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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같이 살고 싶어요” 난민 소년의 꿈은 이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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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같이 살고 싶어요” 난민 소년의 꿈은 이뤄질까

입력
2019.02.18 20:00
수정
2019.02.19 09:1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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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민 인정받은 이란 출신 김민혁… 부친은 거부당해 27일 비자 만료 

지난해 10월 난민으로 인정 받은 이란 출신 김민혁군이 아버지의 난민 지위를 다시 신청할 계획이다. 김민혁군 제공
지난해 10월 난민으로 인정 받은 이란 출신 김민혁군이 아버지의 난민 지위를 다시 신청할 계획이다. 김민혁군 제공

“이란에 있는 친척은 제가 기독교로 개종했다는 이유로 ‘사람도 아니다’며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고 했어요.”

2010년 아버지를 따라 이란에서 한국으로 건너와 지난해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김민혁(16ㆍ한국 활동명)군은 2013년쯤 고모와의 전화통화를 떠올리며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조카의 개종 소식을 들은 고모는 차가운 목소리로 ‘절연’을 선언했다. 갓 열 살이 넘은 소년이 받아들이기엔 너무 큰 충격이었다. 종교의 차이가 신변의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어린 마음에 자리잡았다.

김 군은 “그냥 ‘오늘은 누구와 어디서 놀았다’는 것처럼 교회에 갔다는 이야기를 했을 뿐인데 돌아온 건 절연이었다”며 “그 이후 아버지에게 이란에서는 개종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김군은 지난해 중학교 친구들의 청원과 시위에 힘입어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지만, 아들을 따라 개종한 아버지는 아직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아버지 비자가 만료되는 시점은 오는 27일.

김군은 “의지할 수 있는 가족은 아버지뿐인데, 개종을 이유로 사형을 당할지도 모르는 이란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한국에서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달라”고 말했다. “한현민 같은 모델이 되고 싶다”는 김군은 한글을 모르는 아버지를 대신해 19일 서울 양천구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을 찾아 다시 한번 난민 지위를 신청한다.

모델을 꿈꾸는 이란 출신 난민 김민혁(오른쪽 두 번째)군은 지난해 9월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에서 열린 고교패션컨테스트에 참가해 런웨이에 섰다. 김민혁군 제공
모델을 꿈꾸는 이란 출신 난민 김민혁(오른쪽 두 번째)군은 지난해 9월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에서 열린 고교패션컨테스트에 참가해 런웨이에 섰다. 김민혁군 제공

김군이 아버지와 함께 신청했던 난민 심사에서 불인정 처분을 받은 건 2016년 6월이다. 당시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은 김군이 △만 13세로 아직 종교적 가치관이 분명히 정립됐다고 보기 어렵다 △귀국 시 박해를 받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는 점을 거론했다.

김군 아버지에 대해서는 △박해 받을 우려에도 불구하고 기독교로 개종할 수밖에 없는 동기나 신념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한 점 △기독교 기초 이해와 상식이 부족해 진정성이 의문스러운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1차 난민 심사 과정에 대해 김군은 “사제 시험을 보는 것 같았다”고 떠올렸다. 당시 심사관은 예수 제자 12명의 이름과 10계명, 성경 구절 등을 외워보게 했다. 몇 초만 머뭇거려도 “모르세요?”라고 다그쳐 진땀을 빼야 했다. 김군은 “4년간 교회에 다니며 ‘교회’를 주제로 한 글짓기 대회에서 상도 탔는데, 종교적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았다고 탈락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한국어도 서툰 아버지에게는 가혹한 심사였다”고 밝혔다.

김군은 3심까지, 김군 아버지는 2심까지 행정소송을 진행했으나 패소했다. 교회를 다녔던 김군 부자는 이후 아버지 지인과 함께 성당에 다니는 천주교 신자가 됐다.

아주중학교 학생회는 지난해 10월 19일 “우리 친구가 일상으로 돌아가 편안한 삶을 누리기를 소망한다”는 입장문을 통해 김민혁군 난민 인정을 환영했다. SNS 캡쳐
아주중학교 학생회는 지난해 10월 19일 “우리 친구가 일상으로 돌아가 편안한 삶을 누리기를 소망한다”는 입장문을 통해 김민혁군 난민 인정을 환영했다. SNS 캡쳐

김군이 난민 지위를 인정받도록 도운 건 중학교 친구들이었다. 김군 친구들은 이란으로 돌아가 박해 받을 위기에 처한 김군을 위해 “공정한 심사를 받아 난민으로 인정되게 해달라”는 청원을 올리고 청와대 앞 시위에 나서는 등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적극적으로 나선 친구들 덕에 김군은 지난해 10월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이들은 지난해 11월에는 김군 아버지를 위해 “김군 아버지가 한국에서 아들의 동행자로 남도록 도와달라”며 법원에 탄원서도 제출했다.

아버지가 개종한 자신을 보듬었듯 한국 사회도 아버지를 포용해 달라는 게 김군의 바람이다. 김군은 “아버지는 개종 사실을 알고도 ‘믿고 싶은 종교를 믿으라’며 응원해줬다”며 “이슬람권 국가 출신에 대한 편견으로 재지 말고 동등한 사람으로 대우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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