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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뒤샹 작품이 스마트폰에 뜨면, 1만명이 접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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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뒤샹 작품이 스마트폰에 뜨면, 1만명이 접속한다

입력
2019.02.16 04:40
수정
2019.02.18 07:1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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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저녁 국립현대미술관의 '마르셀 뒤샹' 온라인 전시 투어에서 이지회 학예연구사가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대화창은 관람객이 올린 실시간 반응. 온라인 화면 캡처
11일 저녁 국립현대미술관의 '마르셀 뒤샹' 온라인 전시 투어에서 이지회 학예연구사가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대화창은 관람객이 올린 실시간 반응. 온라인 화면 캡처

“잠깐만요, 큐레이터님! 그거 조금만 더 가까이 보여주세요.”

월요일인 11일 오후 7시, 퇴근 길 지하철에 막 올라 탄 직장인 이정은(29)씨가 스마트폰 키보드를 급하게 두들겼다. 프랑스의 혁명 미술가 마르셀 뒤샹의 작품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No.2)’를 더 자세히 보고 싶어서였다.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걸려 있던 ‘No.2’가 이씨 스마트폰 액정 위에 크고 선명하게 나타났다. 국현 큐레이터에게 스마트폰으로 ‘지시’를 내린 이씨는 알고 보면 미술계 거물일까. 실은, 국현이 생중계한 ‘마르셀 뒤샹 온라인 전시 투어’를 감상 중이었다. ‘큐레이터님’이라고 부른 사람은 ‘온라인 도슨트’인 이지회 국현 학예연구사. 이 학예연구사는 인터넷 라이브 방송 진행자처럼 접속자들과 실시간 소통하면서 100분간 뒤샹의 작품들을 보여 줬다. 이날 온라인 투어 시청자는 무려 1만 5,044명.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은 월요일 저녁, 이들은 손가락이라도 까딱해서 뒤샹을 만나는 작은 호사를 ‘무료로’ 누렸다.

온라인 전시 생중계가 회당 1만 관람객 시대를 맞았다. 공연, 방송에 실시간 중계(스트리밍)을 도입한 건 오래지만, 전시와 스트리밍은 궁합이 맞지 않는 듯했다. 전시는 △전시장에 직접 가서 △조용히 봐야 한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디지털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취향은 그런 고정관념을 뒤집었다.

국립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국현은 2017년부터 페이스북과 네이버TV를 통해 전시 10건을 생중계했다. 회당 평균 시청자는 약 4,300명. 국현 서울관의 1일 평균 관람객(약 3,200명)보다 많은 숫자다. 국립중앙박물관(국박)도 2017년 이집트전(시청자 5만 221명)과 아라비아전(1만 5,000명), 2018년 대고려전(1만 465명) 등 온라인 전시를 진행해 관람객을 끌어 모았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마르셀 뒤샹 온라인 전시투어’에서 뒤샹의 회화 작품들이 화면에서 축소, 확대되는 모습. 온라인 화면 캡처
국립현대미술관의 '마르셀 뒤샹 온라인 전시투어’에서 뒤샹의 회화 작품들이 화면에서 축소, 확대되는 모습. 온라인 화면 캡처

온라인 전시 생중계를 특히 반기는 건 서울에 집중된 문화 시설을 즐기기 어려운 지방 관람객들이다. 뒤샹 생중계 실시간 대화창에는 “부산에 살아 전시를 못 봐 아쉬웠는데 너무 좋다” “거리 제약이 없어 전국 학생들이 온라인 현장학습을 해도 되겠다” 같은 호평이 올라왔다.

미술관, 박물관 입장에선 관람객을 뺏기는 게 아닐까. 이현주 국박 홍보담당관은 “‘유물을 실물로 보고 싶다’는 호기심을 자극해 오히려 홍보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온라인 생중계로 미술 작품과 유물을 예습하고 방문하는 관람객들이 느는 것도 전시 주최 측이 반기는 부분이다.

전시 스트리밍은 세계적 트렌드다.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 영국 테이트모던미술관은 2017년쯤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시를 생중계하고 있다. MoMA는 큐레이터들이 온라인 관람객들과 실시간으로 대화하는 ‘라이브 Q&A’ 코너를 유튜브 계정에 만들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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