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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레스 “제4의 테너라고요? 그저 음악의 기쁨을 알릴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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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레스 “제4의 테너라고요? 그저 음악의 기쁨을 알릴 뿐”

입력
2019.02.17 16:00
수정
2019.02.17 21: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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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테너 후계자 알바레스… 예술의전당서 첫 내한 공연

"플라시도 도밍고와 호세 카레라스를 잇는 유일한 테너"(영국 일간 텔레그라프)라는 평을 받기도 한 테너 마르첼로 알바레스. 그는 서른의 나이에 오페라 공부를 시작해 영화 같은 스토리의 주인공이 됐다. 한국석유공업 문화공연사업단 라보체 제공
"플라시도 도밍고와 호세 카레라스를 잇는 유일한 테너"(영국 일간 텔레그라프)라는 평을 받기도 한 테너 마르첼로 알바레스. 그는 서른의 나이에 오페라 공부를 시작해 영화 같은 스토리의 주인공이 됐다. 한국석유공업 문화공연사업단 라보체 제공

루치아노 파바로티(1935~2007)와 플라시도 도밍고(78), 호세 카레라스(73)는 클래식 성악가에게 큰 관심이 없는 이라도 한 번씩은 들어왔을 이름이다. 오랫동안 ‘세계 3대 테너’로 불려왔다. 이들의 후계자라 할 만한, 네 번째 테너는 어디에 있을까. 3대 테너보다 한참 후배인 아르헨티나의 테너 마르첼로 알바레스(57)가 적통을 이을 인물로 꼽힌다.

알바레스는 성악계에 등장하자마자 ‘포스트 쓰리 테너’ ‘제4의 테너’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오페라극장들이 앞다퉈 찾는 그가 1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첫 내한공연을 연다. 공연을 앞두고 이메일로 만난 그는 “제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를 잘 알고 있지만 전 이런 타이틀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그저 음악의 기쁨을 전달하기 위해 노래하는 사람.”

알바레스는 아름다운 목소리뿐만 아니라 풍부한 표현력으로 일찌감치 인정받았다. ‘파바로티의 미성, 도밍고의 카리스마, 카레라스의 열창을 고루 갖췄다’는 평을 받는다. 하지만 그는 대학에서 성악이 아닌 경제학을 공부했다. 어린 시절 합창단에서 활동하고, 음악을 즐기긴 했지만 오페라는 아니었다. 가족이 운영하는 가구 공장에서 일하던 그는 서른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진로를 바꾼, 영화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성악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된 건 그가 “처음부터 지금까지 저의 기준과도 같은 존재”라고 표현하는 아내 덕분이었다. 약혼자였을 때 아내는, 음악에 관심이 있다는 알바레스의 말을 듣고 아르헨티나의 유명 테너인 리보리오 시모넬라와의 오디션을 주선해줬다. 정식으로 성악을 배운 적 없던 알바레스는 아르헨티나의 군가를 불렀지만, 시모넬라는 그의 목소리에 감탄했다.

알바레스는 “무엇인가에 기쁨을 느낀다면, 공부하기에 절대 늦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알바레스에게 남은 꿈은 음악학교를 열어 다음 세대를 기르는 것이다. 한국석유공업 문화공연사업단 라보체 제공
알바레스는 “무엇인가에 기쁨을 느낀다면, 공부하기에 절대 늦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알바레스에게 남은 꿈은 음악학교를 열어 다음 세대를 기르는 것이다. 한국석유공업 문화공연사업단 라보체 제공

음악의 시작이 아내였다면, 그를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하게 한 이는 1950년대 최고의 테너로 불렸던 이탈리아의 주세페 디 스테파노(1921~2008)다. 알바레스는 스테파노를 “아버지 같은 존재”라고 했다.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의 아리아를 부르는 알바레스의 목소리를 처음 듣고 스테파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 남자는 나의 어렸을 때 모습을 기억나게 하네요. 어마어마한 음악적 직관력을 가졌어요.”

1994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파바로티 콩쿠르에 참석했던 파바로티도 알바레스의 잠재력을 알아봤다. 파바로티는 이듬해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콩쿠르 결선 무대에 알바레스를 초청했다. 거장들의 극찬에 용기를 얻은 알바레스는 1995년 아내와 함께 오페라의 성지 이탈리아로 향했다. 베니스의 라 페니체 극장에서 벨리니가 작곡한 ‘몽유병 여인’으로 성공적으로 데뷔한 그는 이후 승승장구했다.

알바레스는 이탈리아와 프랑스 오페라를 아우르는 방대한 레퍼토리의 소유자다. 한국에서는 가장 자신 있는 오페라 ‘토스카’와 ‘팔리아치’ 아리아뿐 아니라 한국인들이 특히 사랑하는 ‘투란도트’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 등으로 프로그램을 꾸렸다. 그는 “제 목소리 특성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아리아로 곡을 선택하려 노력한다”며 “한국 관객들에게 기쁨을 선사하고 싶다”고 했다.

“무엇인가에 기쁨을 느낀다면, 공부하기에 절대 늦지 않았다”고 강조한 알바레스에게 아직 남은 꿈이 있다. 음악학교를 여는 것이다. “자신의 지식을 공유하지 않는 이기적인 성악가가 되고 싶지 않아요. 다음 세대에게 많은 걸 전달해줄 수 있도록, 미래에는 이 꿈을 꼭 이루고 싶습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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