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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미세먼지특별법에 날개를 달려면

입력
2019.02.20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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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부터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이 법이 거둘 효과에 대해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반가운 것은 범부처 추진체계를 갖추게 됐다는 점이다. 미세먼지특별대책위원회는 국무총리와 민간인 1인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기획재정부 장관 등 17개 중앙행정기관의 장들이 참여해 무게감이 높아졌다. 미세먼지개선기획단은 과거 김대중 정부가 총리실 산하에 설치했던 수질개선기획단처럼 관계부처 합동으로 꾸려 각 부처의 정책을 조정하고 추진 실적을 점검ㆍ평가하게 된다.

특별법의 어깨가 무거운 것은 미세먼지 개선 가능성이 엿보이지만 아직 국민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재작년 25㎍/㎥였던 전국 미세먼지 농도는 지난해 23㎍/㎥로 줄었고, 서울의 미세먼지 ‘좋음’ 일수도 101일에서 130일로 증가했다. 런던 도쿄 수준으로 ‘좋음’ 일수가 대폭 늘어난 것은 고무적인 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 정도로 개선 효과를 체감하는 건 불가능하다. 서울의 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선진국 도시들보다 여전히 2배가량 높은 수준이고 지난해 ‘나쁨’ 일수도 61일을 기록해 전년 대비 3일 감소한 것에 불과했다.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공기 질 개선이 미흡하다는 사실은 통계청의 2018년 사회조사 결과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미세먼지 때문에 ‘불안하다’는 응답자 비율은 82.5%로 다른 환경문제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은 수준이었다. 지난해 환경부가 발표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추진하는 미세먼지 대책에 대해 44.6%가 불만족을 표시했는데, 62%는 그 이유로 고농도 미세먼지 해결이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처럼 높은 국민의 우려는 특별법이 시행된다 해도 단기간에 불식시키긴 어려울 것이다. 미세먼지 문제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산업화 과정에서 고착된 낡은 산업구조, 화석연료에 유리한 에너지가격 체계, 사려 깊지 못한 자동차 이용 문화, 기후 변화에 따른 대기 정체 증가, 인접 배출국가의 영향권에 놓인 지리적 여건 등이 얽히고설킨 문제다. 따라서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는 만능열쇠를 기대하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인지 모른다.

급할수록 중요한 것은 첫 단추부터 잘 끼우는 일이다. 미세먼지 대책에서 첫 단추는 국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산정체계를 개선해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다. 국내 배출계수 비율을 높이고 소규모 사업장, 군용 차량과 장비, 도로 비산먼지, 농업 잔재물 소각과 직화구이, 암모니아 등 누락되거나 과소평가되고 있는 배출원의 배출량 산정을 정교하게 가다듬어야 한다. 그래야 배출량 비중이 높은 분야에 사회 역량을 집중할 수 있고 중국 등 국외 미세먼지 유입의 영향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건 특별법 시행으로 신설될 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를 중심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두 번째 단추는 예보정확도를 높이는 것이다. 2017년 미세먼지 예보정확도는 전체 평균 88%, 고농도는 67% 수준이다. 미세먼지 예보의 취지는 미리 준비해 피해를 줄이자는 것이다. 취지에 부합하려면 특히 고농도 예보정확도를 높이고 현재의 ‘모레’ 예보시스템도 ‘일주일’ 예보로 전환해야 한다. ‘비상저감조치’ 발령 시기를 앞당겨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늘리자는 것이다. 물론 무임승차로 될 일은 아니다. 정부와 국회가 대기질예보센터의 예산과 인력 확충에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단추 두 개를 제대로 끼우면 남은 것은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일이다. 지난해 폐비닐수거거부 사태에서도 보았듯이 문제 해결의 열쇠는 지자체가 쥐고 있다. 따라서 지자체가 세부 시행계획을 수립해 이행하도록 독려하고 지원해야 한다. 과학적 기반이 확충되고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특별법은 양 날개를 달게 될 것이다.

안병옥 고려대 OJERIㆍ환경생태공학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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