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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재벌 대타협론 빈 구석 많아” 김상조, 대놓고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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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재벌 대타협론 빈 구석 많아” 김상조, 대놓고 반박

입력
2019.02.22 14:45
수정
2019.02.22 18:58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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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교수, 사하라 이남 저개발국 연구… 한국경제 그 단계 지났다”

1월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시무식에서 김상조 위원장이 신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월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시무식에서 김상조 위원장이 신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작년 말 경제학계에선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가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수차례 지적했던 ‘국가 비상사태’가 화제가 됐다. 장 교수는 “정부와 대기업, 노조, 시민단체, 학계 간의 사회적 대타협이 있어야 한다”는 이른바 ‘재벌 대타협론’을 제안했다.

국내 대표적인 재벌 문제 전문가이자, 문재인 정부의 공정경제 정책을 이끌고 있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장하준 교수의 지적을 반박하고 나섰다. 김 위원장은 “장 교수가 현 정부 재벌개혁 정책에 의문의 목소리를 낸 것은 과도한 우려”라며 “장 교수의 재벌 대타협론은 빈 구석이 너무 많다”고 비판했다.

◇”1970년대 재벌 역할, 지금은 달라져야”

김 위원장은 22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장 교수의 주장에는) 한국 경제에서 대기업, 재벌의 역할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에 대한 성찰이 더 있어야 한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1960~70년대 고도성장기와, 더 이상 ‘낙수효과’ 모델이 작동하기 어려운 현 시점에서의 재벌의 역할은 달라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그는 “한국에서 대기업과 신속ㆍ과감한 의사 결정을 내리는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걸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면서도 “고도성장기 재벌이 수행했던 역할을 지금도 인정해야 하느냐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장 교수는 오래 전부터 재벌의 경영권 방어를 보장할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최근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는 “이씨, 정씨 집안이 삼성, 현대에서 쫓겨나면 국민이 하루는 즐겁겠지만, 이들 기업이 글로벌 금융자본에 먹히게 되면 국민이 20년 고생하게 된다” “재벌을 적으로 여기고 무조건 잡아넣겠다는 식이라면 경제가 살아날 길이 없다” 등의 발언도 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장 교수는 사하라 사막 이남 저개발 국가들의 경제발전 전략이 연구 대상이고 그 분야에선 세계 경제학계가 인정하는 성취를 이뤘다”면서도 “문제는 한국 경제가 이미 그 단계를 지나간 나라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우리 사회에서 가능한 제도 개혁의 방향이 무엇이고, 필요하다면 대타협을 어떻게 이룰 것인지를 모두가 토론하고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며 “짧은 인터뷰 문장에서 나오는 방식만으로는 재벌의 역할 변화, 사회적 대타협 방법과 관련해 빈 구석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오히려 최근 공정위 재벌정책의 방향성에 대해 장 교수가 “과도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출자총액제한 부활이나 순환출자 금지, 금산분리 강화 같은 사전규제 방식으로 재벌개혁을 추진하는 건 ‘실패의 첩경’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예측가능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개혁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공정위의 정책 방향이 장 교수가 우려하는 것처럼 재벌을 해체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고 주장했다.

◇”분배 악화, 조금씩 나아질 것”

김 위원장은 전날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가계소득통계와 관련해 “올해는 상황이 조금씩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지난해 4분기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의 소득이 1년 전보다 17.7% 감소하는 등 소득 상ㆍ하위 계층간 분배 상황이 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고령화를 반영해 통계상 노인, 무직자 비중이 높아지면서 취약계층의 소득이 낮을 수 밖에 없는 문제가 발생했다”며 “근로ㆍ사업소득이 대폭 감소했지만 이전지출을 강조하는 소득주도성장 효과로 일부분은 완충됐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통계 표본 효과, 정부 정책 효과의 시차 등 문제를 들어 “올해부터는 나아질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기초연금이나 아동수당, 근로장려세제(EITC) 등의 효과도 점차 반영될 것으로 기대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여러 정책적 노력을 하고 있지만 효과가 반영되는 데는 시차가 있다”며 “1분기 통계가 5월쯤 나올텐데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관련해서는 “재벌 시책과 관련한 내용도 담고 있지만 한국 경제의 현대화를 위해 재계가 필요한 부분도 많다”며 “국회가 정상 가동이 된다면 공정거래법, 상법이 합리적 수준으로 심의돼 통과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유한킴벌리 담합 사건과 관련해 유선주 심판관리관으로부터 고발된 사건에 대해서는 “리니언시(담합행위를 한 기업이 자진신고를 한 경우 처벌을 감경ㆍ면제하는 제도) 사건이었으며, 현행 법령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했다”고 강조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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