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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 이한 감독 “착한 영화로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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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 이한 감독 “착한 영화로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고 싶어요”

입력
2019.02.19 17:27
수정
2019.02.19 20:05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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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증인’의 이한 감독은 “‘착하다’는 말이 ‘순진하다’는 부정적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시대이지만, 착한 영화의 착한 영향력을 믿는다”고 말했다. 이한호 기자
영화 ‘증인’의 이한 감독은 “‘착하다’는 말이 ‘순진하다’는 부정적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시대이지만, 착한 영화의 착한 영향력을 믿는다”고 말했다. 이한호 기자

영화 ‘증인’을 보고 나면 괜히 착해지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전쟁의 비극 속에서 희망을 노래한 ‘오빠생각’(2016)에서도, 떠난 이의 아픔과 남은 이의 죄책감을 위로하는 ‘우아한 거짓말’(2014)에서도, 자신을 긍정하며 세상 속으로 나아가라고 힘차게 응원하는 ‘완득이’(2011)에서도, 이한(49) 감독은 한결같이 말해 왔다. 선한 의지가 한 사람의 삶을 바꾸고,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킨다고.

‘증인’은 주인공의 대사를 빌려 질문 하나를 건넨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최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이 감독은 “편견 없이 순수한 주인공이 건네는 선물 같은 느낌으로 쓴 대사였다”며 “스스로 좋은 사람인지 자문하면서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증인’은 살인 용의자를 변호하게 된 변호사 순호(정우성)와 사건 현장 목격자인 자폐 스펙트럼 장애 고등학생 지우(김향기)의 따뜻한 교감을 그린다. 지우를 증인으로 법정에 세워 의뢰인의 무죄를 증명하려 했던 순호는 순수한 지우를 통해 현실과 타협한 자신을 돌아보고, 지우는 순호와 가까워지면서 세상과 소통하는 용기를 배운다. 이 감독은 시나리오 공모전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가 문지원 작가가 쓴 ‘증인’ 시나리오를 만났다. “묵직한 울림이 가슴에 남아 내내 떠나지를 않았어요. 이 울림을 빨리 다른 사람에게도 전하고 싶어서 조바심이 날 정도였죠.”

정우성과 김향기의 빼어난 연기 호흡은 ‘증인’의 또 다른 미덕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우성과 김향기의 빼어난 연기 호흡은 ‘증인’의 또 다른 미덕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정우성과 김향기가 선뜻 마음을 보탰다. 정우성은 마치 순호 자신인 듯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연기로 주제의식을 품어낸다. “정우성씨가 그동안 보여 준 연기도 정말 좋았지만, 특히 소신을 얘기할 때 얼굴이 제가 상상하는 순호와 닮아 있었어요. 정확하게는 ‘눈’이라고 하는 게 맞겠네요. 정우성씨의 눈빛에선 사람에 대한 존중과 관심이 느껴져요.”

김향기와는 ‘우아한 거짓말’ 이후 오랜만에 재회했다. 김향기 부모님과 이 감독이 나이도 같아서 “이젠 딸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우아한 거짓말’ 때는 향기가 연기 신동이라고 생각했어요. 실수 한 번 하지 않았으니까요. 다시 만났더니 깊이 있는 배우가 돼 있더군요. 표현도 자유로워졌고요. 다음엔 어떤 역할 맡겨 줄까 물으니 ‘다중인격 연기를 해 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기교 없는 담백한 연출이 더 큰 감동을 빚어낸다. 연출관을 묻자 이 감독은 “정직”이라는 두 글자로 답했다. “이를테면 인물 표정이 잘 보이는 구도는 한정돼 있어요. 비슷한 구도가 반복되더라도 그 장면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을 잘 전달하는 데에만 집중해요. 그래서 밋밋하다는 얘기도 듣지만, 저는 가공하지 않은 정직한 연출이 옳다고 믿어요.” 그래서 이 감독에게는 ‘착한 감독’ ‘착한 영화’라는 수식이 따라다닌다. 이 감독은 “선의를 품은 영화는 선한 영향력을 끼친다”며 “내 영화도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한 감독은 소외된 이들의 삶을 따뜻하게 보듬는 이야기를 선보여 왔다. 이한호 기자
이한 감독은 소외된 이들의 삶을 따뜻하게 보듬는 이야기를 선보여 왔다. 이한호 기자

‘증인’은 장애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을 되돌아본다. ‘우아한 거짓말’은 학교 폭력을 둘러싼 무관심과 방관을 다뤘고, 가난과 장애, 다문화 등을 보듬은 ‘완득이’는 그 자체로 소수자 커뮤니티였다. 이 감독은 “영화엔 시대의 공기가 담긴다”며 “어떠한 사회인가가 개인의 가치관과 삶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증인’에서 순호의 사무실이 광화문 인근에 있고 창문 밖으로 광화문 거리가 내다보이는 것도 시대성을 담아낸 결과다.

이 감독의 영화 속 인물들은 세상과 화해하며 성장한다. 스크린에 담기지 않은 순호와 지우의 미래가 궁금해지는 것도 그래서다. 이 감독은 “사랑 받는 사람은 어떠한 힘든 상황에서도 꺾이지 않는다”며 “순호도, 지우도, 완득이도 각자 자리에서 행복을 향해 나아가고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세상을 바라보는 이 감독의 시선엔 온기가 가득하다. “물과 기름 같던 사람들이 서로를 동경하다 서서히 섞여 가는 우화 같은 이야기”라는 이 감독의 차기작이 벌써 기다려지는 이유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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