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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들 “이직 스터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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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들 “이직 스터디 합니다”

입력
2019.02.21 15:09
수정
2019.02.21 19:06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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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광고 회사에 입사한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신입사원 최모(26)씨. 그의 일과는 퇴근 이후까지 이어진다. 광고 트렌드 분석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번 주말에도 노트북을 챙기고 나설 각오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건 신입사원의 미덕(?)이 아니다. 광고 트렌드 분석 과제는 ‘회사’가 아니라 ‘이직스터디’가 내줬다. 그 덕에 최씨는 퇴근 뒤가 더 피곤하다.

21일 최씨는 이직 준비 때문에 “평일엔 편히 잠 잘 시간도, 주말엔 집에서 뒹구는 것도 사치”라고 말했다. 자신만 그러는 게 아니다. 그는 “지난해 7월 주 52시간 근무제가 본격 시행된 뒤 신입사원들의 ‘이중생활’이 늘었다”고 귀띔했다.

이런 선택은 취업의 문이 좁아진데다 주요 기업들이 경력직 채용이 늘리고 있어서다. 최씨는 “퇴사하고 재취업을 준비하긴 어려운 상황이라 이직스터디는 일종의 전략적 선택이라 보는 분위기”라 전했다. ‘대입→취업’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대입→취업→재취업’이 코스처럼 자리잡은 셈이다.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52시간 근무제로 퇴근 뒤 시간적 여유가 생기고 일과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증대됐기에 이런 현상은 가속화될 것”이라 말했다.

이직은 이미 하나의 흐름이다. 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만 봐도 전체 이직자 수는 2013년 64만 명에서 지난해 80만 명에 이르렀다.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료에서도 2년차 미만 신입사원의 61%가 이직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이직 희망자들이 모이는 ‘이직스터디’도 우후죽순 격이다. 2년 차 대기업 신입사원 나모(26)씨는 “첫 직장은 다음 직장으로 향하기 위한 발판으로 생각하는 동료들이 많다”며 “회사 내에서도 이직스스터디를 하려는 사람이 워낙 많아 알음알음으로 쉽게 스터디를 구성할 수 있다”고 전했다. 포털 카페나 직장인 커뮤니티 어플리케이션에도 이직스터디를 알아보려는 글이 가득하다.

이직스터디 운영방식은 일반적인 취업스터디와 다르다. 이직스터디는 그래도 합격 경험이 있는 동종업계 저연차 신입사원들로 구성되기 때문에 기초적인 어학이나 자격증보다 목표로 삼는 특정 기업 맞춤형 자기소개서나 면접 준비에 집중하거나 직무 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과제를 수행한다. 구성원이 직장인이기에 업무 시간을 피해 평일 늦은 저녁이나 주말에만 진행된다는 점도 특징이다. 제조업 분야 대기업에 다니는 2년차 신입사원 윤모(27)씨는 “현업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로 구성된 이직스터디는 이미 다 알만한 사람들이 모여 업계 내 고급정보까지 공유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유익하다”며 “그런 이유 때문에 동종업계 이직스터디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직을 꿈꾸는 것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지만 동종업계 내에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이직스터디를 구하는 것은 젊은 세대의 인식을 반영한 놀라운 현상”이라고 전했다.

오세훈 기자 comingh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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