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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는 범죄가 아니라 보건 서비스” … 낙태 합법화한 아일랜드의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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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는 범죄가 아니라 보건 서비스” … 낙태 합법화한 아일랜드의 경험

입력
2019.02.21 16:43
수정
2019.02.21 16:5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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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윌렌츠 국제앰네스티 아일랜드지부 캠페인ㆍ조사 담당관이 21일 서울 당주동 변호사회관 조영래홀에서 열린 ‘시민사회, 낙태죄 위헌을 논하다’ 토론회에서 아일랜드 낙태 합법화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레이스 윌렌츠 국제앰네스티 아일랜드지부 캠페인ㆍ조사 담당관이 21일 서울 당주동 변호사회관 조영래홀에서 열린 ‘시민사회, 낙태죄 위헌을 논하다’ 토론회에서 아일랜드 낙태 합법화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낙태는 범죄가 아닌 보건 서비스입니다.””

21일 그레이스 윌렌츠 국제앰네스티 아일랜드지부 캠페인ㆍ조사 담당관이 내린 낙태의 정의다. 아일랜드가 독실한 가톨릭 국가라는 점, 그리고 한국 내 낙태 논란에서 가톨릭계의 반발이 상당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파격적인 정의다. 이런 파격은 아일랜드의 실제 변화와 연결되어 있다. 아일랜드는 지난해 5월 국민투표를 통해 낙태금지를 규정한 수정헌법 8조를 폐지했다.

이날 서울 당주동 변호사회관 조영래홀에서 열린 ‘시민사회, 낙태죄 위헌을 논하다’ 토론회가 윌렌츠 담당관을 초청한 것도 아일랜드의 경험을 듣기 위해서다. 우리나라도 헌법재판소가 형법 제269조 제1항 자기낙태죄와 제270조 제1항 동의낙태죄에 대해 위헌 여부를 심리하고 있다. 4월쯤 결정이 나올 것이란 예상이다.

윌렌츠 담당관은 아일랜드의 낙태죄 폐지를 두고 “여성이 건강할 권리를 내세운 국제인권기준이 변화의 동력이었다”고 설명했다. 2012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내놓은 ‘안전한 낙태 보건 체계를 위한 기술적ㆍ정책적 지침’이 대표적이다. 그는 “WHO의 지침에 따르면 낙태의 합법화는 여성이 안전한 낙태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낙태를 범죄로 규정하면 불법 시술에 의존하게 되고, 그러면 여성이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고 더 많은 상처를 받게 된다는 얘기다. 윌렌츠 담당관은 “국제연합(UN) 보고서를 봐도 불법 낙태는 여성에게 낙인이 된다. 여성들이 스트레스를 받다가 자살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윌렌츠 담당관은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형법상 낙태 처벌 조항을 폐지하는 수준을 넘어 낙태를 합법적인 의료 서비스로 규정하고, 국가보건체계에 통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985년 이후 전세계 36개국이 낙태 처벌 조항을 개정했고, 대부분의 국가에서 낙태에 대해 다른 일반 보건서비스와 동일한 법률과 규제를 적용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낙태 문제는 다양한 이슈들이 충돌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단순히 투표를 통해서만 해결하려 들어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아일랜드의 국민투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얘기다. 윌렌츠 담당관은 “정치권의 의지가 약한 상황에서 종교계, 법조계, 노동계 등 다양한 사회집단이 한데 모여 낙태 합법화 캠페인을 펼쳤다”며 “낙태할 권리와 같은 인권은 결코 투표로 결정돼서는 안 되지만 아일랜드는 헌법 개정을 위해 투표 외 다른 수단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여성민우회 등 여성운동단체들은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발언들을 정리해, 헌재에 의견서 형태로 제출할 계획이다. 윌렌츠 담당관도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난 데 이어 22일엔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과 황희석 법무부 인권국장 등을 면담한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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