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靑 “블랙리스트 먹칠 삼가라” 한국당 “330개 기관 660명 달해”

알림

靑 “블랙리스트 먹칠 삼가라” 한국당 “330개 기관 660명 달해”

입력
2019.02.20 20:00
10면
0 0

 산하기관 임원 감사 적법했나 

 “장관의 법률에 따른 감독권 행사’ 

 전 정권 인사 찍어내기 표적감찰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한국일보 자료사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한국일보 자료사진

청와대가 20일 산하기관장 교체를 위해 표적 감찰을 했다는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블랙리스트란 ‘먹칠’을 삼가 달라”며 발끈하고 나섰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를 들여다보고 있는 검찰이 청와대 개입 여부까지로 수사를 확대하자, 자칫 정권 차원의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비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정권 차원의 블랙리스트 인사 전횡의 정점이 청와대 어디까지인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어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찍어내기 표적 감사 VS 산하기관 감사, 적법한 감독권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은 정권 교체 이후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에 대한 감사가 이뤄졌고, 전 정권 때 임명된 일부 임원들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교체됐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감사가 적법한 행위였다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전 정권 인사를 내보내기 위한 찍어내기 표적 감사라고 보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법률에 따라 장관은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 산하 기관 인사ㆍ업무 등 경영 전체에 대한 포괄적 관리ㆍ감독권을 적극 행사할 수 있다”며 적법한 감독권 행사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문제는 감사의 수단이 합법인지 불법인지 여부다. 이에 대해선 김 대변인도 “결과가 나올 때까지 청와대는 조용히 지켜볼 것”이라며 일단 신중한 입장이지만, 야권은 환경부 감사 표적 감사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공세를 펴고 있다. 특히 검찰이 지난달 환경부 압수수색을 통해 감사관실 컴퓨터에서 장관 보고용 폴더를 발견했는데, 이 폴더에 사퇴를 거부하는 김현민 전 환경공단 상임감사와 강만옥 전 환경공단 경영기획본부장에 대해 “철저히 조사 뒤 사퇴 거부하면 고발 조치” 등의 내용을 담은 ‘산하기관 임원 조치사항’ 파일이 있었다는 사실이 최근 알려지면서 야권의 주장에 좀 더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정권 차원의 블랙리스트” VS “민간인 상대로 한 블랙리스트 아니다“ 

다만 환경부가 무리한 감사를 벌였다 하더라도 야당의 주장처럼 이를 정권 차원의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단정짓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의 피해자는 민간인이었던 반면, 이번 의혹은 공공기관 임원들로 사태의 성격부터 다르다는 것이 청와대 입장이다. 김 대변인은 “(전 정권 블랙리스트는) 영화ㆍ문학ㆍ공연ㆍ시각예술ㆍ전통예술ㆍ음악ㆍ방송 등에 종사하는 분들이 목표였다”며 “그러나 이번 환경부 건은 공공기관의 기관장ㆍ이사ㆍ감사들로, 짊어져야 할 책임의 넓이와 깊이가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특히 청와대는 “환경부뿐 아니라 다른 부처 산하기관의 경우 대부분이 임기를 보장 받았다”며 정권 차원의 찍어내기 인사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김 대변인은 “전 정권 8년여 동안 관리한 블랙리스트 규모는 2만 1,362명에 달하고, 피해가 확인된 것만 8,931명의 문화예술인과 342개 단체였다”며 “그러나 문제의 문건에 나타난 것을 보면, 거론된 24개의 직위 가운데 임기 만료 전 퇴직이 5곳에 불과하고, 더욱이 임기 초과 퇴직은 9곳으로 2배가량 많다”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청와대 인사수석실이 환경부 블랙리스트와 관련한 보고를 받은 정황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데 대해서도 “청와대 인사수석실이 하는 일은 환경부를 비롯한 부처가 하는 공공기관의 인사 방향에 대해 보고를 받고 협의하는 것”이라며 “그걸 문제 삼는다면 청와대 인사수석실 자체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야당은 “환경부 블랙리스트가 청와대에 보고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연석회의에서 “김태우 수사관의 폭로에 의하면 문재인판 블랙리스트가 330개 기관 660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며 특별검사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특히 환경공단 임원 후보 선출 과정에서 청와대가 원했던 인사가 채용되지 않자 후보를 다 떨어트리고 재공모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야당이 이처럼 맹공을 퍼붓고 있는 데는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기조가 부메랑이 된 측면이 없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출범 이후 대대적으로 단행한 ‘적폐 청산’ 작업의 결과 사회 전반의 도덕 기준이 크게 높아졌는데도, 일부 부처와 청와대 인사들이 관행에 젖어 과거 식으로 전 정권 인사 찍어내기를 시도했다가 반격의 빌미를 초래했다는 시각이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