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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오! 베트남] 박항서 열풍, 베트남 40대ㆍ남성 마음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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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오! 베트남] 박항서 열풍, 베트남 40대ㆍ남성 마음 흔들었다

입력
2019.02.21 04:4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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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2차 베트남인 한국 인식조사 (하)

지난해 베트남을 휩쓴 ‘박항서 열풍’이 한국에 대한 베트남 국민들의 인식을 크게 개선시킨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그 변화를 이끈 핵심은 ‘40대 남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층과 여성들 사이에서 더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음악, 음식, 화장품 중심의 한류가 한국인 박 감독을 통해 스포츠로 영역이 확장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축구는 베트남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로, 특히 남성들이 열광하는 종목이다.

{저작권 한국일보} 한국과 문화적으로 비슷하다 - 송정근 기자/2019-02-20(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 한국과 문화적으로 비슷하다 - 송정근 기자/2019-02-20(한국일보)

 ◇ 돌아온 베트남 ‘아재’ 

한국일보와 코리아타임스가 ‘박항서 열풍’ 이후 베트남의 한국에 대한 인식 변화를 분석하기 위해 베트남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2차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베트남 국민 인식조사’에서 ‘한국과 문화적으로 동질감을 느낀다’고 답한 이들은 70.7%에 달했다. 이는 박 감독 신드롬이 일어나기 전인 2017년 12월 실시된 1차 조사의 61.1%보다 대폭 늘어난 것이다.

이 같은 변화를 이끈 층은 30, 40대의 남성들로 뚜렷했다. 전년도 조사와 비교했을 때 20대의 경우 ‘동질감을 느낀다’고 답한 이들이 266명에서 245명으로 감소한 반면, 30대(전체 250명)는 143명(57.2%)에서 184명(72.6%)으로 늘었고, 40대(전체 250명)는 115명(46.0%)에서 177명(70.8%)으로 급상승했다. 특히 이 같은 답을 한 남성(전체 498명)은 227명(45.6%)에서 346명(69.5%)으로 늘면서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한국에 대한 전반적인 호감도 상승을 이끌었다.

서강대 동아연구소의 이한우 교수는 “90년대 말 한류의 베트남 상륙 당시 한국에 열광하던 20대 젊은이들이 장년이 되면서 멀어졌는데, 그들이 다시 돌아온 것”이라며 “베트남 중ㆍ장년층 남성들을 움직인 박 감독 신드롬은 기존 한류의 작동 영역을 넘어서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 반대파에서 지지파로 

한국에 대한 30, 40대 남성들의 인식 개선은 한국인과의 국제결혼에 대한 태도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1차 조사 당시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인상을 주는 요소 1순위로 ‘베트남 결혼이주 여성’ 문제가 꼽힌 바 있다.

1차 조사 때 한국인과의 국제결혼에 가장 반대하는 연령층은 40대였다. 3명 중 1명꼴(250명 중 79명ㆍ31%)로 한국인과의 결혼에 부정적이었지만 2차에서는 15명(6%),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30대도 53명에서 28명으로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설문조사 자문을 맡은 응우옌 티 탄 후엔(45) 하노이 베트남국립대 저널리즘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국제결혼은 교류 중에서도 최상위 수준의 교류”라며 “’반대파’가 획기적으로 줄었다는 것은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동시에 ‘지지파’도 늘었다. 한국인과의 국제결혼을 지지한 사람은 전체 응답자 1,000명 중 1차 24.4%에서 2차 31.9%로 늘었는데, 이를 견인한 것도 역시 40대였다. 40명에서 배에 가까운 76명으로 늘었다. 또 ‘한국인과 친구가 되기 쉽다’고 응답한 이들도 1차에서 20대 45.1%, 40대 23.2% 등으로 연령별 편차가 심했지만 2차에서는 20대(40.8%), 30대(44.4%), 40대(37.2%), 50대 이상(36.6) 등 모든 연령대에서 고른 지지가 나타났다. 젊은층에서 집중적으로 표출됐던 한국에 대한 호감이 모든 연령층으로 확대됐다는 것이다.

{저작권 한국일보} 한국과의 국제결혼 - 송정근 기자/2019-02-20(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 한국과의 국제결혼 - 송정근 기자/2019-02-20(한국일보)

 ◇ 최대 구매력 연령층 

이 같은 현상은 이미 박항서 감독을 광고 모델로 내세운 현지 진출 기업들에서 나타나고 있다. 베트남 최대 외국계 은행인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해 초 박 감독 붐이 일자마자 광고모델 계약을 체결했다. 신한베트남은행 관계자는 “2017년 100만명 수준이던 은행 고객 수는 지난해 120만여명으로 늘었다”며 “특히 30, 40대가 주 이용층인 신용카드 이용 고객층이 11만명에 21만명으로 배로 늘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동아제약 박카스도 베트남 진출 10년 만에 최고 매출을 기록했고, 대상그룹은 ‘종가집’과 소시지 브랜드 ‘득비엣’에 박 감독을 광고모델로 기용하며 상당한 광고효과를 누리고 있다. 박 감독이 출연한 광고를 봤다는 응답자(744명ㆍ77.4%) 중 446명(60.4%)이 해당 광고로 그 기업의 이미지가 좋아졌다고 응답했다.

베트남 사회학 전공자인 이계선 하노이 탕롱대 교수는 “과거 한국 대중문화에 열광하면서도 한국 제품 구매로 연결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났던 건 인기가 구매력 낮은 20대 젊은층 중심이었기 때문”이라며 “박 감독 신드롬이 이제는 가장 왕성한 소비를 하는 연령층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번순 고려대 경제통계학부 교수는 “경제분야에서 교류가 왕성해지고 나면 이후 문제는 어떻게 그 사람들의 ‘마음’을 사느냐는 것으로 귀결된다”며 “박 감독이 일으킨 바람을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노이=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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