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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원인 명백한데… 병원 감염사고 면죄부”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무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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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원인 명백한데… 병원 감염사고 면죄부”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무죄 논란

입력
2019.02.22 16:02
수정
2019.02.22 19:1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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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너무 엄격한 기준 적용”

메르스 관련 소송에도 영향 줄 듯

지난 2017년 12월 17일 정혜원(가운데) 이대목동병원이 전날 오후 9시부터 2시간 동안 이 병원 인큐베이터 속 신생아 4명이 잇따라 숨진 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지난 2017년 12월 17일 정혜원(가운데) 이대목동병원이 전날 오후 9시부터 2시간 동안 이 병원 인큐베이터 속 신생아 4명이 잇따라 숨진 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질병관리본부(질본) 역학조사 결과도 있었는데 법원이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어요. 의료사고 피해자 입장에선 이제 형사재판은 포기하란 말처럼 들리더군요.”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의 말이다. 그는 “감염사고에 대해 병원에게 면죄부를 준 판결”이라 비판했다.

22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에 대한 법원의 무죄 판결을 둘러싼 논란이 커져가고 있다. 이 사건은 의료사고 치고 피해 입증이 잘 된 사건이라는 평이 많았기 때문이다.

의료사고 사건은 피해 입증이 어려운 사건으로 꼽힌다. 전문적인 의료지식이 필요해서이기도 하지만, 치료로 인한 문제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 발생하기 마련이어서 치료 행위와 피해 사실간 인과관계 입증이 어려워서다. 하지만 이대목동병원 사건의 경우 발생 직후 신속한 수사가 이어져 질본이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의한 패혈증’이라는 원인 규명까지 성공했다. 심지어 병원측도 사건 발생 직후 관리 소홀을 인정하면서 신생아중환자실을 일시 폐쇄, 감염예방시설을 보강한 뒤 다시 문을 열었다. 유가족들에게도 책임을 인정하는 태도를 계속 보여 왔다. 1심 법원조차도 병원의 주의의무 소홀 등을 강하게 질타했다. 하지만 결론은 무죄였다.

1심 법원의 판단은 “감염 관리에 잘못이 있다 해도 형사처벌보다는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쪽으로 가야 한다”는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이 판단은 의료계의 오랜 주장을 고스란히 받아들인 것이다. 이번 판결 직후 대한의사협회 등이 적극적인 환영 의사를 표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실장 겸 주치의인 조수진 교수가 21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업무상과실치사등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실장 겸 주치의인 조수진 교수가 21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업무상과실치사등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법원이 지나치게 엄격하단 비판도 적지 않다. 의료사고로 사망한 고 신해철씨 사건을 맡았던 박호균 변호사는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건을 거론했다. 당시 공사 책임자에다 감독 공무원들까지 업무상 과실치사 공동정범으로 처벌받았다. 박 변호사는 “성수대교 건설에서부터 붕괴에 이르는 전 과정에는 엄청나게 다양한 요인들이 개입했겠지만 당시 관련 공무원들은 모두 처벌받은 반면, 의사와 간호사는 입증이 안 된다며 무죄 판결을 받았다”며 “이대목동병원 사건은 집단감염에 의한 사망사고라는 점에서 전무후무한 사건인데 나쁜 선례가 남게 됐다”고 말했다.

방승환 변호사는 “증거재판이라는 형사 재판의 대원칙만 봤을 때 이번 판결을 마냥 비판하긴 어렵다”면서도 “그럼에도 이번 사건은 너무 기준이 엄격해 보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울시내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생아들이 패혈증 이외 다른 문제로 사망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의료진의 책임이 전혀 없다고 판단한 것은 의아하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그게 아니라며 대체 왜 죽었겠느냐는 얘기다. 신현호 의료 전문 변호사도 “시트로박터 프룬디 균이 신생아 몸에서도 발견될 정도라면 인과관계는 충분히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이 다른 집단감염 재판에도 영향을 끼치리란 전망도 나온다. 박근혜 정부 당시 큰 논란을 빚었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관련 소송이 한 예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의 메르스 피해자들을 위한 공익소송에 참여 중인 장용혁 변호사는 “질본이 역학조사까지 벌였는데 책임이 입증되지 않았다 했으니 이제 감염사건에 대해 의료진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가능성이 크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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