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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부회장이 화장품 사랑에 빠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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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부회장이 화장품 사랑에 빠진 이유

입력
2019.02.16 17:17
수정
2019.02.1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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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왼쪽)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내놓은 색조화장품 브랜드 ‘스톤브릭’. 이마트 제공
정용진(왼쪽)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내놓은 색조화장품 브랜드 ‘스톤브릭’. 이마트 제공

정용진(51)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또 한 번 시험 무대에 올랐다. 신규 화장품 브랜드 ‘스톤브릭’을 출시하며 고부가가치 산업인 화장품 사업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에 ‘안테나숍’을 개점했다. 색조화장품에 중점을 둔 스톤브릭은 이날 선보이자마자 독특한 디자인과 색감에 젊은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조립완구인 ‘레고’를 연상시키는 립스틱 케이스와 형형색색의 색깔은 그간 화장품 시장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컨셉트다. ‘브릭’ 형태이기 때문에 여러 종류의 립스틱을 한꺼번에 가지고 다닐 수 있고, 다 쓰면 리필이 가능하니 경제적이다. 스톤브릭은 립스틱 95종, 액세서리(퍼프, 브러시 등) 116종 등 총 211종으로 구성돼 아기자기한 아이템을 찾는 10~20대 젊은 소비층을 겨냥하기에 충분했다.

이번 스톤브릭의 론칭 소식은 정 부회장이 지난 12일 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먼저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그는 “조만간”이라는 글과 함께 스톤브릭의 립스틱과 아이섀도 등 4장의 사진을 게재했고, 13일에는 스톤브릭의 SNS 공식계정을 알리고 홍대 인근에 안테나숍 오픈 소식을 전하는 등 홍보에 적극 나섰다.

정 부회장의 화장품 사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2016년 이마트(현재 40개 매장)에 입점한 PL(Private Lavelㆍ제조업체가 아닌 유통업체의 상표를 붙여 판매하는 상품)브랜드 ‘센텐스’를 화장품 브랜드로는 처음 론칭했다. 센텐스는 얼굴과 헤어, 바디 등 기초화장품 및 향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영국의 H&B(Health&Beauty) 편집숍 ‘부츠’를 국내에 들여왔으며, 지난해 론칭한 잡화편집숍 삐에로쑈핑에서도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다. 화장품에 남다른 애정을 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색조화장품 브랜드를 출시한 건 뷰티사업에 더욱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신세계인터내셔날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의 뉴오더 듀얼 액티브 세럼. 신세계인터내셔날 제공
신세계인터내셔날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의 뉴오더 듀얼 액티브 세럼. 신세계인터내셔날 제공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이 증명한 ‘화장품 성공신화’ 

신세계는 지난해 연간 최대 실적을 올려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백화점뿐만 아니라 면세점, 화장품 사업까지 호조를 보이면서 이를 진두지휘 한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의 경영 능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 사장은 신세계백화점과 면세점, 신세계인터내셔날 등을 맡고 있고, 오빠인 정 부회장은 이마트를 중심으로 편의점, 복합쇼핑몰 등을 각각 나눠 경영하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해 매출이 5조1,819억원으로 전년 대비 33.9%가 늘었고, 영업이익도 14.8%가 증가한 3,970억원을 냈다고 15일 공시했다. 이중 단연 눈에 띄는 건 화장품 사업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운영하는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는 중국 증 해외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며 승승장구 중이다. 비디비치는 지난해 연매출 1,200억원대를 이룬 메가 브랜드로, 올해는 영업을 시작한지 17일 만에 100억원의 매출을 돌파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측은 “관광 비수기와 중국 내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시행 등으로 면세점 매출이 위축될 것이란 전망을 깨고, 중국 내 탄탄한 수요에 매출이 증가해 이뤄진 일”이라고 분석했다. 2012년 신세계인터내셔날에 인수된 비디비치는 2017년 매출이 전년보다 126%나 상승한 229억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5억7,000만원을 내며 빠르게 성장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비디비치의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 10월 한방화장품 브랜드 ‘연작’도 출시하며 사업을 확장하는 모양새다.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 신세계백화점 제공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 신세계백화점 제공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의 성장도 무섭다. 지난 2016년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을 시작으로 강남점, 부산 센텀시티점, 광주점, 본점 등에 이어 강남역, 반포 센트럴시티 등 로드숍도 문을 열면서 외연을 확장했다. 시코르는 국내 화장품뿐만 아니라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슈에무라와 나스, 맥, 바비브라운 등 고가의 럭셔리 브랜드까지 품으면서 200개가 넘는 다양한 뷰티 브랜드로 10~50대 여성 소비자에게 어필하고 있다.

특히 자유롭게 화장품을 테스트해 볼 수 있는 뷰티 스테이지 운영 등으로 젊은 소비층의 취향도 맞췄다. 최근에는 20~30대 주요 고객을 타깃으로 신세계백화점과 KEB하나은행이 손잡고 만든 ‘시코르 카드’가 출시 넉 달(지난해 10월19일~올 2월10일)만에 신규 활동고객 3만여 명을 확보 등 선전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시코르 카드’의 20대 고객 매출비중은 31%, 이용건수 비중은 37%로 나타났고 그 뒤를 30대 고객이 따랐다. 매출비중의 경우 20~30대를 합하면 전체의 60%에 달해 카드 소비의 주 고객층인 40~50대의 매출을 넘어섰다.

이마트 화장품 브랜드 ‘센텐스’ 1호점이 지난해 7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쇼핑몰 ‘알 낙힐 몰’에 개점했다. 신세계그룹 제공
이마트 화장품 브랜드 ‘센텐스’ 1호점이 지난해 7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쇼핑몰 ‘알 낙힐 몰’에 개점했다. 신세계그룹 제공

 ◇‘이마트 쇼크’…정 부회장의 ‘빅 피처’는? 

동생인 정 사장의 화장품 사업에서의 성과는 정 부회장에게 적잖은 자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정 부회장이 총력을 기울이는 이마트의 실적이 부진해서다. 이마트의 지난해 매출액은 17조491억원으로 전년보다 9.9%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4,628억원으로 20.9%나 떨어지면서 “대형마트나 슈퍼 등 오프라인 매장이 점점 갈 곳을 잃는 것 아니냐”는 업계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롯데쇼핑도 마트와 슈퍼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모두 하락했다. 특히 롯데마트 등 할인점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84억원으로 전년 대비 79%나 감소했고, 롯데슈퍼는 지난해 영업이익에서 621억원의 손실을 냈다.

최근 소비자들이 모바일과 온라인쇼핑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벌어지는 유통업계 지각변동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켓배송’ 등으로 히트를 친 쿠팡 같은 소셜커머스 기업의 성공사례가 오프라인 매장에 위협적인 존재로 부각되고 있어서다. 심지어 최근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이마트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이마트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정 부회장의 실적 부진을 이겨낼 돌파구는 화장품 사업이 아니겠느냐”며 “어마어마한 유통망을 자랑하는 신세계를 앞세워 화장품 사업에 힘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마트의 화장품 브랜드 센텐스는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와 필리핀 등 해외에 진출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스톤브릭도 일단 홍대점 1개만 문을 열고, 타 유통채널에 입점해 해외에도 판로를 개척하겠다는 입장이다. 스톤브릭을 NB(National Brand)브랜드로 키우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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