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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투명 출연 계약에 막장 공세까지… 지상파 드라마 추락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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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투명 출연 계약에 막장 공세까지… 지상파 드라마 추락 어디까지

입력
2019.02.20 04:4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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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작이었던 KBS 월화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2: 죄와 벌’은 ‘문제작’이 됐다. 톱스타 고현정과 박신양을 주연으로 내세우고도 작가 교체설ㆍ배우 제작진의 갈등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청률도 5~6%대를 기록하며 고전 중이다. KBS 제공
기대작이었던 KBS 월화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2: 죄와 벌’은 ‘문제작’이 됐다. 톱스타 고현정과 박신양을 주연으로 내세우고도 작가 교체설ㆍ배우 제작진의 갈등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청률도 5~6%대를 기록하며 고전 중이다. KBS 제공

방송 2주 만에 갑작스레 결방했다. 시청자와의 약속을 어긴 것도 모자라 드라마 제작진과 배우의 갈등설이 불거지며 도마에 올랐다. 같은 방송사의 또 다른 드라마는 막장 논란을 일으키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지상파 방송, 그것도 공영방송 KBS 드라마의 요즘 모습이다. KBS 드라마에서 벌어진 소동은 국내 방송의 열악한 제작 환경과 지상파 콘텐츠의 문제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배우 중도 하차 논란’ 불분명한 계약이 문제 

KBS 월화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2: 죄와 벌’(‘조들호2’)은 요즘 ‘문제적 드라마’로 꼽힌다. 배우 조달환과 이미도의 중도 하차를 두고 배우와 제작진이 정반대의 입장을 내놓아 뒷말을 낳았다. 배우들은 갑작스레 하차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제작진은 드라마 흐름에 따른 예상된 결과라고 맞섰다. 어느 쪽 주장이 맞든 손발이 척척 맞아야 할 사람들끼리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한 셈이다. ‘조들호2’는 앞서 주연 배우인 박신양이 허리 수술을 받아 2주 동안 방송이 중단되면서 우려를 낳았다.

제작진과 배우가 출연 기간에 대해 주장이 엇갈리는 건 불분명한 출연 계약 탓이 크다. 본보가 입수한 A 배우의 ‘조들호2’ 출연 계약서엔 계약 기간(제2조)이 ‘본 계약은 계약 체결일로부터 효력을 발생하며 본 드라마에 필요한 병(배우)의 모든 활동의 제공이 완결될 때 종료한다’고 적혀 있다. 배우가 언제까지 촬영하는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 계약 내용이 허술하다 보니 배우 측은 ‘일방적 하차 통보’라고 주장하면서도 더 이상 큰 소리를 내지 못하고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다. 심각한 건 이 일이 비단 ‘조들호2’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한연노) 관계자는 “대부분의 드라마 출연 계약이 구체적 촬영 기간 합의 없이 이뤄진다”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KBS 주말 드라마 '하나뿐인 내 편'은 40% 시청률을 웃돌지만 '막장'이란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KBS 제공
KBS 주말 드라마 '하나뿐인 내 편'은 40% 시청률을 웃돌지만 '막장'이란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KBS 제공

 ◇지상파 드라마의 ‘아침 일일극화’ 심각 

KBS 주말드라마 ‘하나뿐인 내 편’을 둘러싼 ‘막장 논란’은 지상파 드라마의 질적 하락을 보여준다. 시청률 40%를 넘나들며 화제를 모으고 있지만, 정작 드라마는 ‘최악의 주말극’이란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KBS 시청자 상담실이 18일 낸 일일 보고서를 보면 31명의 시청자가 ‘하나뿐인 내 편’ 극본을 비판(15~18일)했다. ‘개연성 없는 전개와 출생의 비밀 같은 억지 설정이 극을 지루하게 만든다’는 내용이었다.

‘하나뿐인 내 편’은 비윤리적 내용도 잇달아 나온다. 평범한 인물인 다야는 남의 차에 들어가 블랙박스 SD카드를 훔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온라인에 ‘다야의 범죄 목록’이란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오는 이유다. 드라마평론가인 박생강 소설가는 “‘하나뿐인 내 편’은 뻔한 전개뿐 아니라 폭로전의 남발과 자극적 설정의 반복으로 피로감을 준다”며 “‘넝쿨째 굴러온 당신’과 ‘내 딸 서영이’ 등으로 지켜온 KBS 주말극의 품위를 갉아먹는 것 같아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SBS의 수목드라마 ‘황후의 품격’도 방송 내내 시청자 입길에 올랐다. 드라마는 살인과 협박, 납치 등 수위 높은 묘사로 ‘황후의 공포’라고까지 불린다.

‘하나뿐인 내 편’과 ‘황후의 품격’을 둘러싼 논란은 ‘지상파 드라마의 아침 일일극화’ 추세를 보여준다. 아침 일일극은 오래 전부터 ‘막장의 온상’이었다. 김장 김치로 얼굴을 때리거나(MBC ‘모두 다 김치’ㆍ2014) 된장을 퍼 상대방 얼굴에 비빈 뒤 싸던 김밥으로 상대의 얼굴을 가격하는(SBS ‘해피 시스터즈’ㆍ2018) 황당무계한 장면들이 넘쳐났다. 평일 아침 시간대에 주로 나타나던 막장 표현이 최근 시청률 황금시간대인 평일 심야 드라마와 주말극에까지도 번지는 모양새다. 드라마의 아침 일일극화는 지상파가 종합편성채널(종편), 케이블채널, 그리고 넷플릭스 등과 경쟁을 펼치며 높은 시청률에만 연연하다 벌어진 결과다.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않으면 지상파 드라마의 미래는 더욱 어두워질 가능성이 크다. 김교석 방송평론가는 “지상파가 성과를 시청률에서만 찾는 한 지상파에선 ‘SKY캐슬’ 같은 드라마의 등장은 어렵다”며 “가족극 같은 경우엔 가족이 갖는 의미를 진지하게 되살리는 이야기를 고민하는 등 드라마 제작 관행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 개선이 필요할 때”라고 조언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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