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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뉴스는 개인방송이 아니다

입력
2019.02.22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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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손석희 사장. JTBC '뉴스룸' 캡처
JTBC 손석희 사장. JTBC '뉴스룸' 캡처

“하차해야 한다고 생각해?” “어”.

2년 전, 성추문으로 네티즌 입길에 오른 연예인 A씨의 활동을 두고 그가 출연하는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의 관계자와 살짝 언쟁을 벌였다. 사법기관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것도 아닌데 하차시키는 건 연예인에 과도한 책임을 묻는 게 아니냐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내 생각은 달랐다. 예능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즐거움이다. 이를 제공하기 위해 연예인은 출연료를 받고 프로그램에 나간다. 지상파 예능은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를 상대로 한다.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보다 방송에서 출연자의 윤리가 엄격하게 요구되는 이유다. A씨를 둘러싼 잡음이 커지자 프로그램 게시판엔 그의 하차를 요구하는 글이 쏟아졌다. A씨로 인해 프로그램이 흔들리고, 그를 불편해하는 시청자가 있다면 A씨가 하차하는 게 옳다는 데 나도 동의했다.

당시 그는 몰래카메라의 희생양이 된 어떤 가수처럼 억울한 피해자로만 볼 수 없었다. A씨는 결국 출연하던 방송에서 하차했다. 그의 “자숙하겠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제작진이 내린 조치였다. 그는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고 난 뒤에야 방송에 복귀했다.

자유로워 보이지만 오히려 남의 눈치를 많이 봐야 하는 곳이 방송가다. 이곳에서 손석희 JTBC 대표도 홍역을 치르고 있다. 2017년 경기 과천시의 한 주차장에서 접촉사고를 낸 후 벌어진 일 때문이다. 프리랜서 기자 김웅씨는 “접촉사고 기사화를 막기 위해 JTBC ‘뉴스룸’의 코너 ‘앵커 브리핑’ 작가를 제안하면서 이력서 제출을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사적인 일을 해결하려고 손 대표가 취업 제안을 했다는 의혹 제기의 파장은 컸다. 손 대표가 ‘신뢰의 상징’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납득하기 힘든 건 손 대표 논란을 대하는 일각의 반응이었다. 언론이 손 대표의 취업 특혜 의혹을 파헤칠수록 ‘음모’ ‘흠집내기’ 같은 비아냥이 따랐다. KBS ‘저널리즘 토크쇼J’는 손 대표 논란 관련 언론 보도 비평을 다룬 꼭지(10일 방송)의 제목을 ‘손석희 보도, 무엇을 노리나’로 달았다. 언론이 진실 규명을 위해서라기보다 정치적 목적으로 사안에 접근하고 있다는 시각이 깔려있었다. 물론 손 대표 논란이 ‘동승자가 누구냐’로 일부 변질되면서 선정적으로 흐른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손 대표 관련 의혹을 누군가의 질시와 질투로만 몰아붙이는 것은 과연 올바른 것일까. 의혹 제기 자체를 허락하지 않는 것으로 비춰지는 것은 아닐까.

손 대표는 김씨의 주장에 대해 모두 “허위”라며 맞서고 있다. 사실 관계는 수사기관에서 따져봐야 할 부분이니 여기서 논하는 건 적절치 않다. 다만 거슬렸던 건 손 대표의 부적절한 대응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뉴스룸’에서 “저에 대한 기사로 많이 놀라셨을 줄로 안다”며 “저로서는 드릴 말씀이 많으나 사실과 주장은 엄연히 다르다는 말씀만 드리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김씨가 손 대표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직후였다. 사적인 고소 사건에 대한 해명을 뉴스의 오프닝으로 전한 건 ‘뉴스룸’의 신뢰성까지 떨어뜨린 일이었다. ‘뉴스룸’이 손 대표 ‘1인 방송’이 아니지 않은가.

진리에 닿으려면 불신부터 배워야 한다고 했다. 프랑스 철학자 데카르트의 말이다. 맹신의 폐해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황우석 사태’ 등을 통해서 오랜 기간 학습해 온 교훈이다. 더구나 모든 믿음이 미덕일 수 없다. 종교 밖에선 때론 악덕이 되기도 한다. 손 대표가 종교는 아니지 않은가.

둘 다 흔들릴 땐 서로 떨어져 안정을 찾는 게 먼저다. 흔들리는 손 대표가 명예를 회복하려면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뉴스룸’과 거리를 두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양승준 문화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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