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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담] “영변 핵시설 없애면 ICBM 탑재 핵탄두도 못 만들어”

입력
2019.02.15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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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인터뷰

“김정은 서울 방문, 빠르면 3월 늦어도 4월 중엔”

-김정은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믿을 수 있나.

“김정일 시절에는 북미 간 상호 불신이 깊은 상황에서 협상이 진행됐다. 제네바 합의가 빠른 속도로 이행되지 않고 경수로 건설 사업도 지연됐다. 이에 불만을 느낀 북한이 비밀리에 핵 개발을 추진했다. 지금은 김정은과 트럼프가 비핵화 협상에 매우 적극적이다. 두 사람은 1차 정상회담에서 북미 관계 정상화와 평화체제 구축, 완전한 비핵화에 원칙적인 합의를 했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7월 북미 고위급 합의가 결렬된 건 방법론에 심각한 이견이 있어서다. 그 이후 접점을 찾아가는 노력 끝에 2차 정상회담이 열리게 됐다. 김정은 입장은 분명하다. 미국이 큰 걸 주면 북한도 큰 걸 주고 미국이 조금만 주면 북한도 조금밖에 양보를 못 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완전한 비핵화는 미국의 양보 수준에 달린 것이지, 북한이 일방적으로 핵을 포기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니 김정은 목표가 ‘핵을 가진 부국강병’일 거라는 의심이 계속 나오지 않나.

“김정은은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여러 개의 옵션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김정은이 실행 의지도 없이 완전한 비핵화를 계속 부르짖는다고 보는 건 맞지 않다. 북미 협상은 서로 원하는 걸 주고받는 과정이다. 미국과의 협상이 잘 진행돼 북미 관계가 정상화되고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하는 옵션도 가능하다.”

-2차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예상한다면.

“영변 핵시설 폐기뿐만 아니라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에 대한 검증, 완전 비핵화를 위한 단계별 일정이 합의문에 들어갈 수 있다. 미국 카드는 연락사무소 설치, 종전 선언,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 등 남북 경제협력사업에 대한 제재 면제 등이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을 통한 외화벌이라고 해봐야 북중 교역에 비하면 액수가 크지 않다. 미국은 일단 그 수준에서 제재를 풀려고 할 것이다. 물론 북한은 만족하지 못하고 90%까지 차단된 정유 공급 수위를 50%까지 낮춘다든가 하는 추가 제재 완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이후 완전한 비핵화까지의 경로는.

“단계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 리비아는 핵 개발 초기에 포기했으니 신고할 것도 많지 않았고 기술력도 높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은 6차 핵실험까지 진행했다. 국제사회가 인정하지 않더라도 사실상 핵보유국이다. 설령 북한이 기존 핵무기를 포기해도 핵 관련 노하우와 기술은 지울 수 없다. 북한이 모든 핵 프로그램을 신고한다는 건 자기 패를 상대에게 다 보여주는 셈이어서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결국 영변 핵시설이나 ICBM 폐기, 핵탄두 부분폐기, 핵물질 이전 등 대략 4, 5단계에 걸쳐 폐기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미국도 비핵화 절차가 끝나고 한꺼번에 풀겠다고 하면 북한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비핵화가 20% 진전되면 제재도 20% 완화하면서 북한이 비핵화를 빨리 진척시킬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비핵화에 속도를 낼 수 있는 길이 열릴 거라 본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폐기해도 숨겨진 시설에서 핵무기를 만들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영변에는 북한에서 유일하게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는 흑연감속로가 있다. 우라늄을 농축하는 원심분리기는 지하에 숨겨 가동할 수 있지만, 우라늄 핵무기는 무거워서 ICBM에 탑재하지 못 한다. 소형화를 위해선 반드시 플루토늄이 필요하다. 영변 포기는 플루토늄 추출을 포기한다는 것이고, ICBM에 탑재할 수 있는 핵탄두를 추가로 만들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미 만들어 놓은 플루토늄 핵무기를 숨긴다 해도 유효기간이 있어 영구적으로 쓸 수는 없다. 영변 핵시설 폐기는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의미 있는 첫 조치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의 윤곽이 잡히면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추진될까.

“그렇다. 빠르면 3월 중, 늦어도 4월에는 가능할 것으로 본다.”

인터뷰=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정리=변한나(논설위원실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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