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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음악의 저력, 세계에 알려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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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음악의 저력, 세계에 알려야죠”

입력
2019.02.20 04:40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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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코리안심포니 정치용 예술감독·박선희 대표이사

정치용(왼쪽) 코리안심포니 예술감독과 박선희 대표이사. 첫 여성 수장을 맞아 악단 단원 구성에도 성비를 고민할 거냐는 질문에 정 감독은 “똑같은 실력의 남성, 여성 지원자 중 한 명만 뽑게되는 상황이 되면 좋은 악기 가진 이를 뽑을 것”이라고 답했다. 블라인드 테스트로 뽑는 코리안심포니 단원의 성비는 6대 4로 여성이 더 많다. 배우한 기자
정치용(왼쪽) 코리안심포니 예술감독과 박선희 대표이사. 첫 여성 수장을 맞아 악단 단원 구성에도 성비를 고민할 거냐는 질문에 정 감독은 “똑같은 실력의 남성, 여성 지원자 중 한 명만 뽑게되는 상황이 되면 좋은 악기 가진 이를 뽑을 것”이라고 답했다. 블라인드 테스트로 뽑는 코리안심포니 단원의 성비는 6대 4로 여성이 더 많다. 배우한 기자

저평가 우량주. 각각 지난해와 올해 1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이하 코리안심포니)의 수장에 오른 정치용(61) 예술감독, 박선희(44) 대표가 이 교향악단에 매긴 성적은 같았다. 1985년 창단된 코리안심포니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교향악단으로 정기연주회와 같은 단독 콘서트뿐만 아니라 국립오페라단, 국립발레단, 국립합창단 등 국립 예술단체의 연주도 담당한다. 지난해 1월 취임한 정 감독이 정기연주회 선곡과 협주자 선정, 단원 선발 등 예술 전반의 방향키를 쥐고 있다면 지난달 임명된 박 대표는 행정을 총괄한다. 두 사람이 처음 호흡을 맞추는 22일 정기연주회를 앞두고 서울 서초동 코리안심포니 연습실에서 만났다. 정 감독의 취임 1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공연에서 코리안심포니는 말러 교향곡 1번과 리스트 피아노협주곡 1번(조재혁 협연)을 연주한다. 정 감독은 “근현대 교향곡의 정점을 보여주는 두 명의 작곡가를 차례로 조명한다. 지난해까지 브루크너 시리즈를 끝냈고 올해부터 말러 교향곡을 1년에 두 차례 이상 꾸준히 연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작곡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음악대학을 졸업한 정치용 예술감독이 지휘자로 국내 데뷔한 건 1991년 KBS홀 개관기념 팝스콘서트였다. 101명의 젊은 연주자들로 구성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에서 정 씨가 연주한 건 엘가의 ‘사랑의 인사’, 노사연의 ‘만남’과 신승훈의 ‘미소속에 비친 그대’였다.

“유학 갔다 오자마자 대중음악 반주한다고 걱정하는” 음악계 스승과 동료들의 우려는 94년 정 감독이 윤이상의 오페라 ‘류퉁의 꿈’, ‘나비의 꿈’을 차례로 국내 초연하면서 불식됐다. 박선희 대표는 “그때 연주를 기억하는 분들은 정 감독님을 굉장히 자유분방한 지휘자라고 말한다. 저는 지금도 그 기질이 여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음악계에 입문한 건 2001년 공연기획사 ㈜인포아트에서 근무하면서부터다. 음악잡지에 나온 공연 문의 연락처를 보고 일일이 전화를 걸어 기획자가 된 그는 2002년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에 입사하면서 날개를 달았다. 김선욱, 조성진, 손열음, 임지영 등 쟁쟁한 젊은 음악가를 금호 영재콘서트를 통해 배출했고, 베를린필하모닉(조성진 협연), 뉴욕필하모닉(손열음 협연) 등 세계 정상급 교향악단을 국내 초청하며 젊은 음악가의 협연 무대를 만들었다. 정 감독이 “주변에서 뛰어난 기획자란 칭찬이 자자하다”고 기대하는 이유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박선희(오른쪽) 대표, 정치용 예술감독. 배우한 기자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박선희(오른쪽) 대표, 정치용 예술감독. 배우한 기자

‘음악계의 어벤저스’가 수장으로 부임했지만 이 악단이 ‘저평가’에서 벗어나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 교향곡, 협주곡을 주로 연주하는 다른 교향악단과 달리 코리안심포니는 태생 상 발레단, 오페라단 등 다른 국립 예술단체 공연의 오케스트라 연주를 맡을 때가 많다. 올해 국립발레단 연주가 43회, 국립오페라단 연주가 22회로 잡힌 데 반해 정기 연주회는 단 6회에 불과하다. “빈 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빈 국립오페라단의 연주를 도맡는 것처럼 해외에서는 보편화된, 음악적 상상력을 키우기 더 없이 좋은 시스템이지만, 한국에서는 드물기 때문에”(박선희) 제대로 된 역량을 선보일 기회가 적다는 말이다. “코리안심포니는 발레, 오페라 곡까지 소화해야 하니 유연성이 필요하죠. 음색을 부드럽고 세련되게 낼 줄 알아요. 역량에 비해 음악성이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죠.”(정치용)

정 감독은 부임 후 “한국의 음악을 선보인다”는 방향을 잡았다. 지난 달 발매한 코리안심포니 연주 앨범에 최성환의 아리랑환상곡을 넣은 이유다. 그는 “예산의 60%를 정부 지원금으로 운영하는 ‘코리안’심포니가 대중적인 작품만 연주할 수는 없다. 한국적인 레퍼토리를 개발하고 연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4월 통영국제음악회에서 윤이상 교향곡 3번을 연주하고, 같은 달 교향악축제에서 상주 작곡가 이수연(Paul Yeon Lee)의 위촉곡 ‘코리안 오버추어(Korean overture)를 초연한다. 외부 단체 공연에서도 한국 음악가의 곡을 우선 연주할 계획이다. 오는 9월 국립오페라단의 창작 오페라 ‘1945’(최우정 작곡)에 기대를 거는 것도 이런 배경이다.

공연 수익을 계산해야 하는 박 대표는 이 시도를 우려하지 않을까. “경영 관점에서 코리안심포니를 보면 ‘근육이 매우 탄탄한’ 단체”란 대답이 돌아온다. “인수인계를 받으면서 ‘앞으로 내가 할 일은 한국적 교향악단의 방향성을 고민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미 큰 그림을 그렸으니 너무 감사한 일이죠. 이런 변화, 역량을 제대로 알리 게 제 역할이죠.”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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