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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서두를 것 없다”… ‘빈손 회담’ 감수하며 북한 우회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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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서두를 것 없다”… ‘빈손 회담’ 감수하며 북한 우회 압박

입력
2019.02.20 16:52
수정
2019.02.20 20:0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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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시간표 없다” 배수진 속 “긍정적인 일들 일어날 것” 강온양면 전략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9일 백악관 짐무실에서 우주사령부 창설을 담은 우주 정책 행정명령 4호 서명식을 갖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9일 백악관 짐무실에서 우주사령부 창설을 담은 우주 정책 행정명령 4호 서명식을 갖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코 앞에 둔 19일(현지시간) “급한 시간표는 없다”며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수 차례 강조했다.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둘러싼 북미간 줄다리기가 계속되면서 회담 결과에 대한 기대치를 낮춘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핵ㆍ미사일 실험이 없고 제재가 유지되는 한 미국은 급할 게 없다는 메시지는 일종의 ‘빈손 회담’도 감수하겠다는 배수진으로 북한을 우회적으로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우주정책 행정명령 4호 서명식을 갖는 자리에서 하노이 정상회담에 대해 “많은 것들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희망한다. 궁극적으로는 비핵화다”면서도 “나는 특별히 서두를 게 없다. 제재들은 유지되고 있으며, 관계는 매우 강하며 많은 좋은 일들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에서 달성하고 싶은 게 무엇인가’라는 기자 질문에도 재차 “궁극적으로 북한 비핵화를 보고 싶다. 결국 그것을 볼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급한 시간표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의 경제적 잠재력을 거론하며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은 매우 긍정적인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생각하는 데 곧 알게 될 것이다”며 기대감을 표한 뒤에도 다시 “"실험이 없는 한 나는 서두를 게 없다. 실험이 있다면 그건 또 다른 일(that's another deal)이 될 것이다. 그러나 실험이 없어 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서두를 게 없다”는 표현을 다섯 차례나 사용하며 강조한 것은 지난해 6ㆍ12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에도 북한 비핵화에 진전이 없다는 미국 내부의 비판론을 반박하는 성격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매체들은 '어떻게 되고 있나? 속도, 속도, 속도'라고 말하는데, 우리는 정말이지 서두를 게 없다”며 "내가 대통령이 됐을 때 북한과의 관계는 매우 위험했지만, 이제는 훨씬 덜 위험해졌다”고 자신의 치적을 부각시켰다.

이와 함께 상징적 성격이 강했던 싱가포르 회담과 달리 구체적 결과물이 도출돼야 하는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연신 나온 ‘서두르지 않겠다’는 언급은 다분히 북한을 겨냥한 측면도 강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액면 그대로 보면 현상 유지를 가정한 것이어서 비핵화 진전을 위한 북미간 협상이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번 회담이 빈손 회담에 그칠 경우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상당한 부담이어서 북한과 타협점을 모색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으나, 역으로 빈손 회담이 되더라도 상관 없다는 식의 버티기 모드를 보이는 것이다. 여기엔 제재 키를 쥐고 있으면 급한 쪽은 북한이니 먼저 행동에 나서라는 함의가 깔린 셈이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도 ‘제재완화가 상응조치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제재에 대한 입장은 분명하다. 그것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가 달성될 때까지 유지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험이 없는 한’이란 단서를 단 것도 북한에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의미를 띤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고 압박을 해온 데 대해 핵ㆍ미사일 실험을 재개하는 경우 “또 다른 일이 될 수 있다”는 경고로 협상 판의 테두리를 그어놓은 셈이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긍정적인 일들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한다”며 김 위원장과의 담판 결과에 대한 기대감도 놓지 않았다. 김 위원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북한을 직접적으로 자극하지는 않았지만, 행간에는 각본 없는 핵 담판을 앞두고 북미간 신경전이 팽팽하게 흐르고 있다는 평가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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