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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오퍼튜니티’가 열어준 기회

입력
2019.02.18 18: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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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 깊은 감사를 담아 ‘오퍼튜니티’가 임무를 완수했음을 밝힙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 13일 화성 탐사 로버(Rover) 오퍼튜니티가 더 작동하지 않는다는 소식을 이렇게 전했다. 오퍼튜니티는 2004년 1월 화성 메리디아니 평원에 착륙한, 골프 카트 크기의 이동형 탐사 장비다. 태양광 발전으로 하루 약 1㎞를 이동할 수 있으며, 애초 90솔(SOL) 정도의 작동을 기대하고 제작됐다. 솔은 화성의 하루 단위로, 24시간 37분 23초다. 하지만 오퍼튜니티는 지난해 6월까지 5,111솔 동안 45㎞를 이동하며 여러 곳에서 물의 흔적을 발견했다.

□ 오퍼튜니티가 전송한 사진들은 테라포밍(terraforming)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지구를 뜻하는 ‘테라’와 만든다는 의미의 ‘포밍’을 합친 단어로 미국 SF 소설가 잭 윌리엄슨이 1942년 발표한 단편 ‘충돌 궤도’에서 처음 언급한 개념이다.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은 1961년 금성의 대기를 뜨겁게 달구는 온실효과의 원인인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변화시키기 위해 지구 미생물 ‘남조류’를 금성에 보내자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후 그 구상은 실현 불가능한 것으로 밝혀졌고, 화성이 다음 테라포밍 후보지로 떠올랐다.

□ NASA는 2030년까지 인간을 화성에 보내는 계획을 실행 중이다. 1991년에는 평균 기온 영하 43도인 화성 대기에 온실효과를 일으켜, 2170년까지 온도를 영상 10도에 산소 호흡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한다는 ‘테라포밍 5단계’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화성에 온실효과를 일으킬 이산화탄소가 부족하다는 점이 확인돼 이 역시 실현 불가능한 계획이란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 화성행 상업 우주 계획을 추진 중인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는 “화성 극지방에 핵폭탄을 터뜨려 이산화탄소를 한꺼번에 방출시키면 된다”며 이런 비관론을 반박했다. 오늘날 인류 운명을 위협하는 핵폭탄과 온실가스가 인류의 화성 거주를 실현할 방안으로 거론된다는 것이 씁쓸하지만, 그렇다 해도 “지구는 인류의 요람이지만, 우리가 영원히 요람에서 살 수는 없다”는 20세기 초 러시아 과학자 콘스탄틴 치올콥스키의 말을 부인할 수는 없다. 우리가 화성 거주 계획을 중단할 수 없는 이유다. 오퍼튜니티는 그 가능성을 넓히고, 화성 ‘인내의 계곡’에 잠들었다.

정영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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