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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으로 잃은 유방, 자가조직ㆍ보형물로 되살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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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으로 잃은 유방, 자가조직ㆍ보형물로 되살리세요”

입력
2019.02.26 05: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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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을식 고려대안암병원 성형외과 교수

여성이 유방암 진단을 받으면 ‘멘붕’에 빠지기 마련이다. 유방은 여성성과 모성을 상징하는 부위여서 유방암 수술을 하면 유방을 잃거나 모양이 변형될까 두려워서다. 유방암 수술로 인한 우울감, 상실감, 좌절감 등 심리적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때문에 유방재건술은 여성의 자신감이나 심리적인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12년 국내 최초로 로봇을 이용한 흉터 없는 유방재건술을 시행해 환자 만족도를 크게 높이고 있는 윤을식(55) 고려대안암병원 성형외과 교수를 만났다. 윤 교수는 고려대안암병원 진료부원장과 대한미용성형외과학회 학술이사 등을 지냈으며, 대한성형외과학회 차기 이사장(2020년 11월~2022년 11월)을 맡을 예정이다.

 

 -유방을 되살리는 유방재건술을 설명하자면. 

“유방재건술은 유방암으로 유방절제술을 받은 환자뿐만 아니라 가슴근육이 없는 ‘폴란드증후군’ 등과 같은 선천성 흉부기형을 갖고 태어난 환자에게도 필요한 수술이다. 빨라진 초경과 서구화된 식습관, 늦은 결혼, 저출산, 모유 수유 감소, 비만, 피임약 복용 등으로 인해 유방암 환자가 늘면서 유방암 수술 후 유방재건술도 증가하고 있다. 2015년 4월부터 유방재건술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2016년에 6,000명가량이 유방재건술을 받았다. 하지만 유방암 환자 중에서도 23%만 유방재건술을 알고 있을 정도다.

유방재건술은 재료에 따라 자가조직을 이식하는 재건술과 보형물을 사용하는 재건술, 하이브리드 유방재건술 등이 있다. 수술시기에 따라 지연 재건과 즉시(동시) 재건이 있다. 유방재건술이 암 재발과 발견에 영향이 없다고 밝혀져 유방암 수술과 거의 동시에 유방을 복원하는 즉시 재건술이 많아졌다.

자가조직 이식 재건술은 유방암 절제술 후 비어 있는 유방 조직에 자신의 뱃살이나 등 근육(광배근 부위)을 떼어 내 이식하는 수술이다. 자신의 조직이라 부작용이 적고 유방 모양을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다. 다만, 떼어 낼 자가조직이 충분히 있어야 가능하다. 수술 난이도가 높은 유리피판술(유방에서 먼 부위에서 조직과 혈관을 가져와 조직과 혈관을 이어주는 수술)은 실패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또한 조직을 떼 내는 부위에서 추가적으로 생기는 흉터도 고민거리다.

보형물을 사용하는 재건술은 유방전(全)절제술을 받았지만 유두, 유륜(乳輪) 등이 남아 있을 때 시행한다. 수술시간은 자가조직 이식 재건술보다 짧지만, 인공 보형물이라 이물반응이 오거나 기성품이어서 모양을 갖추기 쉽지 않고, 여러 번 수술할 수도 있다.

최근 자가조직과 보형물을 이용한 재건술의 단점을 보완한 ‘하이브리드 유방재건술’이 시행되고 있다. 환자의 광배근 피판(피부, 근육)과 보형물을 동시에 이용하는 방법이다. 광배근 피판으로 보형물을 감싸주는 방식이다. 수술시간이 짧으면서도 떼내야 할 자가조직이 충분하지 않거나, 상대적으로 재건할 가슴이 클 때도 보형물로 맞출 수 있다. 흉터 크기는 기존 자가조직만 이용하는 수술과 비슷하면서도 조직확장기를 쓰지 않아 수술과 외래방문 횟수가 확연히 줄고, 1회의 전신마취로 유방을 재건할 수 있다. 방사선 치료를 받았거나 유방암 절제술 후 방사선 치료를 하려는 환자에게도 최적의 치료법이라고 할 수 있다.”

 -로봇을 이용한 유방재건술이 인기인데. 

“로봇을 이용한 유방재건술은 자가조직 가운데 등 근육(광배근)을 이용할 때 가능하다. 등 근육을 잘라내 가슴 부위로 옮겨 유방을 재건한다(광배근 유경피판술). 특히 유방암으로 유방절제술을 시행하면서 유방 피부를 남겨 놓은 환자의 등 광배근 조직만 절개하는 수술에서 로봇수술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 로봇을 이용한 유방재건술은 유방이 작은 동양인에게 시행하기 좋다.

수술법에 따라 차이가 다소 있지만, 유방재건술을 받는 환자의 40~50%에서 로봇수술을 시행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유방 크기가 작거나, 유방 부분 절제술을 시행해 유방 일부분만 재건하고자 할 때다. 거대 유방일 때도 보형물을 함께 이용하는 방법으로 수술이 가능하다.

최근 보형물을 사용할 때도 등 근육으로 보형물을 감싸는 방식으로 유방을 재건(하이브리드 유방재건술)하기에 로봇수술을 할 수 있다. 보형물만 삽입하면 보형물이 비치거나, 보형물 주위에 캡슐(피막)이 생겨 주변이 딱딱해진다(구형구축). 그러나 등 근육으로 보형물을 덮어주면 피막 형성을 막고, 유방 비대칭도 없어지게 된다.

로봇 유방재건술은 흉터가 작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등 근육을 이용한 기존 유방재건술(광배근 유경피판술)은 피부 이식 여부와 관계없이 20~30㎝의 흉터가 남는다. 하지만 로봇수술을 시행하면 겨드랑이를 5㎝가량만 절개하면 되므로 흉터가 겉으로 보이지 않는다.

부작용도 일반 수술보다 적다. 광배근 유경피판술은 등 조직을 떼어낸 빈 공간에 물이 차는 장액종이 생겨 오랜 시간 동안 배액관을 가지고 있거나 주사기로 고인 물을 빼내야 한다. 심하면 피막을 제거하는 수술까지 받아야 한다. 로봇수술을 하면 등 부위 조직을 정밀하게 떼낼 수 있기에 일반 수술보다 조직을 떼내는 범위가 훨씬 적고, 장액종이 생기는 기간도 아주 짧아진다. 수술 후 입원기간도 기존 2주에서 3∼4일로 크게 줄어 일상복귀가 아주 빠르다.”

한편, 고려대안암병원 성형외과는 27일 국내 최초로 ‘유방 재건의 날’ 행사를 연다. 유방암 수술 후 유방재건을 통해 새 삶을 얻은 환자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유방 재건 후 관리법을 비롯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교류하기 위해서다. 캐나다ㆍ미국 등에서는 이미 ‘유방 재건 인식의 날’을 제정해 환자들을 위해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윤을식 고려대안암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유방암으로 유방을 잘라낸 여성에게 유방을 되살리는 유방재건술은 여성성과 모성을 살리는 중요한 수술”이라고 했다. 고려대안암병원 제공
윤을식 고려대안암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유방암으로 유방을 잘라낸 여성에게 유방을 되살리는 유방재건술은 여성성과 모성을 살리는 중요한 수술”이라고 했다. 고려대안암병원 제공
윤을식 고려대안암병원 성형외과 교수. 고려대안암병원 제공
윤을식 고려대안암병원 성형외과 교수. 고려대안암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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