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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과학기술 유공자라는 거인의 어깨

입력
2019.02.19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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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압두스 살람은 수상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현대 물리학을 10여 년 앞당긴 천재였다. 그가 있어야 할 자리에 내가 있어 부끄럽다.” 1999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제라드 토프트도 이런 헌사를 보냈다. “그를 만난 건 하늘이 내게 내려준 행운이었다.” 그가 바로 고 이휘소(1935~1977년) 박사다.

1930년 그는 나팔꽃의 유전에 관한 주제로 박사 논문을 완성했다. 논문 제출 하루 전날, 시험장에 화재가 발생했다. 모든 자료가 소실됐고 그의 논문도 잿더미가 되었다.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다시 연구를 시작했고, 1936년 유전학 역사에서 한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받는 ‘종(種)의 합성’ 논문을 발표한다. 그는 고 우장춘(1898~1959년) 박사다.

국립중앙관상대 초대 소장을 지낸 고 이원철 박사는 소행성에 자신의 이름을 남긴 세계적인 천문기상학자였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 초대 소장을 역임한 고 최순달 박사는 국내 최초의 인공위성 ‘우리별’을 탄생시켰다. 이호왕 고려대 명예교수는 전기가 끊기는 병원에서도 연구에 집중해 유행성 출혈열 병원체를 발견하고 백신까지 개발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분들은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산파이자 산증인이다. 정부는 지난 2017년 처음으로 이분들을 포함해 과학기술유공자 32명을 선정했다. 이들의 이름과 공로는 단순히 지나간 역사가 아니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현재이자 미래다.

중국의 무인 달 탐사선 ‘창어(嫦娥) 4호’가 지난 1월, 사상 최초로 달 뒷면에 착륙해 탐사 활동을 시작했다. 중국 ‘과학굴기(崛起)’의 한 단면이다. 중국의 과학굴기 뒤에는 과학 인재를 중시하는 정책이 있었다. 중국에서 과학기술유공자는 최고 수준의 대우를 받는다. 중국과학원이 선정하는 ‘원사(院士)’는 차관급 대우를 받으며 정년에 구애받지 않고 연구에 전념할 수 있다. 중국만이 아니다. 전통적인 과학기술 강국인 유럽, 미국, 일본 등도 과학기술유공자를 국가적으로 예우한다. 강대국일수록 과학기술유공자를 존경하고 우대한다.

우리 정부는 최근 ‘2018년도 대한민국 과학기술유공자’ 16명을 선정했다. 권경환, 김정흠, 김호길, 심상철, 유경로, 김모임, 이상섭, 허영섭, 홍창의, 강대원, 권욱현, 김철우, 여종기, 한필순, 이종욱, 장기려 박사가 그 주인공이다. 이로써 2017년 처음 선정된 32명의 유공자와 함께 총 48명이 대한민국 과학기술유공자의 지위를 얻게 됐다. 이들 모두 척박한 환경에서도 ‘과학입국’의 사명감과 자부심을 잃지 않았던 분들이다.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으며, 미래의 우리가 가능하다. 과학기술유공자 한분 한분의 이름과 공로를 기억하고 예우하고자 하는 가장 큰 이유다.

“내가 더 멀리 보았다면, 이는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었기 때문이다.” 17세기 말 아이작 뉴턴이 자신의 경쟁자였던 로버트 훅에게 보낸 편지에서 사용했던 문장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과학기술유공자라는 거인들이 있어 이만큼 왔다. 그래서 기꺼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더 멀리 보았다면, 이는 과학기술유공자라는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었기 때문이다.”

문미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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