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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소아암 공원 묘원...경기 양평에 오늘 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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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소아암 공원 묘원...경기 양평에 오늘 오픈

입력
2019.02.15 16:01
수정
2019.02.15 17:36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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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소아암의 날을 맞은 15일 개장한 경기 양평에 소아암 환자만을 위한 '안데르센 공원묘원'이 오픈했다. 임명수 기자
세계 소아암의 날을 맞은 15일 개장한 경기 양평에 소아암 환자만을 위한 '안데르센 공원묘원'이 오픈했다. 임명수 기자

15일 오후 경기 양평군 서종면에 위치한 ‘더블유 스토리’(W-Story) 입구. 이곳은 개신교 단체인 하이패밀리가 운영하는 수목장과 미술관, 교회가 있는 자연장지다.

입구를 지나 구불구불 언덕길을 오르자 갑자기 “야~뽀로로다. 노는 게 젤 좋아~~ 친구들 모여라, 언제나 즐거워, 개구쟁이 뽀로로~~”라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이어 “개굴개굴 개구리 노래를 한다~~”는 동요도 나왔다.

‘경건해야 할 장지에 웬 뽀로로?’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곳은 국내에서 처음 조성된 어린이 전용 공원묘원이다. 이름도 동화와 같은 ‘안데르센 공원묘원’이다. 잠든 아이들이 평소 좋아하는 동요를 틀어 놓은 것이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왼쪽에 빨간색의 ‘하늘나라 우체통’이 놓였다. 또 난간 펜스에는 하늘을 나는 듯한 흰색 나비와 ‘TALITHA CNMI’(달리다굼·소녀야 일어나라) 라고 쓰여 진 문구가 붙어 있었다. 이달 말에는 곰 캐릭터로 된 비석도 세워진다.

세계 소아암의 날을 맞아 15일 오픈한 '안데르센 공원묘원'. 소아암 환자만을 위한 전용 묘원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요를 틀어주고, 장난감을 놓을 수 있는 추모석이 곳곳에 놓여 있다. 임명수 기자
세계 소아암의 날을 맞아 15일 오픈한 '안데르센 공원묘원'. 소아암 환자만을 위한 전용 묘원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요를 틀어주고, 장난감을 놓을 수 있는 추모석이 곳곳에 놓여 있다. 임명수 기자

아이들이 잠드는 공간은 야외 공간에 1,155㎡ 규모로 잔디와 나무수국이 곳곳에 심어졌다. 아이들의 묘원 답게 가지고 놀던 장난감 등을 올려놓을 수 있도록 한 추모석도 군데군데 놓였다.

장례절차는 화장을 한 아이의 유골을 나무수국이나 잔디 밑에 종이관(한지)에 담아 묻는 식의 ‘화초장’방식이다. 안데르센 동화 중 한 주인공이 장미가 시들자 땅에 묻으면서 부활을 기대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거기에서 기인했다고 한다.

화초장이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 흔적이 없어져 앞쪽 벽면에 아이들이 잠든 곳을 알 수 있게 표식을 붙일 수 있도록 했다.

15일 세계 소아암의 날을 맞아 오픈한 '안데르센 공원묘원' 대표 송길원 목사가 직접 화초장 시범을 보이고 있다. 임명수 기자
15일 세계 소아암의 날을 맞아 오픈한 '안데르센 공원묘원' 대표 송길원 목사가 직접 화초장 시범을 보이고 있다. 임명수 기자

묘원을 조성한 송길원 목사(하이패밀리 대표)는 “같은 병으로 힘들게 살았을 아이들이 함께 모여 꽃밭에서 함께 노는 모습을 연상할 수 있을 것 같아 조성했다”며 “고통 속에 죽어가는 아이들이 끝까지 사랑 속에서 떠나고 추억의 장소로 남기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묘원이 어린이 전용이라고 해서 모든 어린이가 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소아암을 앓다 엄마아빠와 이별한 아이들만 잠들 수 있다. 세계 소아암의 날인 15일 개장한 이유다. 올 봄에는 소아암 환자들이 그린 그림전시회도 열린다고 한다.

송 목사가 소아암 환자로 제한한 이유는 국내 사망률 1위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인권을 지켜주고 싶어서다. 장례와 안장까지 모두 무료로 진행된다. 관리비도 없다.

송 목사는 “우리나라 소아암 환자는 연간 1만4,000여 명, 이중 2,400여 명이 끝내 사망한다”며 “진단 후 최장 3년을 살지만 대부분의 가정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파탄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제적인 이유로 아이들 시신도 제대로 치우지 못한 부모들이 말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산다”며 “과거는 물론 요즘에도 부모보다 먼저 간 자식이라는 이유로 장례도 치르지 않고 재를 뿌리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후에도 어린이 인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를 보낸 엄마아빠를 위한 치유하는 애도프로그램도 운영된다. 그는 “아이를 보낸 부모의 트라우마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고 아프다”며 “그들을 위한 애도 프로그램을 실시해 안정적인 삶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데르센 공원묘원’은 하이패밀리 송 목사와 윤형주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이사, 황성주 국제사랑의 봉사단 대표 등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다.

경기 양평에 국내 첫 어린이 전용인 '안데르센 전용묘원'이 15일 오픈했다. 개신교 단체인 하이패밀리 송길원 목사와 윤형주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이사가 협약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하이패밀리 제공
경기 양평에 국내 첫 어린이 전용인 '안데르센 전용묘원'이 15일 오픈했다. 개신교 단체인 하이패밀리 송길원 목사와 윤형주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이사가 협약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하이패밀리 제공

글ㆍ사진=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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