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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출산율 집착말고 고령인구 생산성 높여야

입력
2019.02.23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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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에 주문을 받는 직원이 없다. 키오스크라고 불리는 무인단말기를 통해서 햄버거를 주문한다. 하지만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은 머뭇거리다가 주문을 포기하고 매장을 떠난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햄버거 먹기도 쉽지 않은 세상이다.

1990년 대 중반에 창업된 인터넷 검색 업체, 야후의 회사명에는 보다 평등한 세상을 꿈꾸던 제리 양의 창업 철학이 담겨 있다. 야후는 걸리버 여행기에 등장하는 말이 지배하는 ‘휴이넘’이라는 세상에서 사람 모습을 한 피지배 계급을 지칭한다.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원하는 정보를 얻고 그 정보를 통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세상을 꿈 꿨던 제리 양의 기대와는 달리 정보화가 진행된 지난 20여년간 정보 격차에 의한 사회 양극화는 심화되었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면 정보통신기술의 활용 능력 차이는 더욱 양극화된 사회를 만들어 낼 것이다. 그리고 정보통신기술의 활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 인구의 빈곤화도 가속화될 것이다.

2002년에 출산율이 1.13명으로 하락하고 초저출산국으로 분류되면서 2006년에 ‘저출산ㆍ고령사회 기본계획’이 수립된다. 그리고 역대 정부는 지난 13년 간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143조원의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출산율은 지난해에 1.05명 수준까지 떨어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주거, 고용, 교육 문제 등 출산과 육아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중장기적인 고민 없이 출산장려금과 아동수당 등의 지원금 중심으로 혈세를 낭비한 결과다. 하지만 퍼주기식 예산 투입은 이어지고 있다. 현 정부는 올해 10월부터 모든 산모에게 출산장려금 250만원을 주기로 결정했다.

반면에 위생 환경의 개선으로 2017년 출생아의 기대수명은 OECD 회원국의 평균을 웃도는 82.7년이다. 10년 전에 비해선 3.5년이 늘었다. 늘어나는 평균수명이 낮아지는 출산율과 맞물리면서 우리 사회의 고령화는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2018년을 기준으로 65세 이상의 고령 인구 비중은 14.3%다. 이미 고령사회에 접어들었으며, 2045년에는 고령 인구 비중이35.6%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가 줄어듦과 동시에 고령 인구 비중이 높아지면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하고 내수시장이 위축되면서 우리 경제는 공급과 소비, 양 측면에서 활력을 잃게 될 것이다.

구조적인 문제의 해결 없이는 출산율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효과없는 정책에 예산을 쏟아붇기보다는, 눈을 돌려 고령 인구의 생산성 향상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250만원의 출산장려금과 월 10만원의 아동지원금으로 출산을 결심하는 인구가 몇명이나 될까. 하지만 기회만 주어지면 노동력을 제공하고자 하는 고령 인구는 얼마든지 있다. 문제는 고령 인구를 위한 대부분의 일자리가 복지 차원에서 정부가 만들어낸 일자리이거나 단순 노동력을 제공하는 허드레 일자리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고령 인구를 위한 일자리 창출을 비용이 아닌 인구 문제 해결을 위한 도구로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무인 매장에서 단말기로 햄버거조차 주문하기 쉽지 않은 고령 인구를 위한 일자리는 많지 않을 것이다. 고령 인구의 정보통신기술 활용 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물론 출산과 육아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구조적인 노력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필요하지만 고령 인구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국가가 나서 선심성 예산으로 젊은 인구의 출산을 장려하기보다는 고령 인구의 정보통신기술 활용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육에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고령 인구 기준의 조정에 대한 논의도 고령 인구의 생산성 향상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령 인구 기준의 상향 조정은 또 다른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킬 뿐이다.

박희준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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