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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 히틀러도 받을 뻔한 노벨평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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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 히틀러도 받을 뻔한 노벨평화상

입력
2019.02.17 15:48
수정
2019.02.17 17:4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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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트마 간디, 아돌프 히틀러,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각자 1948년, 1939년 그리고 올해, 영예로운 노벨평화상 후보자에 오른 바 있다는 사실이다. 1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후보 추천” 사실 깜짝 발표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노벨평화상에 대한 ‘알쓸신잡’을 모아봤다.

◆1901년 시작, 지금껏 총 99차례 수여

노벨평화상은 노벨상의 6개 분야(생리의학ㆍ물리학ㆍ화학ㆍ평화ㆍ경제학ㆍ문학) 중 하나로 평화 증진에 현저하게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에게 수여된다. 1895년 12월 10일 사망한 스웨덴의 발명가 겸 기업가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장에 따라, 1900년 노벨재단이 설립되고 그 이듬해인 1901년부터 노벨상이 수여됐다. 노벨상 제정 이후 평화상은 2018년까지 총 99차례 수여돼 개인 106명ㆍ단체 27개에게 주어졌다. 2019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는 100번째 수상자가 되는 셈이다.

◆세계대전 중 시상을 멈춘 노벨평화상

제1차 세계대전 중이던 1914~1918년, 제2차 세계대전 기간이던 1939~1943년에는 평화상 수상자 선정이 없었다. 다만 1917년에는 구호단체인 국제적십자위원회(ICRC)가 수상을 했으며, ICRC는 이후에도 1944년, 1963년 두 차례 더 평화상을 받았다.

◆후보 5번 오른 간디가 수상 못한 이유

놀랍게도 비폭력 불복종 운동을 주도한 인도의 민족운동 지도자이자, 남아프리카에서 인종차별 저항 운동을 이끌었던 마하트마 간디는 평생 5번 노벨평화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지만 단 한 번도 수상하지 못했다. ‘망자(亡者)’에게는 수상을 할 수 없다는 원칙 때문. 1948년 간디는 수상이 확실시됐으나, 발표 불과 몇 주 전 암살당하고 만다. 그해 노벨위원회는 “살아있는 후보 중 적절한 인물이 없다”면서 수상자를 선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단 세 명으로 1961년 10월 노벨위원회는 불과 20여일 전 아프리카 콩고에서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함마르셸드 유엔사무총장에게 그해 평화상을 수여한다. 2011년에는 수상자 발표 3일 전에 사망한 랠프 사타인먼에게 생리의학상을, 1931년 4월 사망한 스웨덴 시인 에리크 악셀 칼펠트를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한 바 있다. 물론 이 같은 ‘원칙 파괴’를 두고 논란이 일었음은 당연하다. 한편 2006년 노벨위원회는 간디가 한 번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지 못한 것을 두고 ‘중대한 누락(The greatest omission)’이었다며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2009년 12월 10일 노르웨이 오슬로 시청에서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오른쪽) 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자료사진
2009년 12월 10일 노르웨이 오슬로 시청에서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오른쪽) 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자료사진

◆가장 영예롭지만 가장 논란인 상

노벨평화상은 6개 부문의 노벨상 중 가장 영예로운 상으로 평가받지만, 논란의 대상이기도 하다. 다른 분야는 눈에 보이는 성과와 업적이 있지만, 평화상은 때로 현재의 업적보다는 미래의 성과를 독려하는 차원에서 수상자를 선정하기 때문이다. 이에 군비 축소나 전쟁방지 등을 요청하는 정치적 의도를 전제로 시상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2009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은 취임 9개월 만에 수상을 하면서 ‘무슨 업적으로 받은 것이냐’는 논란이 일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아베의 추천 사실을 밝히는 자리에서 “그들은 오바마한테는 (노벨평화상을) 줬다. 그는 왜 받았는지도 몰랐을 거다. 그는 15초 정도 거기 있다가 노벨상을 받았다”라며 비꼬았다.

