 내부 장식 등도 고스란히 복원했다.

핀란드 헬싱키 아모스 렉스 미술관은 개관전으로 일본의 전위적인 예술가 그룹인 팀랩(teamLab)의 전시를 열었다. 내부 천장에 설치된 원형 패널에 푸른색 소용돌이가 치는 미디어 아트를 선보였다. © Tuomas Uusheimo
핀란드 헬싱키 아모스 렉스 미술관은 개관전으로 일본의 전위적인 예술가 그룹인 팀랩(teamLab)의 전시를 열었다. 내부 천장에 설치된 원형 패널에 푸른색 소용돌이가 치는 미디어 아트를 선보였다. © Tuomas Uusheimo


유리건물을 통해 지하로 내려가면 2,200㎡ 규모의 현대적인 전시공간이 마법처럼 펼쳐진다. 돔 구조의 천창을 통해 햇빛과 도시 풍경을 내부로 끌어들인다. 메로우넨은 “전시공간을 넓게 확보하기 위해 기둥을 없앴고, 기둥이 없이 지지하기 위해 돔 구조로 설계했다”며 “천창은 낮에는 자연 채광을 확보하고, 밤에는 반대로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램프 역할을 해 안팎을 연결한다”고 말했다.

올록볼록한 돔 구조물과 높이 솟은 굴뚝은 기존에 광장이 평평해야 한다는 선입견을 깼다. 새로운 광장은 지나치는 공간이 아니라 머무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 Tuomas Uusheimo
올록볼록한 돔 구조물과 높이 솟은 굴뚝은 기존에 광장이 평평해야 한다는 선입견을 깼다. 새로운 광장은 지나치는 공간이 아니라 머무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 Tuomas Uusheimo

돔 구조물로 사람들을 모으는 광장 본연의 기능을 상실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메로우넨은 “광장문화의 상징인 이탈리아 광장은 작지만 사람들이 활용하기에 충분했다”며 “광장 내 돔과 돔 사이 ‘휴먼 스케일(개인 규모의)’ 공간을 만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으기는 어렵지만 언덕에 기대 쉬고, 공연을 하고, 돔 사이사이를 산책하고, 언덕을 오르내리는 등 다양하게 활용 가능하다”라며 “과거 광장은 지나쳐 가는 공간이었지만 이제는 머무는 공간이 됐다”고 덧붙였다.

핀란드 최대 건축사무소 중 한 곳인 JKMM의 패이비 메로우넨은 “현대적인 광장은 ‘휴먼 스케일(개인 규모의)’ 공간을 통해 다양하게 활용된다”고 강조했다.
핀란드 최대 건축사무소 중 한 곳인 JKMM의 패이비 메로우넨은 “현대적인 광장은 ‘휴먼 스케일(개인 규모의)’ 공간을 통해 다양하게 활용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과 관련 “서울은 헬싱키와 달리 규모가 큰 거대도시이고, 건축물도 서로 경쟁하듯 크고 화려하다”라며 “그런 도심 한복판에 여러 사람이 모여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 포용적인 디자인을 보여준다면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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