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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열차' 이동 카드로... 중국과 베트남에 손 뻗은 김정은 외교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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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열차' 이동 카드로... 중국과 베트남에 손 뻗은 김정은 외교술

입력
2019.02.23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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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단둥 압록강철교 주변 호텔 이번 주말 숙박 통제

김정은, 전용기로 하노이 간 뒤 평양 귀환 때 열차 이용 유력

베트남과 중국 경제현장 시찰하며 협력 강화 의지 보일 듯

[저작권 한국일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예상 동선. 그래픽=송정근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예상 동선. 그래픽=송정근 기자

중국 정부가 21일부터 북중 접경지역 단둥(丹東) 일대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특별열차가 통과할 때만 내리던 통제조치를 발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김 위원장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베트남 하노이를 전용기편으로 방문한 뒤, 평양으로 귀환할 때는 특별열차를 이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비행기와 특별열차를 번갈아 이용하는 이례적 국빈방문 일정에 대해, 하노이 외교가는 이번 외유를 대미 협상뿐만 아니라 중국ㆍ베트남과의 전략협력도 강화하려는 북한 특유의 ‘일거양득’ 외교 전략이 엿보인다고 평가했다.

22일 중국 단둥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전날 밤부터 중조우의교(압록강철교) 주변 호텔들에 23~24일에는 숙박을 받지 말라는 통보가 내려졌다. 중조우의교는 북한 신의주와 단둥을 잇는 철교다. 북한에서 중국으로 열차로 입국 시 지나야 하는 다리로, 탑승여부와 상관없이 북한 지도자 전용 열차가 오갈 경우 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호텔들은 투숙을 받지 않는다.

다리 주변 호텔들의 투숙 제한일이 주말로 지정된 만큼 이 무렵 북중 국경을 통과하는 열차에는 김 위원장이 탑승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평양에서 하노이까지 쉬지 않고 달려도 열차로는 60시간이 걸리는 만큼, 23일 이후 지나는 열차로는 25일 하노이에 도착해야 하는 김 위원장 일정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항공편으로 베트남에 입국한 뒤, 귀로에만 미리 대기한 특별열차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 앞서 김 위원장이 최상 컨디션을 유지하려면 이동시간이 며칠이나 걸리는 열차보다는 항공편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물론 일부에서는 평양에서 베이징 등 중국 일부 구간을 육로로 이동하고, 이후 하노이까지 구간은 항공편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1958년 김 위원장의 조부 김일성 주석이 베트남을 방문할 때도 평양~베이징~광저우는 열차로, 광저우에서는 중국이 제공한 비행기를 이용한 바 있다.

예상대로 하노이부터 평양까지 이어지는 귀로를 열차로 이동한다면, 김 위원장은 이를 북한의 경제개방ㆍ개혁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하는 기회로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경호와 통신보안 시설을 완벽하게 갖춘 특별열차를 타고 베트남과 중국이 자랑하는 주요 경제지역과 공업단지를 돌아보는 방식으로 북한 경제를 발전시키려는 의지를 내비칠 것이란 얘기다. 하노이 외교가 관계자도 “중국과 베트남은 같은 공산권 국가지만 북한과 달리 일찌감치 개혁ㆍ개방을 통해 높은 경제성장을 달성한 우방국”이라며 “김 위원장으로서는 자신이 추구하려는 정책의 미래상을 점검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경제현장 시찰에 나선다면 중국에서는 광저우, 베트남에서는 삼성전자 공장이 입주한 하노이 북부 공단지역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광저우는 김 위원장 선친인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2006년 중국 최초 경제특구인 선전 시찰 활동을 위해 머문 지역이어서 주목된다. 비록 본격 시도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당시 김정일 위원장도 광저우와 선전지역의 하이테크기업을 시찰하며 북한경제의 개혁ㆍ개방 가능성을 모색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김정은 위원장의 의전 총책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지난 16일 베트남 입국 전 광저우를 경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특별열차편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김 위원장은 베이징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의 면담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 직전에도 대미 협상력 강화 차원에서 시 주석을 만나 양국의 전략적 협력을 다짐했던 만큼, 이번에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결과를 직접 설명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김 위원장이 3대 통치의 정통성 확보차원에서 ‘롤 모델’로 삼는 김일성 주석의 행보를 답습하는 것이기도 하다. 1958년 중국을 거쳐 베트남을 방문한 김 주석은 베이징에서 마오쩌둥(毛澤東) 국가주석,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 등을 만난 바 있다.

한편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주목적이지만, 60여년만에 이뤄지는 북한 지도자의 공식 방문인 만큼 베트남 정부는 김 위원장 방문에 철저히 대비하는 분위기다. 김 위원장 방문 준비를 위해 먼저 하노이에 파견된 북한 실무진에 대한 경호 및 숙박에 최대한의 지원을 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지난해 1차 정상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김 위원장 일행의 하노이 체류관련 경비 일체를 베트남 정부가 부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노이=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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