◆자기 추천 금지, 후보 누설도 금지

매년 10월 노벨위원회는 각국 전문가 1,000여 명에게 서한을 보내 평화상 후보를 추천 받는다. 후보자 추천권은 정치인, 학자, 전 수상자, 전ㆍ현직 노벨위원회 위원 등으로 다양하다. 다만 추천위원이 자기 자신을 스스로 추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노벨위원회는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후보 범위를 좁혀가며 선별작업을 벌여, 3월 즈음 최종 후보군을 3명에서 5명 내외로 추린다. 최종 수상자는 노벨위원회 5인 전체 회의에서 결정하며 수상자의 신원은 발표 전까지 철저하게 비밀에 부친다. 다만 발설 금지를 강제하는 규정은 없어,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공개처럼 가끔씩 특정 후보의 추천 사실이 공개되기도 한다.

2000년 12월 10일 김대중(오른쪽) 전 대통령이 노르웨이 오슬로 시청에서 열린 노벨평화상 수상식에서 군나르 베르게 노벨위원회 위원장에게서 평화상 증서와 메달을 받고 있다. 오슬로=연합뉴스 자료사진
2000년 12월 10일 김대중(오른쪽) 전 대통령이 노르웨이 오슬로 시청에서 열린 노벨평화상 수상식에서 군나르 베르게 노벨위원회 위원장에게서 평화상 증서와 메달을 받고 있다. 오슬로=연합뉴스 자료사진

◆김대중, 한국 최초이자 유일한 노벨상

한국의 유일한 노벨상 수상자가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민주주의 증진과 남북평화 정착에 대한 공로로 2000년 수상했다. 한편, 노벨상은 개인에게 주는 것이 원칙이지만 평화상은 단체나 조직에도 수여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2017년 핵무기 폐기 국제운동(ICAN)이 핵무기 관련 반대 운동을 주도해 수상했고, 유엔난민기구(UNHCR)도 1954년과 1981년에 두 차례 수상한 바 있다.

◆역대 최대 후보는 376명..올해 304명

지난 12일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올해 평화상 후보 304명을 선정해 발표했다. 아베 총리의 추천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도 포함돼있을 이 명단은 역대 네 번째 큰 규모로 개인 219명과 기관 85곳이 포함됐다. 역대 평화상 추천 후보는 2016년 376명으로 가장 많았고, 지난해에는 개인 216명, 단체 115곳 등 총 331명으로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아돌프 히틀러.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아돌프 히틀러.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나치 히틀러가 평화상 후보에 올랐다?

노벨평화상 후보는 각국 교수나 입법부 의원 등의 추천이 있으면 누구나 이름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역설적이게도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전체주의 국가 지도자들이 평화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적도 있다. 2차 세계대전의 원흉이자 유태인 대학살의 만행을 저지른 나치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 그와 함께 2차 대전 당시 추축국 지도자로 침략전쟁을 일으킨 베니토 무솔리니, 인종청소를 저지른 이오시프 스탈린 등의 인물들도 후보에 오른 바 있다.

◆평화상의 명예를 실추시킨 수상자들

‘망자 수상’이 불가능하다는 것에 이어 또다른 노벨상의 원칙이 있다면 ‘취소 처분’이 안 된다는 점이다. 미얀마의 실권자인 아웅산 수지 국가자문역은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을 이끌면서 1991년 평화상을 수상했으나, 최근 몇 년 자국 내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의 학살을 묵인했다는 비판 속에 국제적인 노벨상 박탈 압박이 이어졌다. 그러나 노벨재단은 지난해 10월 유감은 표명했으나 박탈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한편 최근에는 중앙 아메리카 지역의 분쟁 해결을 위해 니카과라ㆍ엘살바도르 내전의 즉각 중단 등을 골자로 한 중앙 아메리카 5개국 평화협정을 실현시킨 공로로 1987년 노벨평화상 수상한 바 있는 오스카르 아리아스 산체스 전 코스타리카 대통령이 성폭행 또는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미투’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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