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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그릇에 핀 꽃 한 송이… “한국 수묵화 닮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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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그릇에 핀 꽃 한 송이… “한국 수묵화 닮았죠”

입력
2019.02.17 17:00
수정
2019.02.17 20:5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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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얄코펜하겐 새 라인 ‘블롬스트’ 디자이너 바우터 도크

덴마크 도자기 브랜드 로얄코펜하겐이 지난해 9월 10년 만에 내놓은 ‘블롬스트’라인. 하얀 도자기 위에 그려진 푸른색 꽃송이들이 한국의 수묵화를 연상시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로얄코펜하겐 제공
덴마크 도자기 브랜드 로얄코펜하겐이 지난해 9월 10년 만에 내놓은 ‘블롬스트’라인. 하얀 도자기 위에 그려진 푸른색 꽃송이들이 한국의 수묵화를 연상시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로얄코펜하겐 제공

‘블롬스트’(덴마크어로 꽃을 의미). ‘그릇계의 샤넬’이라 불리는 덴마크 도자기 브랜드 로얄코펜하겐이 지난해 10년 만에 새롭게 선보인 라인이다. 푸른색 꽃 한 송이가 그려진 하얀 도자 그릇이 한국의 수묵화를 떠올리게 한다. 블롬스트 라인은 네덜란드의 디자이너 바우터 도크(57)와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5년 동안 로얄코펜하겐과 일하고 있는 도크에게 이메일로 디자인 탄생 배경을 물었다. 그는 꽃과 새 등 자연의 아름다움을 도자기, 벽지 등에 시적으로 표현하기로 유명하다.

블롬스트 라인은 접시와 그릇, 커피잔 등 19종으로 구성됐다. 각 식기에는 히아신스, 라일락, 장미, 모란, 아네모네, 카네이션 등 각기 다른 꽃들이 한 송이씩 그려져 있다. 꽃을 소재로 택한 이유를 묻자 도크는 “인간의 삶은 식물과 아주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다”며 “씨에서부터 열매, 꽃, 작물 등 식물로부터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공급 받고 영감도 받는다”고 답했다.

244년 역사를 지닌 로얄코펜하겐이 1779년 선보인 ‘블루 플라워’라인도 꽃 장식을 넣었다. 도크는 “당시에는 꽃다발로 풍성하고, 화려하게 그릇을 디자인했다면 이번에는 다발을 풀어 꽃을 한 송이씩 분해해 디자인했다”며 “장식을 줄이고 꽃의 진수만 남겨 꽃을 더 세밀하게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239년 전과 비교해 그릇의 각은 더 부드러워졌고, 디자인은 더 간결해졌다.

1779년 나왔던 로얄코펜하겐의 ‘블루 플라워’(왼쪽)와 239년 만에 나온 ‘블롬스트’. 그릇의 각은 부드러워졌고, 디자인은 간결해졌다. 로얄코펜하겐 제공
1779년 나왔던 로얄코펜하겐의 ‘블루 플라워’(왼쪽)와 239년 만에 나온 ‘블롬스트’. 그릇의 각은 부드러워졌고, 디자인은 간결해졌다. 로얄코펜하겐 제공

다발이 아닌 송이로 꽃을 그려 여백이 넓어졌다. 동양화에서 볼 수 있는 여백의 미가 느껴진다. 도크는 “그릇의 형태와 꽃의 배치를 세심하게 고려해 디자인했다”며 “음식을 올렸을 때 꽃이 묻히지 않게 꽃을 중심이 아닌 한쪽으로 치우치게 그렸다”고 말했다.

푸른색만 써서 붓질 한번으로 꽃을 완성했다. 채색 없이 먹의 농담으로만 작품을 그리는 한국의 수묵화와 비슷하다. 도크는 “꽃과 잎을 더 사실적이고, 입체감 있게 표현하려고 ‘한 붓 그리기’ 기법을 썼다”며 “붓질의 형태, 길이, 방향에 따라 세 가지 명암이 나와 꽃에 생기를 불어넣었다”고 설명했다. 전 제품이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특성상 장인 70여명이 ‘한 붓 그리기’ 기법으로 그릇을 생산한다.

동양적 느낌이 많이 난다는 평가에 그는 “선의 힘, 붓질의 리드미컬한 움직임, 짙고 연한 농담의 표현, 여백의 활성화 등 이번 작업은 고전적인 아시아 회화와 공통점이 많다”면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조화로움을 추구하는 나의 작업적 특징과 한국의 수묵화에서 드러나는 절제된 소박함, 자연과의 조화도 일맥상통한다”고 동의했다.

네덜란드 출신의 바우터 도크가 독일에 있는 자신의 작업실에서 블롬스트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다. 꽃과 새 등 자연을 소재로 작업을 하는 그는 매일 자신의 정원에서 1시간 이상 꽃을 가꾼다. 로얄코펜하겐 제공
네덜란드 출신의 바우터 도크가 독일에 있는 자신의 작업실에서 블롬스트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다. 꽃과 새 등 자연을 소재로 작업을 하는 그는 매일 자신의 정원에서 1시간 이상 꽃을 가꾼다. 로얄코펜하겐 제공

그릇 디자인이 중요한 이유를 묻자 그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떠올릴 만한 답변을 했다. “식기는 음식을 담기 위한 실용적인 도구지만, 아름답게 디자인된 그릇은 매일의 일상을 기념할 수 있는 소소하지만 중요한 아이템입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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