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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근로 힘들면 젊은이들 나갈 텐데...” 문성현의 위험한 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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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근로 힘들면 젊은이들 나갈 텐데...” 문성현의 위험한 낙관

입력
2019.02.20 11:13
수정
2019.02.20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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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사노위 위원장, 근로시간 확대 우려에 “걱정 안 해도” 

노사정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탄력근로제 확대에 합의한 지난 19일 오후 서울 경사노위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갑 고용노동부장관,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총회장, 이철수 경사노위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장,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 배우한 기자
노사정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탄력근로제 확대에 합의한 지난 19일 오후 서울 경사노위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갑 고용노동부장관,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총회장, 이철수 경사노위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장,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 배우한 기자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현행 최대 3개월이었던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6개월까지 확대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이 노동자 실질 근로시간 확대 가능성과 관련, “집중해서 시키면 (젊은이들이 직장을) 나가는 거라, 현실적으로 지나친 우려”라고 밝혀 논란이다. 이번 합의가 장시간 노동문화 개선을 위한 의미 있는 타협이라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노동자의 건강권 침해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문 위원장의 발언은 안일한 인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문 위원장은 20일 오전 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 출연, 주 52시간제 도입과 특례업종 축소 등 노동계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생긴 경영계의 우려를 덜기 위해 탄력근로제 확대를 추진하게 됐다고 합의안 마련의 배경을 밝혔다. 문 위원장은 “일하는 노동자들은 가능하면 적게 일하고 많이 받고 싶고, 사용자 입장에서는 많이 시키고 적게 주고 싶어 부딪힐 수 밖에 없는 문제였다”면서도 “경영계가 이야기하는 어려움에 대해 한국노총이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또 6개월 연속 주 64시간 집중근로에 대해 “계산적으로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다”면서도 “실제로 현장에 가보면 6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하루 64시간씩 해야 될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다”고 답했다. 실제로 탄력근로를 연속으로 적용해 6개월까지 집중 근로를 시키는 게 가능하지만 실제 이렇게 적용되는 사업장은 적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그러나 경영계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이번 합의보다 2배나 더 긴 1년까지 확대하자고 주장한 만큼 노동자의 실질 근로시간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뿐만 아니라 문 위원장은 “걱정 안 해도 된다, 요즘 젊은 분들이 그런 일자리를 싫어한다”며 “너무 그렇게 집중해서 시키면 (직장을) 나가는 거라, 현실적으로 지나친 우려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대목도 논란이다. 대다수 노동자가 노조에 가입돼 있지 않아 근로 조건이 악화할 경우 대응하기 힘든 상황에서 ‘힘들면 근로자가 알아서 퇴사할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탄력근로제란 단위기간 내 평균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맞추면 근로자에게 일주일에 최대 64시간까지 근로를 시킬 수 있게 허용하는 제도다. 사업자는 정해진 일정 기간, 즉 단위기간 중에 일이 많이 몰릴 때 일하는 근로 시간을 늘리는 대신 기간의 남은 시간 동안에는 근로 시간을 줄일 수 있게 된다. 탄력근로제 실시 기간 중에는 노동자의 근로 시간이 하루 8시간을 넘긴다 해도 사업주는 연장근로수당(통상임금의 1.5배)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현재는 최대 단위기간이 3개월이지만 합의 내용이 법으로 통과되면 6개월까지 늘릴 수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논의가 진행된 탄력근로제 확대는 주 52시간제 도입 등으로 수익 악화를 우려한 경영계와 근로 조건 악화를 우려한 노동계가 첨예하게 맞서온 이슈다. 결국 9차례에 걸친 치열한 회의 끝에 19일 노사정이 탄력근로제 관련 일부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을 전제로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데 합의하면서 ‘사회적 대타협의 첫 발 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탄력근로제가 확대되면 과로로 인해 건강을 위협받는 노동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지는 데도 이에 대한 대책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단순히 생각하면 탄력근로가 6개월(26주)로 확장이 될 경우 3개월(13주)은 더 많이 일하고, 3개월(13주)은 더 적게 일해 평균 주 52시간을 맞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사업주가 최대 40주까지 연속으로 주 64시간 근무를 시킬 수도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상반기 6개월 중 초반 3개월은 적게 일하고 후반 3개월은 많이 일한 사업장에서 하반기 6개월도 탄력근로를 실시하면서 하반기 첫 3개월 동안 더 많은 일을 하도록 결정하면, 근로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6개월간 연장근로수당 없이 장시간 노동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과로의 기준을 12주 연속 60시간 이상 근무가 지속될 경우로 보고 있다.

탄력근로제를 실시할 경우 근로자 대표와 회사측의 서면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붙긴 하지만, 노조가 없어 조직적 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한 사업장의 근로자일수록 근로 조건이 더 악화할 여지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한편 문 위원장은 민주노총의 불참 상태에서 이뤄진 이번 합의를 두고 일각에서 ‘반쪽 짜리’ ‘야합’ 등의 혹평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단호히 동의할 수 없다”며 “민주노총은 대화라는 방식으로 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결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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